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강검진 변해야 산다!

다른 곳에는 없는 ‘킬러 서비스’로 환자 마음 사로잡아야
우물안 개구리 벗어나야…정신건강으로도 확장

 
건강검진 시장의 수익성이 한창이던 시절 대학병원들은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가 건강검진이 활성화되고  질병중심에서 예방중심으로 트렌드가 바뀌면서 예상치 못했던 수익을 얻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병원들이 어려워지면서 중소병원은 물론 개원가들까지 검진센터를 열면서 시장은 치열해졌다. 또 건강검진을 전문으로 하는 대형병원들이 생기면서 시장은 그야말로 격전장이 됐다. 여기에 검진 가격 파괴, 덤핑, 서비스 검사, 1+1 등이 등장하면서 시장은 혼탁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그동안 안전지대로 불리던 대학병원 검진센터도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대규모 시설과 인력을 갖춘 빅5병원들도 환자유치를 위해 발을 동동거려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검진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북삼성병원 강상권 행정부원장은 퀄리티 있는 검진, 환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킬러 서비스(killer services), 시장개척 등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퀄리티를 높여라
검진 시 허리둘레, 키, 혈압 등은 측정할 때마다 측정값이 다르다. 강북삼성병원은 검진의 모든 것을 표준화 해 퀄리티를 높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지난 2009년 미국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과 공동으로 코호트 연구를 시작했다. 두 기관이 20년에 걸쳐 강북삼성병원 검진자 약 30만명의 자료를 분석하는 코호트 연구를 통해 검진의 국제 표준화를 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9월 일산 킨텍스에서 대한병원협회 주최로 열린 검진센터 운영전략 심포지엄에서 강 행정부원장은 처음 검진센터를 구상할 때 경영에서 모자라는 부분을 검진센터에서 벌어 들여야겠다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강 행정부원장은 "처음에는 돈 때문에 시작했는데 센터를 운영하면서 암발견 1500건, 암전단계 발견 3만 5000건 등을 발견하고 나니까 생각이 달라졌다"며 "검진을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병원보다 퀄리티를 높이려면 표준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차별화로 경쟁력 확보
전문가들은 다른 검진센터에 없는 서비스 즉 킬러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동경희대병원은 양한방협진을 토대로 중풍뇌질환센터, 관절류마티스센터, 척추센터, 건강증진센터를 운영하면서 타 병원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한 관계자는 "한방이라고 해서 과거처럼 단순한 진료가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정밀분석, 맥박 분석 등으로 검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밀착형 서비스도 강동경희대병원의 강점이다. 외국 환자라면 고객의 출국 날짜를 확인하고 그 시간에 맞춰 검진을 진행하고, 코디네이터도 많아 고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은 IT기술을 활용한 고객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있다. 검진표를 미리 컴퓨터에서 작성하는데, 이전 검진을 했던 사람이라면 변동 사항만 체크하도록 해 환자의 편의를 도모했다. 또 핸드폰으로 무인접수를 시작해 단계별로 상황을 알려주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부부가 함께 검진을 시작해 남편이 먼저 끝났을 때 부인이 어떤 검사를 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검진센터 안에 놀이방 시설을 통해 검진을 편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차후 안심 키즈룸 즉 CCTV 등과 연결된 스마트기기로 언제든 아이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건강검진의 문제점으로 사후관리가 안 된다는 것은 오래된 얘기다. 여의도성모병원은 검진 후 사후관리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검진센터 운영전략 심포지엄에서 여의도성모병원 건강증진센터 박수헌 소장은 매년 회사에서 검진을 받는 임직원 중 대사성 질환에 노출돼 건강등급 C, D를 받은 대상자 중에서 영양상담이나 운동처방, 약물투여를 해 다음 번 검진 때 건강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측정했다고 발표했다.
박 소장은 "1차년도인 2011년 후반기부터 사후관리를 시작한 결과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등 유병률은 2011년까지 증가하다 사후관리가 시작된 2012년, 2013년의 유병률은 현저히 감소했다"며 "사후관리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직원들의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유병률은 25.2%에서 15.9%로 개선된 반면 참여하지 않은 직원들의 유병률은 22.2%에서 28%로 악화됐다"고 말했다. 

검진센터를 체크(Check) 업(Up)으로 명명한 세브란스병원도 검진 사후관리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병원은 검진 사후 관리를 위해 맨투맨 안내서비스와 다양한 검진 후 관리 및 건강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건강마일리지 프로그램을 도입해 검진의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외국인시장 개척해야
검진의 영역을 확장하고 국내 환자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외국 환자를 유치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로운 검진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북삼성병원 강상권 행정부원장은 정신건강검진을 추천했다. 강 행정부원장은 국내 최초로 검진에 정신건강 개념을 도입했는데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강 행정부원장은 "이제 새로운 검진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마음건강 시장은 굉장히 크다"며 "우리 병원은 국내 최초로 검진에 정신건강평가 개념을 도입했는데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한다. 다른 병원들이 검진에 정신건강을 도입하려 하면 모든 툴을 오픈할 의지도 있다"고 밝혔다.
또 "검진시장에 뛰어든 병원들이 준법경영을 하지 않고 경쟁으로만 치닫는다면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도 정신건강을 검진에 도입했다. 마인드프리즘과 협약을 맺고 전문적인 정신건강 검진프로그램 서비스로 '내마음보고서'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외국 환자를 검진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아시아나와 제휴로 서울아산병원에서 검진을 하는 외국인 승객에게 항공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병원은 건강검진 특별 할인 혜택 및 전담 간호사 배정 등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건강증진센터 한 관계자는 외국 환자가 검진센터로 찾아오게 하려면 병원마다 비즈니스 계획이 구체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외국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며 "서울아산병원이 잘 하고 있는데 의사네트워크를 튼튼히 만드는 것이 바로 환자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통계를 보면 외국인 검진 환자 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숨은 수치가 있다는 게 그의 추측이다. 통계에 안 잡히는 검진이 있을 수 있고, 또 등록하지 않고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에이전시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외국 환자가 오려면 엄청난 관광코스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쉬운 부분이 있고, 출입국 절차가 쉬워야 하는데 이 또한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또 앞으로 3~5년 사이에 중국이 의료관광으로 우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