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전 의료윤리연구회장
36. 응답하라 의료윤리
좋은 개원 의사상
① Good doctor

2014년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3년 기준 총 의사면허 소지자는 11만 5227명이고 활동하고 있는 의사는 9만 9396명이다. 이 중 1차의료를 담당하는 개원의사는 39.1%(의원 96.1%, 병원 3.9%)를 차지하고 있고 이들 중 전문의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은 92.4%로 다른 나라의 1차진료 영역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높은 의료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개원의들의 사회적 위상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다.
연령분포를 볼 때 40대 이하가 전체 활동의사의 68.7%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90년대 이후 의과대학 설립이 급격히 증가해 41개 의대에서 매년 3500명의 의사들이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국민의 표를 얻을 목적으로 의과대학 설립을 허가해주고  일부 의료재벌세력이 영리 목적으로 의과대학 설립에 뛰어든 결과이다.

의사수 급증…전문직업성마저 흔들
의사의 수가 많아짐에 따라 의사에 대한 희소성도 감소되고 한국의사들의 위상도 변해왔다. 의사의 시대적 흐름을 볼 때 50년대 이후 30여 년을 의사들의 황금시대라고 한다. 이 시기의 의사들은 많은 부와 명예,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이런 황금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무분별한 의과대학 증설과 폭발적인 의사수 증가,  1977년 시작된 전 국민 의료보험은 의사들의 황금시대를 급속히 무너뜨렸다.

황금시대의 즐거움만 누리던 기성의사들은 정작 의사들이 가져야 할 의업의 본질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아 본 적도 없고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의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증가하고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의사집단은 항상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황금시대의 의사를 바라보고 의과대학을 들어온 젊은 의사들에게는 각박한 의료현실이 너무나 가혹하게 느껴진다. 희망보다는 장래의 불안감과 분노만 차 있다. 젊은 의사들과 기존 개원의들 불안감은  의사들이 지녀야 할 의료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마저 훼손하고 있다.

의사의 위상 지키려면
개원 의사로서 의사답게 인정받고 의사의 위상을 지켜나갈 방법은 없을까?
기성 의사들은 후배 의사들에게 어떤 의사로 살아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 줄 책임이 있다.
국민들에게 인정받고 의업을 천직으로 만족하는 생존의 방법(survival tool)을 고민하고 나눠야 한다. 20여 년간 대한민국 개원의사로 살아오면서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동료 의사들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그동안 아무도 알려주지도 않고, 고민해 보지도 못했던 부분들을 가슴을 열고 함께 나누고 길을 찾아가고 싶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대하는 방법부터 동료 의사와 직원들에게 인정받는 의사가 되는 방법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인정받는 좋은 개원의가 되는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의사가 알아야 하고 지켜가야 할 자세와 의사의 본분(전문직업성)에 대해 재정립하고 튼튼히 해나가는 것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출구가 될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돌아보면 길이 보인다. 엉킨 실타래를 풀듯이 첫 매듭을 찾아 시작하면 된다. 작은 일부터 고쳐가면 된다. 작은 불씨가 큰 불을 만들고 작은 물방울이 바다를 이룬다. 우리의 작은 변화가 의사사회 전체를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다.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작은 불씨가 옆 동료들에게 전해져 의료개혁의 불꽃을 이루고 젊음 의사 후배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소망한다. 대한민국 모든 개원 의사들이 국민들에게 인정받고,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며 행복한 개원의사로서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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