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담배규제기본협약` 발효

비준국 3년내 경고문 부착·광고금지 해야

 지난달 27일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소비 억제를 위해 최초로 법적 구속력을 부여한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이 발효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3년 WHO 세계보건총회에서 회원국 만장일치로 체택된 FCTC는 지난해 11월 발효조건인 40개 비준국에 도달한지 90일이 지남에 따라 비로소 국제법상 효력을 갖게 됐다.
 비준국들은 향후 3년 이내에 담배포장에 강력한 경고문을 삽입해야 하며, 5년 이내에 담배 광고와 판촉에 대한 포괄적인 금지를 시행해야 한다. 담배규제에 있어 국제공조가 본격 시작되는 것이다.
 WHO 발표에 의하면, 흡연은 매년 5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전세계 사망원인 2위에 올라있다. 현재의 추세라면 2020년에는 연간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1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담배를 `사용자의 절반 이상을 죽음으로 내모는 지구상에 적법하게 판매되는 유일한 제품`으로 규정한 WHO는 ൕ억에 달하는 흡연자중 6억5000만명이 조기사망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1994년 발표된 한 보고서에 의하면, 흡연으로 인한 전세계적 순손실액은 2000억달러에 달하며 이중 3분의 1 가량이 개도국에서 발생한다. 담배소비 억제를 위한 범국가적 정책의 시행을 더이상 늦추지 말고, 우리나라도 FCTC를 속히 비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흡연이 국민의 건강에 미치는 폐해를 정확히 알고, 대국민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절실하다.
 WHO 자료를 통해 흡연이 가져다 주는 건강상의 폐해를 질환별로 알아본다.

폐암유발 5~10배 높여

암/ 흡연자에게서 폐암이 유발될 가능성은 비흡연자에 비해 5~10배 가량 높다. 선진국에서는 흡연이 폐암 발생원인의 80%를 차지할 정도다.
 이같은 경향은 개도국도 마찬가지로, 인도에서는 전체 폐암환자의 3분의 2 가량이 흡연가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의 경우 사망자 10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흡연자의 폐암 위험률이 비흡연자 보다 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은 체내에 흡입된 담배연기가 상부호흡기 조직에도 손상을 입혀 두경부암을 유발한다. 구강암을 예로 들면, 흡연자의 발병 위험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27배나 높게 나타난다.
 후두암은 흡연자에게서 12배나 높은 위험률을 보인다. 흡연자의 경우, 종양억제유전자로 알려진 p53의 변이가 비흡연자 보다 훨씬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흡연이 전체 방광암 발생원인의 40~70%를 차지, 가장 위협적인 단일 위험인자로 인식되고 있다. 흡연자의 방광암 발생위험은 2~3배 가량 높게 나타난다. 발암물질인 PAH(polyaromatic hydrocarbon)가 혈액을 통해 방광으로 운반돼 암 유발을 촉진한다.
 혈액을 통해 체내 조직으로 유입되는 담배의 발암물질은 췌장암이나 결장암 유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세기 중엽부터 여성흡연이 급속히 증가한 선진국에서는 유방암 또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덴마크의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30년간 담배를 피운 여성의 유방암 위험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60%나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서야 흡연과의 연관성이 밝혀지고 있는 자궁경부암은 30% 정도가 흡연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망 원인일 확률 높아
심혈관질환/ 미국, 핀란드, 네델란드,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그리스, 일본 등의 중년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심혈관질환 사망위험이 흡연량과 비례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하루 30개피의 담배를 피운 사람중 절반 이상(57.7%)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해 36.3%에 그친 비흡연자들과 큰 차이를 드러냈다.
 특히, 흡연은 동맥경화증을 야기해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서 심근경색 위험을 증가시킨다. 노르웨이의 한 연구결과, 흡연자의 심근경색 위험이 비흡연자와 비교해 남성은 3배·여성은 6배나 높게 나타났다.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비교한 또 다른 연구 역시 흡연이 경동맥 플라크 용적을 증가시켜 동맥경화증의 원인이 됨을 보여줬다.
 미국서 실시된 4.5년 기간의 연구에서는 혈관확장술(angioplasty) 후 흡연을 지속한 환자들의 사망위험이 비흡연자에 비해 76%, 수술 후 금연 환자들에 비해 44% 높게 나타났다.
 네델란드의 15년 추적·관찰 연구에서도 혈관우회술 후 1년간 담배를 피운 환자들이 금연한 경우와 비교해 2배나 높은 심근경색 위험을 보였다.

당뇨병 발생 위험 2배

당뇨병/ 1995년 발표된 하버드의대 연구팀 보고에 의하면, 과도한 흡연은 당뇨병 위험을 증가시킨다.
 연구팀은 1986년 당뇨병 병력이 없는 남성 의료진(40~75세)을 대상으로 6년 기간 동안 흡연과 음주가 당뇨병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결과, 하루 25개피 또는 그 이상의 담배를 피운 경우 비흡연자들에 비해 당뇨병 발생위험이 2배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흡연이 당뇨병의 독립적인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동맥경화 야기로 혈관 축소

말초혈관질환/ 흡연과 말초혈관질환의 상관관계는 1900년대 초 비흡연자에게서는 드물게 발생하는 버거씨병(Buerger`s disease)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모아졌다. 흡연은 2가지 방식으로 말초혈관질환에 영향을 미친다. 동맥경화증을 야기해 혈관을 축소시키고 혈류를 감소키거나 당뇨병을 유발해 합병증 위험을 증가시킨다.

둔부골절 8건 중 1건 원인

골다공증/ 흡연이 골밀도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29개 관련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에서 입증됐다. 연구결과, 둔부골절 8건중 1건 가량이 흡연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골손실이 빠르게 진행된다.
 흡연자의 둔부골절 위험은 비흡연자와 비교해 모든 연령대에서 높은 수치를 보이지만, 60대에서 17%·80대에서 71%·90대에서 100%로 나이와도 깊은 관계를 보인다.

갑상선호르몬 분비 줄여

갑상선질환 흡연은 갑상선호르몬의 분비를 감소시키고 그 기능을 억제해 갑상선기능저하증(hypothyroidism)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이외에도 흡연은 갑상선기능항진증(hyperthyroidism)에서 기인하는 그레이브스병(Graves` opthalmopathy)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