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국감 종합] 싼얼병원 사태・원격의료 '태풍의 눈'...수술실 압수수색 사건도 이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3~1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역대 국정감사 가운데 보건의료분야에 이토록 집중조명이 쏟아진 때가 또 있을까. 의료영리화 논란부터 수술실 압수수색 논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들이 국감현장에서 다뤄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3~14일 양일간 정부세종청사에서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번 국감에서 가장 뜨거웠던 감자는 의료영리화 논란. 싼얼병원 사태와 원격의료 허용 논란,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를 위한 정부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둘러싼 논란 등이 줄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수술실 압수수색 논란과 접수환자 주민번호 금지 혼란, 노인 외래환자 본인부담금 정액제 개선 요구 등 현장 중심의 의료현안들도 세세하게 다뤄졌다. 

"싼얼병원 예견된 실패...정부 욕심이 화 불렀다"

정부 주도 하에 국내 1호 투자개방형 영리병원으로 추진되다 끝내 무산된, 싼얼병원 사태와 관련해서는 야당 의원 대부분이 질의에 나설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야당은 싼얼병원 사태를 의료영리화 졸속 추진의 '예고편'으로 규정해 공세를 이어갔다. 영리병원 유치라는 실적에 매몰돼 정부가 무리하게 일정을 추진하다, 실패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인재근 의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싼얼병원의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통령, 청와대, 국민 모두가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인 의원은 "이는 정부관료가 대통령과 국민을 속인 국가 문란사태"라며 "(싼얼병원 허가를 추진했던) 복지부와 기재부, 제주시가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 성역 없는 조사를 통해 관계자를 일벌백계하고 주무장관인 복지부 장관도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김성주 의원과 김용익 의원, 이목희 의원, 최동익 의원 등도 졸속추진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영리병원 유치라는 성과에만 매몰돼 승인-불허를 반복하면서 좌충우돌했고, 결국 그 내용이 청와대에까지 보고돼 국제적인 망신만 샀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복지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응급의료체계 미비 등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었는데도 경제부처의 논리에 휘말려, 병원설립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최동익 의원은 "(복지부가) 기재부 눈치를 보느라 (싼얼병원 설립을 허용)한다고 했다가 언론에서 문제를 지적하자 부랴부랴 해명자료를 내고, 문제가 심각해지자 그제서야 설립허가 계획을 취소했다"고 지적했다.

남윤인순 의원 또한 "싼얼병원 사태는 결국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투자활성화 대책과 규제완화 정책이 얼마나 허술하고 졸속으로 준비, 추진되고 있는지 그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원격의료-영리자회사 졸속추진...제 2 싼얼병원 될라"

야당은 이 같은 패턴이 비단 싼얼병원의 사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원격의료 시범사업 강행,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설립과 부대사업 확대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또한 의료를 경제적 논리로만 재단하는 의료영리화 정책이자, 싼얼병원 사태의 연장선에 있다는 얘기다.

덧붙여 철저한 준비 없이 제도시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 그 과정에서 국민과 여론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도 강행되고 있다는 점 등도 닮았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하했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과 관련해 입법예고 기간 중 무려 4만건이 넘는 국민들의 반대의견이 접수됐고, 전문가단체 대부분도 개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들을 설득할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개정안을 일방으로 공포했다"고 비판했다.

최동익 의원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최 의원은 "국회와 변협 등 전문가단체들의 위법성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심의과정에서 법제처가 문제로 제기한 일부 부대사업만 제외한 채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강행했다"면서 "국회와 전문가가 문제가 있다고 해도 법제처가 문제가 없다고 하면 끝나는 일이냐"고 따져물었다.

원격의료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김성주 의원은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한 복지부 입장을 질의한 결과 ‘일반 의료기관 대상 원격모니터링 시범사업에 대한 참여기관별 안내지침은 마련 중으로 추후 제출할 예정이며, 장비 구매계획 또한 현재 마련 중’이라고 답변했다"고 밝히면서 "9월 말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떠들썩한 보도를 하면서 아직도 관련 가이드라인과 장비 구매 등 지침조차 내려가지 않아 참여기관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손 놓고 있는 상황을 초래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문형표 장관 "공공이냐 산업이냐, 이분법적 시각 문제"

복지부가 경제부처의 논리에서 벗어나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촉구도 이어졌다.

안철수 의원은 정부 내에 건전한 비판세력이 없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모든 것이 기재부와 청와대의 주도하에 진행되고 있다. 복지부 장관이 방패 역할을 해줘야 공공성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야당의 공세에 복지부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싼얼병원 사태와 관련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진행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정부 정책기조에 반하지는 않았으나 싼얼병원의 재정문제로 결국 승인을 취소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에 대해서는 "정부의 각종 정책들이 의료영리화 괴담과 맞물려 오인되거나 굴절됐다"면서 "의료법 시행규칙의 개정은 환자와 종사자 편의증진, 보건의료산업의 세계화라는 정책방향으로 진행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의료공공성 강화에 앞장서야 할 복지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공성이냐 산업이냐를 가르는 이분법적인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공공성은 지키되 산업은 산업대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수술실 압수수색 논란-개인정보보호법 혼란 '송곳 질의' 

영리화 논란 가운데, 현장 중심의 의료 현안들에 대한 송곳질의들도 나왔다.

가장 눈에 띄었던 인물은 의사출신인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 문 의원은 이틀간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30여건에 가까운 크고 작은 보건의료분야 이슈들을 다뤘다.

크게는 의원과 병원, 대형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 계획의 조속한 이행부터, 작게는 호스피스 병상 부족문제나 의료급여 정신과 수가의 비현실성 등을 지적해 관심을 모았다.

백미는 수술실 압수수색 사건 논란. 문 의원은 이날 최근 벌어진 서초경찰서의 의원 압수수색 사건을 짚었고, 문형표 장관은 미처 사건의 내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호된 질타를 받았다.

문정림 의원은 "의료현장의 가장 큰 이슈를 복지부 장관이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복지부는 겉으로 드러나는 멋진 일에만 시선을 둘 일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질책했다.

문 의원의 거듭된 질책에 문형표 장관은 "미처 챙기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히고 "빠른 시일 내에 대처해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양승조 의원은 노인외래 정액제도의 비현실성, 이목희 의원은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양 의원은 "노인외래 정액상한금액이 14년째 동결되면서, 노인들의 의료비를 지원한다는 본래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며 정부에 이에 대한 시급한 대책마련을 촉구, 정부로부터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얻었다.

이목희 의원은 "우리나라 전공의들은 주당 100시간을 일하고 있다. 근무시간과 급여 등 전공의 수련환경과 처우가 전면개편되어야 한다"고 지적, 문형표 장관으로부터 "의료계와 논의해 개선방안을 만들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4대 중증 보장성 강화 제도 보완" 발전적 제언도 이어져 

안철수 의원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정책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해 눈길을 잡았다.

안철수 의원은 4대 중증 보장성 강화정책의 수혜자가 소득 상위계층에 몰려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검토와 조정을 요구했다. 또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라면, 일련의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추가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만큼 민간보험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꼬집고, 보장성 강화와 더불어 민간보험료 인하조치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보건과 의료영역에서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복지부 역할론에 식견을 밝혀 주목을 끌었다.

이명수 의원은 "복지위로 와서 업무보고와 각계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어느 곳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데다, 복지부 조직 내부의 출신, 전공에 따른 이견, 이해부족 등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면서 "복지부가 중심을 잡고 업무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이 의원은 복지부가 전담하고 있는 보건의료분야와 복지분야의 전문성이 다르고 두 분야 모두 예산과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복수차관제 시행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보건의료와 복지 모두가 중요하지만 장관이 모두 커버하기에는 쉽지 않다. 두 분야 모두 전문성을 요하는 만큼 복수차관제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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