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시범사업 1년... 관련 전문가들 '신중론' 제시

보호자없는병동으로 시작한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이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예상했던 대로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난이 문제였고, 서비스 질, 건강보험료 등을 고려했을 때 재정적인 문제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범사업에 제대로 참여한 기관도 상급종합병원 단 1곳을 비롯해 27곳 뿐이어서 대표성에도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각계 전문가들은 시범사업이 다각화해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고, 시기를 미루더라도 안정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입을 모았다.

 

고려의대 안형식, 김현정 교수는 4일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 결과 및 정책 도입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는 오는 2018년 도입예정인 포괄간호서비스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구용역으로 진행된 것이다.

우선 김 교수는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에서 △병상 운영실적, 병상가동률, 간호인력 채용율, 환자비율 등 사업수행지표와 △환자 1인당 간호필요도, 간호시간, 간호오류율 등 과정지표, 그리고 △재원기간, 환자건강결과, 만족도 등 결과지표를 분석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간호인력 채용'이 가장 어려웠다고 밝혔다. 간호사 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 등 보조인력을 채용하기에 어려웠으며, 특히 지방에 분포하는 병원일수록 인력난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인력 부족은 물론 채용된 간호인력의 숙련도도 낮은 편이었다. 김 교수는 "갑작스럽게 많은 간호인력을 채용하는 시범사업이었다. 때문에 인원을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경력 1년 이하의 미숙련 간호사들이 많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포괄간호서비스가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선 간호인력의 확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간호사, 특히 경력 간호사의 채용이 중요하고, 물리치료사, 간호조무사, 이송직, 행정직, 병리사, 의료기사 등 보조인력도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다만 서비스 만족도, 간병 질, 환자안전 등 전반적인 부분이 시범사업 실시 후 향상됐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시범사업 기관에서 평균 연령이 더 높았음에도 제도 초기에 비해 재원일수가 짧아졌다. 또한 교육이나 배설 등 기본간호에 있어서도 제공량이 크게 증가했다"고 했다.

또한 "환자 1인당 간호제공시간의 경우 미시범병동은 98분에 불과했으나, 시범기관의 경우 160분에 달했다"며 "보호자가 없었음에도 욕창, 낙상 등에 대해서도 비시범기관보다 좋은 기록을 보였다. 만약 충분한 간호인력이 제공됐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적정한 포괄간호 인력은 어느 정도 일까?

이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한 안형식 교수는 "해외사례, 의료기관마다의 특성, 환자중증도, 간호인력수준 등을 고려했다"며 "그 결과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간호사당 환자비를 1:7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종합병원은 1:8(상향)~1:12, 병원은 1:10~1:14로 규정하는 안을 내놨다. 간호보조인력은 상급종병의 경우 1:30~1:40, 종병 1:25~1:40, 병원 1:25~1:40이며, 이때 상급종병과 종병은 간호조무사만 보조인력에 포함되나, 병원의 경우 요양보호사를 30% 이하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병원, 빅5 시범사업 결과도 없는데...시기 늦추더라도 시범사업 다각화하라" 입모아

이 같은 시범사업 결과 발표에 각계 전문가들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인하대병원 단 1곳만 실시한 '알맹이 없는' 사업이었고, 시범사업조차 인력, 재정 모두 부족한 상태에서 본사업 이행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대한병원협회 유인상 사업이사는 "일반 병원들은 굳이 보호자없는병동이 아니더라도 간호사가 부족해 매일매일 간호부장들이 헤드헌팅을 하고 있다"며 "현재 지방중소병원 대다수가 간호등급 6~7등급"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지금 제대로된 간호인력 시스템이 작동하지도 않은 채 포괄간호서비스제도만 무작정 시행하게 된다면, 지방 중소병원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간 간호인력의 부익부빈익빈이 더 심화되고, 환자쏠림현상도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돈 얘기도 안 할수가 없다"며 "건보공단의 재정으로만 해당 제도를 시행해선 안 된다. 국가에서 특별지원금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력과 재정 문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전까지는 시기를 늦추자고 주장했다. 유 이사는 "현재 극히 일부만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민간 의료기관이 대다수인 지금, 어느 정도 민간기관에서도 시범사업을 한 후 본사업이 진행돼야 수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면서 "좀 더 고민한 후 시기를 조정해달라"고 당부했다.

보건의료노동조합 한미정 부위원장 역시 "현재 미시범사업 기관에서도 간호사 법적 기준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며 "기본적인 의료인력부터 배치하는 것이 순서"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상급종합병원은 인하대병원 1곳만 시행해봤을 뿐 정작 빅5, 전국 대학병원 등은 하지 않았다"며 "다른 곳도 함께 시범사업을 해야 제대로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수 있다. 너무 빨리가려고만 하지 말고 제도화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병원간호사회 곽월희 회장.

병원간호사회 곽월희 회장 역시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곽 회장은 "급하게 갈 일이 아니다. 인력확보부터 먼저 개선돼야 한다"며 "해결책은은 인력 양성이 아닌 법, 제도, 복지를 개선하는 것이다. 지금의 열악한 환경에서는 간호인력 불수급 문제가 전혀 해소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범사업에서 정원제한 규정으로 인해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것과 관련 "간호사들은 불안해서 포괄간호 시범사업 기관에 지원하는 것을 꺼릴 것"이라며 "인력을 확충해 제대로된 시범사업을 하려면 이러한 부분부터 고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건복지부 이창섭 보험정책과 행정사무관은 "앞으로 시범사업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간호인력 배치기준, 수가수준 등을 검증해나갈 계획"이라며 "오늘 나온 의견을 검토해보고, 이후 전문가들 의견을 반영하면서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 운영기관은 상급종합 1곳, 종합 31곳, 병원 3곳 등 35개소이며, 60병동, 2746병상에 해당된다. 다만 이들 병원 중 간호인력 채용 문제 등으로 27개소만 시범사업을 개시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