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H, R&D 지원 등 투자 많아도 실적 낮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의료시스템 사업, 의료기기 기술개발사업, 연구지원 등에 투자한 것은 많지만 실익을 못 거두거나 이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위원회는 21일 국회에서 진흥원 국정감사를 통해 R&D 사업과 보건의료 수출사업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KMH는 실패한 사업"

보건복지위원회 남윤인순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안철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진흥원이 최대 주주로 있는 코리아메디컬홀딩스(KMH)가 실질적으로 실패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KMH는 정부 협력기반 의료시스템 수출을 위해 2013년 3월 설립된 회사로 현재 진흥원은 지분률 26.5%를 보유한 이 회사 최대주주이다. 또한 복지부도 KMH에 2013년도 10억5000만원, 2014년도 9억4000만원을 민간경상보조비로 지원했다.

그러나 KMH의 사업추진현황을 보면 주요 6개 추진 사업의 대부분이 '현재 사우디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태'이거나 '지연'되는 상태로, KMH의 2013년 3월 5일부터 2013년 12월 31일까지 영업 손실이 6억4000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KMH에 대해 2013년 12월 30일과 올해 3월 31일 두 차례 '민간경상보조 사업수행기간 연장 신청'을 승인했다. 진흥원은 지난 5월 16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KMH에 2억원의 추가 증자를 결정했다.

안철수 의원은 2대 주주인 한국산업은행도 유보한 증자에 나선 경위를 묻고, 사업 성과만 바라보고 자금을 소진하며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굉장히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또 복지부가 회사 설립을 주도하는 등 관피아 논란에도 불구하고 밀어부치면서 자본잠식 상황에도 무리하게 출자했으며, 참여 병원 및 주주들에게 특혜를 주는 등 총체적으로 엄청난 부실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정기택 진흥원장은 "지적한 문제를 충분히 숙고하고 특히 국민 혈세가 투자되는 것이기에 이런 문제점들을 신중히 파악해 성과를 내 국부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700억 들여 만든 의료기기 70%, 매출은 꽝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은 진흥원이 의료기기 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제품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의료기기 10대 중 4대는 시중에 판매되지 않고 있으며 3대는 매출실적이 연구비의 4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5년간 진흥원이 의료기기 기술개발사업을 통해 공모한 217건의 과제 중 제품화에 성공한 의료기기는 42건으로 19.4%에 불과했다. 42건 중 67%에 해당하는 17건은 아예 판매가 되지 않고 있고, 26%에 해당하는 11건은 매출액이 연구비의 40%도 채 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단순히 제품화된 의료기기 건수보다는 국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 위주로 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정부는 국민 혈세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도록, 과제 선정, 연구 개발, 상용화 등 사업의 전 과정에서 투자한 국가 예산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산 받고 먹튀한 R&D 과제들, 환수도 못해

최동익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21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정감사에서 이미 중단했지만 연구액을 환수하지 못한 R&D 과제가 쌓여있으며, 이 상황에서 정기택 진흥원장은 환수받아야 할 이익단체 등 관계자와 해외출장에 나서는 등 조신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중단된 연구과제는 총 28건으로 가장 많은 이유는 '중간평가 결과에 따른 것'으로 10건에 달했고, '책임자 이직 및 퇴직' 같이 연구기관과 연구자의 행동으로 연구가 중단된 경우가 6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 외에 다양한 이유로 연구가 중단됐다.

특히 중단된 연구과제 28건 중 환수조치가 결정된 것은 16건에 그쳤고, 그 외 12건은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28개 과제에 집행된 연구비는 166억1700만원이지만, 그 중에 환수된 금액은 27억4100만원에 그쳤다. 지원된 연구비 총액 대비 16.5%만 환수된 것으로 나머지 139억7600만원은 환수 받지 못한 것이다.

최 의원은 "환수 받아야 할 대상들이 대부분 제약사, 병원 등 관계자들인데 왜 이들과 해외출장을 다니냐"며 "지난 3월 원장 될 때도 시끄러웠는데 임명한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누가 되지 않게 조신히 처신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원장은 "환수나 SCI 등 논문평가에 대해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며, 공직자로서 더욱 조심하겠다"고 전했다.

"진흥원 R&D사업, 실적에만 관심"

이명수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새누리당)은 현재 진흥원이 수행하고 있는 R&D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수행하는 보건의료 연구개발(R&D) 사업은 질환 극복, 건강 증진 등의 목적을 위해 보건의료 기술·인력·인프라 등의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R&D 예산 대부분은 제품·서비스 개발에만 쓰이고 있다"며, "실제로 지난 5년간(2009~2013) 3743건(1조2662억원)의 과제 중 제품의 사업화를 이끌어내는 연구개발은 463건(2198억원)으로 12.4%만이 실제 사업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진흥원의 R&D 결과에 따른 사업화가 저조한 이유는 사전에 시장분석을 통한 연구 타당성이 고려되기 보다는 실적만 높이기 위한 양적 팽창에 있다"며, "중·단기 분야별로 전략적인 R&D 사업 추진을 위한 진흥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은 진흥원이 보건의료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지사를 설립·운영하고 있지만 실적 없이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문정림 의원(새누리당)은 에볼라출혈열, 중성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 등 신·변종감염질환이 기승인데 대응하기 위한 진흥원의 R&D 예산은 오히려 작년보다 줄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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