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학계·중소병협…환자 불편·위험 증가, 의사 진료권도 부정

▲ 대한심장학·대한심혈관중재학회와 중소병협이 '스텐트 협진 의무화' 고시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사진은 심장학계의 기자간담회 장면>

대한심장학회(이사장 오동주)·대한심혈관중재학회(이사장 안태훈), 중소병원협회가 '12월1일부터 순환기내과 전문의와 흉부외과 전문의가 협의해 치료방침을 결정해야 한다'는 스텐트 협진 의무화 고시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 사안은 "지난달 30일 보건복지부가 평생 3개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했던 심장 스텐트를 개수 제한 없이 보험 적용하되 적정사용 및 최적의 환자 진료를 위해 협진을 의무화한 것"으로 당시 큰 논란을 일으켰었다.

심장학계의 반발과 흉부외과의 환영 흐름이 이어지던 것이 이번 국감에서 이목희·문정림 의원이 문제제기하면서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대한심장학회(이사장 오동주)와 대한심혈관중재학회(이사장 안태훈)는 28일 이 고시가 적용되면 협진으로 인해 환자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이로 인해 사망률 증가 같은 위험성도 함께 높아지며, 의사의 진료권(전문가적 결정과 선택)도 부정하고 있어 원점에서 재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고시에는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 스텐트 시술)만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관상동맥우회술(CABG, 우회술)이 가능한 의료기관과 MOU를 체결하고 심장통합 진료팀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다혈관 질환에서는 반드시 흉부외과와의 협진 기록이 있어야 스텐트 시술 급여가 인정된다.

두 학회는 이와 관련, 복지부와 심평원은 2010년 유럽 심장학회 권고안을 근거로 제시했으나, 개별적인 심장팀 협진을 권고했다가 문제가 있음을 인식, 지금은 각 병원의 현실에 맞는 기관별 진료지침을 만들어 환자가 협진 결과를 기다리지 않도록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심장학회에서도(2011년) 다혈관 복합 병변은 약물치료보다 혈관 재개통술이 우월하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스텐트나 수술적 치료를 포함하는 것으로 복지부에서는 이것을 수술만을 권유하는 것처럼 강조했다고 말했다.

협진 결과 두 의사의 의견이 서로 일치하지 않아 치료방침을 결정하지 못하면 장시간 대기로 인한 비용과 위험성이 증가하고, 중증환자의경우 기다리는 동안 악화돼 심근경색, 급사 등이 발생할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심장학계의 주장이다.

특히 협진을 통해 흉부외과 의사가 환자의 스텐트 시술을 계속 반대할 경우 차후 삭감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술을 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스텐트 시술을 원하는 환자는 흉부외과 의사가 동의해 주는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두 학회는 또 "고시 내용에서 '심장스텐트'는 의학적 근거만 있으면 개수 제한이 없는 것처럼 돼있으나 불합리한 행위기준을 새로 만들어 의학적 근거 및 환자의 선택이 있어도 삭감할 수 있는 규제를 만드는 등 실제 내용은 보험 재정절감 목적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대형병원 쏠림으로 인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우려했다. 2011년 현재 기준 스텐트 시술을 하고 있는 곳은 145개소. 우회술을 실시한 곳은 79개소로 스텐트 시술만 하는 곳은 66개소다. 스텐트 시술을 하는 의료기관 중 45.5%는 우회술이 가능한 의료기관과 MOU를 맺고 협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심장학계는 "MOU를 통해 협진을 하려고 해도 우회술을 하는 기관이 인근에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경상북도에 있는 의료기관 중 8개소는 스텐트 시술을 시행하고 있지만 우회술을 시행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서울·경기 이외의 지역에서 연간 50건 이상 수술 실적이 있는 병원은 단 두 곳 뿐이다. 이 지역 기관들이 기존처럼 스텐트 시술을 하기 위해서는 이 중에 90분 이내 우회술이 가능한 곳을 찾아 MOU를 맺어야 한다.

이에 따라 심장학계는 심장 수술팀이 있는 병원의 실태(수술능력, 실적, 지리적 접근성 등)에 대한 파악 없이 '90분 이내 응급 관상동맥 우회술 실시 가능 요양기관' 과의 협약을 강제한 것은 준비 안 된 탁상행정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결국 흉부외과 전문의가 없는 중소병원들은 스텐트 시술 1등급을 받았더라도 앞으론 시술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고 서울 등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수술팀 없이 스텐트 시술만 시행하는 병원이 33% 이상에 이른다. 국내 스텐트 시술 실력은 세계 정상급이며 중소병원이라고 해서 사망률이 높지 않다.

심장학계는 "선진국에서는 중소병원 육성을 위해 대형병원이 지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철저히 대형병원에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의료사고 발생시 책임소재, 의견이 갈릴 경우 결정, 타병원 협조요청시 즉시 협조 가능성 문제, 흉부외과 의사가 없을 경우 등도 문제로 제기했다.

또한 복지부에서 근거로 제시한 유럽의 최신 2014년 가이드라인에서는 다혈관 복잡 병변에 대해 스텐트 시술을 할 때에는 기관별, 지역별 상황에 맞게 흉부외과의들과 협진할 것을 강제가 아닌 '권고'를 하고 있으며 지금도 협진이 필요한 환자는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흉부외과와 협진을 시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심장학계는 "12월 1일부터 이 고시가 시행될 경우 전국에서 대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사안은 두 진료 과의 영역 다툼이나 밥그룻 싸움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국민 안전에 대한 문제로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주문했다.


중소병원들도 반발
중소병원협회는 28일 "환자안전을 위해 스텐트 시술을 관리하고, 협진을 통해 보다 안전한 시술을 하고자 하는 보건복지부의 고시 개정 의도는 이해한다"면서 "심혈관질환의 응급성과 임상적 경험에 의한 신속한 시술이 환자를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병협은 90분내 응급 관상동맥 우회술(CABG) 실시 가능 요양기관과 의료협약(MOU)을 체결해 심장통합진료를 실시토록 하고 있으나, MOU한 기관의 흉부외과 의료진이 항시 대기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닐 수 있음이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MOU를 한다고 해서 소속된 의료기관에서의 환자관리를 무시하고 실시간으로 통합진료를 할 수는 없는 여건도 상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전국적으로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 중소도시의 대다수 국민은 심혈관질환에 있어 안전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병협에 따르면 대다수 중소병원은 그간 지역에서 거점역할을 충실히 하며, 심장 스텐트 시술에 있어 적자 운영을 감수하면서도 국민의 의료이용 편의성과 환자 상태에 따라 최선의 조치를 해 왔다. 증세가 심한 환자는 보다 나은 의료기관으로의 연계역할을 했다. 

중소병협은 그러나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중소병원에서는 향후 스텐트 시술을 할 수 없는 의료 환경이 되고, 소수의 대형 대학병원으로 쏠림현상은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복지부는 고시가 시행되기 이전에 전문가 단체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국민의 의료서비스 이용 편의 증대와 안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정책을 시행해 줄 것"을 촉구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