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래는 수수께끼…약독화 과정 거쳐 초기 부족했던 안전성 향상

     1 항암리오바이러스 
     2 항암 헤르페스바이러스
     3 항암백시니아폭스바이러스    
     4 항암믹소마폭스바이러스
     5 항암다람쥐폭스바이러스
     6 항암홍역바이러스
     7 항암파보바이러스

항암백시니아폭스바이러스란?
항암백시니아폭스바이러스(Oncolytic Vaccinia Poxvirus)란 복제가능(감염력) 바이러스로서 야생형 혹은 약독화된 바이러스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암치료에 도움을 주는 특정유전자를 삽입해 암치료에 이용하는 백시니아바이러스다. 백시니아폭스바이러스 유전자는 겹가닥(double stranded) DNA로 구성돼 있으며 약 200개의 바이러스 유전자로 구성돼(J Virol. 2011;85:9899-9908), 크기가 약 250nM 정도다.

항암백시니아폭스바이러스의 유래
천연두를 일으키는 베리올라폭스바이러스(Variola Poxvirus)는 인류 역사에서 바이러스 감염성질환 중 가장 위협적이었던 병원성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우리나라에서 마마로도 잘 알려진 이 질환은 과거 역사문헌에 자주 등장한다. 언제부터 천연두질병이 시작된 것인지는 모르나 고고학적 기록을 보면 B.C 11세기경 이집트 람세스 5세의 미이라에서 천연두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17세기에 영국의 의학자인 에드워드 제너가 소젖을 짜던 여인들 중 가벼운 폭스 질병을 앓았던 이들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해 당시 소에서 유래된 것이라 믿었던 백시니아바이러스를 어린이에게 접종하면서부터 우두법이라고 일컬어지는 예방백신 기술이 개발됐다. 이 바이러스를 사용한 예방접종법이 전 세계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1980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천연두의 완전박멸을 선포하기에 이르렀고, 현재는 백시니아바이러스를 사용한 예방접종을 더 이상 시행하지 않고 있다. 천연두 박멸은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의학적 성과 중 하나로 여겨진다.

천연두 예방접종을 위해 에드워드 제너가 사용했다는 백시니아바이러스는 실상 그 유래를 잘 모르기 때문에(소에서 유래된 바이러스가 아님) 우두법이라는 명칭이 학술적으로 정확한 용어는 아닐 것이다. 백시니아바이러스의 원래 숙주(natural reservoir host)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으며 소에 질병을 일으키는 폭스바이러스와는 다른 strain으로서 아마 계속 수수께끼로 남을 전망이다(Med Hist. 1982;26:94-95). 결국 항암바이러스로 개발돼 현재 임상에 적용되고 있는 백시니아바이러스는 그 유래를 모르는 셈이다.

 
인체에 안전한가?
1960년대 초 사용됐던 백시니아바이러스는 안전성 면에서 완벽한 것은 아니어서 100만 명 중 1명 정도에서는 백신접종 후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는 안전성이 높은 여러 종류의 백시니아바이러스들을 개발하게 됐다. 안전성이 크게 향상된 약독화된 strain들 중에는 MVA(독일), LC16m8(일본) 등이 가장 최근까지 개발됐으며 면역이 현저히 결핍된 사람에게 적용해도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Poxviruses. ed by Andrew A. Mercer, Axel Schmidt and Olaf Weber. 2007. Switserland).

결국 현재 항암바이러스 임상에 사용되고 있는 백시니아바이러스들은 약독화된 바이러스들로서 예방접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우나 대체적으로 안전할 것으로 전망되며 최근 발표에서도 안전성 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나타냈다.

초기의 항암백시니아바이러스에 대한 여러 연구들
2001년 미국립보건원(NIH) 연구진은 백시니아바이러스가 대장암 동물모델에서 항암효과가 있음을 보고했다. 이 당시 사용한 백시니아는 약독화된 복제가능 WR(Western Reserve) strain을 사용했다. WR strain은 초기에 백신예방접종으로 널리 사용된 NYCBH(New York City of Board of Health) strain에서 유래됐다(Cancer Research 2001;61:8751-8757).

2006년에는 국내 동아대 연구진에 의해 백시니아바이러스가 간암 동물모델에서 항암효과가 있음이 보고됐다. 이때 사용한 strain은 약독화된 복제가능 Wyeth strain으로서 다른 이름으로는 Dryvax라고도 불리는데, 미국에서는 지금도 군인이나 폭스바이러스 연구진에게 천연두 예방접종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Molecular Therapy 2006;14:361-370).

2007년에는 존스홉킨스의대 연구진이 백시니아바이러스가 난소암 동물모델에서 항암효과를 나타냈다고 보고했는데, 이때 사용한 strain은 약독화된 복제가능 Lister strain으로서 1870년 프러시안 전쟁 시 어느 군인의 폭스 상처에서 분리된 것으로 영국 등지에서 천연두 예방접종에 널리 사용됐던 바이러스였다(Gene therapy 2007;14:20-29).

암세포만을 퇴치하는 이유는?
백시니아폭스바이러스 또는 믹소마폭스바이러스 등 폭스바이러스는 정상세포 및 암세포에 존재하는 발암유전자(라스) 또는 종양억제 유전자의 변이에 의해서 유도된 숙주특이적 감염을 통해 암세포를 사멸할 수 있음이 2004년, 2010년, 2012년에 걸쳐 미국립보건원, 캐나다 오타와대학, 캐나다 캘거리대학 등 여러 연구진에 의해 보고됐다(J Biol Chem. 2004;279:52210-52217, Oncogene 2010;29:3990-3996, Mol Ther. 2012;20:749-758).

여러 고형암 치료에 적용중
항암바이러스는 임상시험을 통해 여러 고형암에서 암세포를 감염 사멸시키고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1870년 프러시안 전쟁 중 어느 병사의 상처에서 유래된 Lister strain(GL-ONC1)을 사용(바이러스의 복제감염효과를 추적 위해 바이러스유전자에 형광관련유전자 삽입)함으로써 두경부암 등 각종 말기 고형암과 복강전이암, 말기 폐암환자에서 발생하는 흑막유출암(pleural effusion)의 치료에 적용하기 위한 1, 2상임상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NCT00794131, NCT01443260, NCT01766739, NCT01584284, NCT01443260, NCT01766739). 일부 임상은 미국 굴지의 암센터(Memorial Sloan-Kettering Cancer Center) 지원 아래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 굴지의 반려동물 암센터(Angel Care Cancer center)에서는 인간뿐 아니라 암에 걸린 반려동물을 치료하기 위한 임상도 진행 중이다.

Wyeth strain(JX-594)을 사용(항암면역유도를 더욱 활성화 하기 위해서 바이러스 유전자에 GMCSF라고 하는 유전자를 삽입)한 임상도 활발히 진행 중인데, 동아대병원에서는 말기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1상을 완료했고, 임상2a는 미국, 한국, 캐나다에 있는 9개 병원(부산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에서 완료돼 임상2b가 조만간 시작될 전망이다(NCT01387555, NCT00554372, NCT00629759).

동아대병원에서 진행했던 간암 임상1상에서는 높은 안전성과 항암효과를 보였는데(Lancet Oncol. 2008;9:533-542), 14명의 환자 중 1명은 완치된 것으로 보고돼 완치율 7%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1, 2상이 조만간 개시될 전망이다(NCT01380600, NCT01394939).

개인적으로는 과거 여러 필류의 항암바이러스 완치율이 단독 바이러스로 사용 시 20~30%대를 나타내는 것을 감안할 때 백시니아바이러스의 완치율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도록 복제감염력 증대 등을 통해 좋은 strain을 확보하는 것과 다른 필류의 항암바이러스와 병용연구 등를 통해 간암에 대한 항암바이러스 완치효과가 향후 보다 향상되길 기대해본다.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의 국가들에서는 간암이나 위암의 발병률이 서구에 비해 월등히 높다. 최근까지 항암바이러스가 주로 서구에서 개발됐기에 아시아인에 호발하는 암종에 대한 임상시험이 극히 부족한 편이고, 상대적으로 서구인에서 호발하는 피부암, 전립선암, 유방암 등을 대상으로 한 임상이 활발하다.

향후 한국에서 개발될 항암바이러스들은 간암이나 위암 등 아시아인에 호발하는 암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해 보다 효능이 향상된 항암바이러스 신약개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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