대다수 전문가들 지적..."의사보상 별도 분리하거나, 새로운 분류체계 개발해야" 강조

병원비용과 의사비용이 분리된 미국에서 병원비용 산정을 위해 쓰이는 포괄수가제(DRG). 이를 병원과 의사 비용이 통합된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적용하려는 의도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아예 병원과 의사비용을 별도로 분리시키든지, 아니면 아예 새로운 분류체계를 따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톨릭의대 김석일 교수가 KDRG의 근본적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차의과학대 지영건 교수, 가톨릭의대 김석일 교수 등 의료계 전문가들이 최근 열린 보험심사간호사회 학술대회에서 한국형 포괄수가제(KDRG)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실제 임상에서 DRG 적용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주제발표도 이어졌다.

현재 정부에서는 전체 요양기관에서 7개 질환군에 대해 DRG를 시행토록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는 내과계로 확대하고, 전체 질환군에 대해 신포괄수가제를 실시할 방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료제도 하에서는 DRG를 도입하는 것부터가 잘못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먼저 지영건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DRG를 가져오면서 상당히 좋은 제도인 것만을 강조했다"면서 "면밀히 들여다보면 미국에서는 DRG를 의사행위가 아닌 병원지불제도로만 이용 중"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영국의 경우 인두제라는 의사 월급제도를 운영 중이며, DRG는 보건의료 예산의 근거를 짜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우리나라와 달리 행위나 약제, 치료재료 등에 있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지 교수는 "미국은 병원의 시설이나 장비 부분에 있어 DRG로 보상한다. 상당히 단순하게 이뤄진다"며 "우리나라는 병원 인프라는 물론 의사행위, 일반행정관리비까지도 모두 포함된 상태이므로, 결국 원가를 보상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DRG의 세분류도 확연히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지 교수는 "미국은 병원비용만 해당하므로 단순하게 이뤄진다. 반면 우리나라는 환자의 중증도를 모두 포함해야 하므로 세분류가 다양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임상에서는 상당히 부족한 세분류라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가톨릭의대 김석일 교수도 우리나라에 맞지 않는 제도를 가져왔다고 꼬집었다.

▲ 미국과 한국 DRG에서 안와수술 분류구조.

김 교수는 "미국은 필요한 수술이나 처치를 하면 의사들에게는 행위별로 비용을 지급한다. 병원 시설, 장비 관련 비용만을 DRG로 지급한다"며 "우리나라는 지불제도로써 KDRG를 사용 중이다. 이는 환자사례를 단위로 행위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행위별 지불제도와 DRG를 대립 관계로 보는데, 대부분 나라들은 이를 상호보완기제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호주는 미국 것을 잘 들여와서 고쳐서 다른 나라에 역수입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30년여째 더 먼저 들여와서 아직도 원리를 따지는 데 급급하다"며 "근본적으로 들여오지 말아야 할 것을 적용한 데 따른 문제"라고 꼬집었다.

항목 세분화에 대해서도 "심평원에서는 적게 분류해달라고 요청하고 있고, 그 근거로 미국 사례를 든다"며 "임상적인 동질성 판단시 의사행위가 분류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임상전문의들이 봤을 때는 더 세분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본래 DRG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본래 취지와 근본원리에 맞는 DRG 개발, 즉 병원비용만을 고려한 분류체계가 개발돼야 한다"면서 "이경우 의사에 대한 보상 별도로 지불하는 기전이 나와야 한다. 만약 이 둘을 분리하기 어렵다면 새로운 분류체계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산부인과 DRG 적용 후 제왕절개 급증..."의사의 양심 없어지게 한 정부 잘못"

 

한편 임상에서 활동 중인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심재윤 교수는 'DRG 전면시행 후 산과 현황'을 주제로 임상에서의 DRG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심 교수는 "건강보험공단의 보고서를 보면, 정부 처음 DRG 도입시 내세운 주장 달리 재원일수가 감소하고, 환자부담과 병원부담 늘고, 재입원율 증가했다"며 "의료 질 저하가 예측된 것을 예상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산과 의사들은 환자의 안전과 만족도가 아닌, 치료시 병원 손익, 유착방지제 사용 가능 등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DRG 적용 후 제왕절개도 급속도로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심 교수가 DRG 시행 후 병원들의 제왕절개분만율을 분석한 결과, 비율이 월등히 올라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일례로 기존에는 7시간 진통 후 제왕절개에 대해서 진통 시간 부분을 인정해줬다. 하지만 이제는 이에 대해 고려치 않기 때문에 굳이 위험부담을 안고 진통을 기다리지 않게 됐다. 바로 제왕절개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DRG에서는 조산산모, 다태아산모 등에 대한 위험부분을 인정해주지 않으므로, 해당 경우의 산모들 역시 병원에서 고민없이 제왕절개를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심 교수는 "한마디로 DRG는 제왕절개를 조장하는 제도다. 정부는 DRG를 전면 재검토하고, DRG 적용에서 상급종합병원 제외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의료인이 소신껏 진료를 하게 해야 하는데, 정부는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양심을 지키라고 하는 주인이다. 이때 고양이가 아닌 주인이 나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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