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심의 사례 공개

지난 5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돼 체외순환막형산화장치(에크모, ECMO) 거치술을 받은 바 있다.

심폐소생술을 반복하게 되면 환자상태가 악화될 수 있으나, 에크모의 경우 심장이나 폐의 기능을 회복시키면서 동시에 일정 농도의 산소를 주입할 수 있어 사용되고 있다.

실제 지금까지 나온 연구논문에 따르면 에크모 거치술로 환자의 생존율을 최소 10% ~ 최대 40% 가량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최근 비슷한 질환을 앓은 후 에크모 거치술을 받았다 하더라도 기준에 맞지 않으면 모두 삭감처분된다.
 

▲ 에크모 기기 참고 사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는 올해 9월 심의한 10개 항목의 사례별 청구 및 진료내역 등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우선 올해 1월 심장정지(pulseless electrical activity), 상세불명의 흉통으로 내원한 A환자(여/57세)는 심폐소생술을 받은 후 ECMO를 사용했다.

이 환자는 수일전부터 발생된 지속적인 흉통으로 타 병원 입원치료 중 심장정지(cardiac arrest)가 발생해 심폐소생술(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시행하면서 응급실로 내원한 것이다.

병원에서는 A환자에 심폐소생술 시행 후 정맥-동맥 에크모를 적용하고, 심평원에 이에 대한 행위료와 치료재료(QUADROX PLS)를 청구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에서는 에크모 인정기준에 따라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진료심사위는 "A환자의 진료내역 검토결과, 내원 당시 심장정지 상태로 인공호흡기 치료와 6회의 심폐소생술 등을 시행했다. 이후 동공 빛 반사가 없는 coma상태에서 ECMO를 적용했고, 3시간 30분만에 사망했다"면서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를 적용했다"며 삭감의 이유를 밝혔다.

실제 에크모 인정기준에 따르면, 기존의 치료법에 의해 교정되지 않는 중증 심부전 또는 기존의 기계적 인공호흡기 치료로 생명유지가 불가능한 중증 급성 호흡부전에 적용시 요양급여를 인정하되, 이미 진행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거나 불가역적 중추신경 장애 등으로 심장과 폐의 기능이 소생되기 어려워 시술의 의의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금기된다.

이어 "자발순환 회복(ROSC)은 심장의 기능이 충분히 회복돼 맥박과 혈압이 체크되고, 혈압 모니터링상 spontaneous arterial pressure wave 등이 있을 때를 의미한다"면서 "의사소견서상으로는 자발순환 회복(ROSC)이 유지됐다고 주장했지만, 진료내역을 보면 환자상태의 호전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진료심사위원회는 "A환자는 혼수(coma)상태로 동공 빛 반사가 없고, 혈압 측정 불가 또는 혈압 감소(60/35, 50/48mmHg) 등 환자상태의 호전이 없었다. 게다가 에피네프린 등의 약제를 투여하면서 자발순환이 회복된지 7~15분 후에 다시 심장정지가 발생했다"면서 "전반적인 진료내역을 감안할 때 에크모 시술을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6회의 연속된 심폐소생술 시행에도 자발순환 회복이 지속되기까지 1시간 31분의 시간이 경과됐다. 이는 저산소성 뇌손상이 충분히 예상되는 사례"라며 "비가역적 심장기능 부전으로 ECMO를 통한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라고 판단, 행위료와 치료재료 청구서를 돌려보냈다.

마찬가지로 올해 3월 심실세동, 심장정지로 내원한 B환자(남/66세) 역시 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후 정맥-동맥 에크모를 적용, 이에 대한 행위료와 치료재료(QUADROX PLSx1개)를 청구했다.

B환자도 그간 별다른 병력이 없던 환자로, 화장실에 의식 없이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돼 119 도착 후 심폐소생술을 받으면서, 응급실에 내원했다.

내원 당시 심실세동 상태로, 인공호흡기 치료와 4회의 심폐소생술 등을 시행했고, 혼수(coma) 상태로 자발 호흡(self respiration) 및 동공 빛 반사가 없는 등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ECMO를 적용했다.

이후 낮은 Hgb 수치( 4.2→1.9g/dl), 혈압 감소(58/53, 47/44, 40/30mmHg) 및 산소포화도(O2 saturation)가 측정되지 않는 등 상태가 악화됐고, DNR(do not resuscitation) 동의서를 받고 ECMO를 제거한 후 사망했다.

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는 "자발순환 회복(ROSC)은 심장의 기능이 충분히 회복돼 맥박과 혈압이 체크되고, 혈압 모니터링상 spontaneous arterial pressure wave 등이 있을 때를 의미한다"며 "병원에서 자발순환이 회복됐다고 기재된 시각의 진료내역 검토 결과, 여전히 혼수(coma)상태 였고, 자발순환이 회복(ROSC) 된지 1분, 4분, 13분 후에 다시 심장정지(cardiac arrest)가 발생해 심폐소생술을 반복 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전반적인 진료내역을 감안할 때, 심폐소생술 시행 중 자발순환이 회복(ROSC) 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이미 병원 밖에서 심장정지(cardiac arrest) 발생 후 10분간 전혀 심폐소생술이 시행되지 않았고, 119 도착 후 11분이 경과돼서야 병원에 도착, 내원 후 계속된 심폐소생술 시행에도 자발순환 회복이 지속(sustained ROSC) 되기까지 52분의 시간이 경과돼 저산소성 뇌손상이 충분히 예상되는 사례"라며 "비가역적 심장기능 부전으로 ECMO를 통한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라고 판단해 행위료, 치료재료 모두 불인정으로 처리했다.

이건희 회장과 '비슷한 사례'에서도 삭감

생명유지 목적으로 장기간 시행한 에크모에 대해서도 모두 삭감됐다.

성인호흡곤란증후군(adult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 ARDS)으로 입원한 C환자(남/52세)는 치료 도중 정맥-정맥(Veno-venous, VV) ECMO를 삽입 후 4주 이상 경과 후에도 호전되지 않았다.

이에 병원에서 폐 이식을 권유했으나, 환자가 이식을 원하지 않아 VV 에크모를 103일 20시간 동안 시행했다. 이후 병원은 부분체외순환10시간초과익일부터[1일당]-ECMO 사용과 QUADROX PLS 치료재료를 청구했다.

평가위원회는 "이는 체외순환을 통해 혈액의 산소공급과 이산화탄소 교환을 원활하게 해 기능부전에 빠진 심장과 폐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안정시켜 주는 요법"이라며 "현행 인정기준에 의거했을 때 C환자 사례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기존의 치료법에 의해 교정되지 않는 중증 심부전 또는 기존의 기계적 인공호흡기 치료로 생명유지가 불가능한 중증 급성 호흡부전에 사용토록 명시됐으며, '이미 진행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 불가역적 중추신경 장애, 지혈이 곤란한 출혈부위가 있어서 항응고요법의 절대적 금기증에 해당하는 경우, 말기암환자 등 동 시술이 의의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서 금기하고 있다.

위원회는 "교과서 및 가이드라인, 임상연구문헌 등에서도 에크모는 한시적으로만 심장 및 폐의 기능을 대치·보조하는 기계적 장치며, 기존의 적절한 치료에도 사망할 확률이 높은 가역적인 심장 또는 폐의 질환을 가진 환자가 대상이 된다"면서 "가정산소요법에 의존(home O2 dependence)해야 하는 비가역적 만성폐질환 환자나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만성 심장질환자는 금기시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DNR 환자는 ECMO 적용을 해서는 안 되는 절대금기(absolute contraindication)이며, 심장 또는 폐 이식 대기자가 아닌 불가역적인 폐질환 환자, 만성심장질환 환자는 ECMO사용의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위원회는 "보험급여의 원칙상 무의미한 치료라고 판단한 경우에 이를 인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는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후기 ARDS(late phase of ARDS)에 생명유지 목적으로 장기간 에크모를 적용한 건으로 윤리적으로는 다소 문제가 있을지라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는 ▲두개골조기봉합교정술 시 다량 사용된 흡수성 재질의 두개·안면골 고정재료 인정여부 ▲뇌기저부수술 인정여부 및 뇌기저부수술-전두개와 수가산정방법 ▲상세불명의 난청 진단을 받은 15개월 소아에게 시행한 인공와우(Artificial Ear Cochlear Implant) 요양급여 인정여부 ▲동일 날 진단목적의 양측 관상동맥조영술 후 중재적 시술 시 관상동맥조영술(다267) 수가산정방법 ▲단순병변, long lesion에 조영제 용량 초과사용 등의 사유로 시행한 staged PCI시술 인정여부 ▲자가조혈모세포 가동화시기 말초혈액 CD34 검사의 급여인정여부 ▲조혈모세포이식 요양급여대상 인정여부 등을 공개했다.

이는 모두 홈페이지(www.hira.or.kr)/요양기관업무포털/심사정보/정보방/공개심의사례에서 조회할 수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