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검진 프로그램 경쟁력 충분 ... 현지 파트너 선택 가장 중요

국내 의료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병원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시각을 해외로 돌리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전 얘기다. 모두들 해외로 나가면 잘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녹록치 않았다.

해외 진출 초기의 장밋빛 청사진과 달리 실패하는 병원들이 속속 등장했고, 우리나라 병원이 해외에서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아픈 경험으로 얻게 됐다. 특히 대부분 대학병원은 자본을 투자하고 회수하는 것조차 어려운 의료법인이나 학교법인인 상황에서 무턱대로 해외로 나가면 필패라는 것도 알게 됐다.

경쟁이 치열한 국내에 계속 머물러 있을 수 없게 되자 최근 대학병원들은 위험이 비교적 낮은 검진센터를 수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검진의 노하우를 전달하고, 브랜드를 제휴하는 형식으로 해외로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비용은 로열티로 받는 형태를 띠고 있다.

건진센터 해외수출이 대세

건진센터를 해외에 설립한 첫 사례는 이싱세브란스 VIP검진센터다. 병원은 세브란스병원이 지난 2011년 10월 의료원, 이싱시 정부, 중대그룹, 네패스 4자간 협력 MOU 체결 후 설립한 검진센터다.

▲ 연세의료원 이싱세브란스 VIP 검진센터 

연세의료원은 이싱세브란스 VIP검진센터 설립에 자문 및 위탁 운영 부문을 맡고 있다. 또 고객 포지셔닝 전략, 검진프로그램 구성, 검진 설비 및 장비 선택, 운영체계 및 예산계획 수립 등 검진센터 설립 및 운영에 필요한 제반사항이 포함되며, 의료원은 업무 수행에 따른 자문 비용을 중대그룹으로부터 받고 있다.

원광대병원도 해외 검진센터를 오프한 곳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광대병원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몽골-서울 프로젝트'로 몽골 울란바타르 철도중앙병원 검진센터를 지난해 개소했다.

원광대병원은 2012년 몽골 철도중앙병원으로부터 건강검진 설립에 대한 운영 및 의료기술지원 사업을 역제안 받았다. 이후 몽골 건강검진센터 의료인력 국내연수, 현장 현지교육, 전문가 파견자문 등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8월 건강검진센터를 개소했다.

복지부 '병원서비스 글로벌 진출 지원사업'에 선정된 가천대 길병원은 '키르기스스탄 심혈관 건강검진센터' 설립을 진행 하고 있다. 지난해 현지 의료시장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벌였고, 현지의 의료제도 및 법적 제한 등도 검토했다고 발표했다. 또 사업수요와 컨소시엄 구성 등 심혈관 검진센터 설립을 위한 기초 작업을 마무리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9월 '서울대학교병원 협력 연길시중의병원 건강검진센터'를 중국 길림성 연변자치주 연길시중의병원 3층에 개원했다. 병원은 검진센터의 건설 단계부터 운영까지 통합 컨설팅을 제공하고, 중의병원에 검진프로그램을 짜주고, 임직원 교육도 진행한다. 중의병원은 앞으로 5년간 서울대병원에 브랜드 이용료와 자문료 등으로 약 25억원을 지불한다.

최근에는 서울성모병원이 국내 최초로 아부다비에 한국형 건강검진센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은 아랍에미리트(UAE)와의 국가 간 협력사업(G2G)을 바탕으로 한 민간의료 진출의 첫 사례이며, 아랍에미리트 현지에서 한국 의료 수출 사례의 교두보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보인다.

▲ 서울성모병원이 아부다비에 검진센터 설립 계약을 성공했다.

아부다비 중심지인 마리나몰(Marina mall) 내에 설립 예정인 한국형 건강검진센터는 향후 5년간 약 1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며, 병원은 매출액 대비 10%를 운영 수수료로 배분받는다.

또 병원에서 파견하는 한국 국적의 인력은 센터 전체 인력의 약 3분의 1인 25명으로 확정했으며, 인건비는 운영 수수료와 별도로 5년간 약 300억원(연봉 및 복지처우 포함) 규모로 대한민국 의료분야의 새로운 창조경제 실현 모델로 평가 받고 있다.

검진센터 진출은 여전히 매력적

전문가들은 검진센터를 해외에 진출 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북삼성병원 강상권 행정부원장은 검진시장을 키우기 위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운명이고, 만일 병원이 잘 안 되더라도 검진센터는 치명적이지 않아 도전해볼만하다고 주장한다.

강동경희대병원 한 관계자는 해외 검진환자를 국내로 유치하는 것은 미끼 상품일 정도로 제한적이라 검진센터를 해외에 짓는 것은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이처럼 검진센터를 해외진출의 주자로 꼽는 것은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이인표 국제협력팀장은 우리나라 건강검진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도전해볼만하다고 말한다.

이 팀장은 "해외환자 유치를 병원의 미래 먹거리라고 하는데 이는 좀 어패가 있는 말"이라며 "병원이 외국인 환자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겨우 3%"라며 "3%에는 국내 체류 외국인 까지 포함돼 있는 수치다. 이 정도를 갖고 경쟁력을 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건강검진은 상황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물론 시스템도 잘 갖추고 있어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해외에 진출했을 때 실패했을 때 위험이 크지만 검진은 리스크 메니지먼트가 가능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병원들이 해외진출 중 검진센터에 관심을 돌린 이유는 팀 중심의 적은 인원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검진은 환자의 수요 예측이 가능해 수익을 예측할 수 있어 병원에게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외국에 병원을 설립할 때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믿을 수 있는 현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라 강조한다. 국내 시장은 물론 외국의 상황 등 양국의 조건을 파악해 이를 조율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검진센터 설립 관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이 외국인환자 국적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중국 사람이 5만607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 3만2750명, 러시아 2만4026명, 일본 1만6849명, 몽골 1만2034명 순이었다. 중국인은 지난 2011년 1만9222명에서 2013년 5만6075명명으로 3만6853명이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동경희대병원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언제까지 우리나라에 올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사람들이 계속 우리나라를 찾을 것이라 생각하면 착각이다. 의료관광은 물론 의료기술도 곧 우리를 앞서갈 것"이라며 "우리나라 의사들이 손기술이 좋다지만 중국 사람들도 나쁘지 않다. 결국 성형수술 등에 대한 의료기술도 우리를 앞서가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중국사람 밑에서 우리가 일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대학병원들이 중국에 진출하는 것을 만만치보면 안 된다"며 "우리나라 의사들이 중국에 나가려 하지 않고, 중국에서는 중국어를 잘하는 사람을 원하는데 중국어에 유통한 의사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검진센터들이 해외로 속속 진출하는 초기 단계라 아직 결과에 대해 말하기는 이른 시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진출국의 현지 실정과 신뢰할만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인 만큼 철저한 사전준비와 신뢰할만한 현지 파트너를 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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