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쌓이면 교감신경계 자극시켜

회사 밖에서는 활기차지만, 출근만 하면 다소 무기력해지면서 우울해지는 상태를 일명 '회사 우울증'이라고 부른다. 과도한 업무량과 불확실한 미래 등의 걱정으로 인한 만성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다.

스트레스를 방치할 경우 자율신경계가 교란되면서 두통, 불면증, 불안장애, 스트레스성 고혈압, 과민성 대장증후군, 심부정맥, 기관지 천식, 만성 통증 등이 발병하거나 기존에 있던 것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최근에는 조기사망률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을 넘어 사망의 원인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스트레스와 질병의 상관관계는 어디까지인지 최근에 발표된 논문을 살펴보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맞춤형 치료전략을 살펴봤다.

 

스트레스 유형보다 반응태도에 더 큰 영향

스트레스의 정의는 매우 다양하지만 간단하게 우리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될 때나,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때 발생하는 정신적·신체적 반응 혹은 외부 자극에 대한 생체반응으로 정의될 수 있다.

스트레스에 대한 1차 반응은 교감신경계의 활성화로 시작된다. 교감신경계가 자극되면 아드레날린과 함께 분비되는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을 비롯해 코르티솔(cortisol)과 카테콜라민(catecholamine)의 분비가 활발해진다.

이중 노르에피네프린은 위협에 대처하는 인체의 자연반응체계로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이고, 심박수를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근육의 긴장도를 높여 두통이나 불면증을 유발한다.

카테콜라민도 자율신경계를 흥분시켜 혈압을 상승시킨다. 또 맥박이 빨라지면서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선 심장병이나 뇌졸중 발병위험도를 높인다.

코르티솔은 자극에 대처하고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인체조직의 단백질, 지방을 분해시켜 가용한 혈당을 높인다. 이 같은 과정이 지속된다면 손실된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을 보충하기 위해 폭식하는 경향이 나타나 결국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이어진다.

사람들마다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증상은 천차만별인데, 세부적으로 △일상의 사소한 일(교통 혼잡, 일, 가족이나 동료의 의견 차이 등) △삶의 주요 변화(상실, 실직, 이혼, 출산) △위기, 재앙적 사건(테러, 전쟁, 자연재해) 등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스트레스 기전으로 인해 질병이 생기거나, 오히려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최근 다수 연구를 통해 그 결과가 입증됐는데, 이 중 미국 오리건주립대학 Carolyn Aldwin 교수팀이 만성 스트레스가 조기사망 위험도를 높인다는 논문을 Experimental Gerontology 7월 1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 1989년부터 2010년까지 성인 1293명의 스트레스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유형에 따른 사망률을 정밀 분석했다. 스트레스 유형은 가족이나 친구와의 다툼, 업무 스트레스처럼 일상에서 사소하게 발생하는 일과 사별이나 해고와 같은 특정 사건·사고 등의 삶의 주요 변화로 나눠 임상시험을 시행했다.

그 결과 실험이 끝난 시점에서 대상군의 43%가 사망했다. 여기에는 특정 사건·사고로 인한 스트레스는 경험한 바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3분의 1과 과도한 스트레스 사건·사고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망했다.

반면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편이라고 대답한 사람들의 사망 위험도는 낮았다. 스트레스 강도가 중간인 사람들은 50% 이상이 사망했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한 사람들의 사망률은 64.3%였다. 즉 스트레스의 유형보다는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개인의 태도가 사망률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트레스가 심혈관 질환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지만, 그 원인을 명확히 입증한 연구는 없었다. 여기 미국 연구진이 그 매커니즘을 새로이 규명한 논문을 Nature Medicine 6월 22일자에 게재했다.

미국 하버드의대 Matthias Nahrendorf 교수팀은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중환자실 근무 레지던트 의사 29명의 혈액샘플을 채취해 비교 분석한 결과 근무 중일 때 백혈구가 크게 증가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결과는 쥐 실험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우리 속에 많은 쥐를 몰아 가두거나 우리를 흔들어 스트레스를 받게 한 결과 혈액 속의 백혈구 수치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Nahrendorf 교수는 "스트레스는 골수줄기세포를 활성화시켜 백혈구를 과다하게 증식시킨다"면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면 심혈관의 손상된 부위에 염증이 발생해 혈전을 악화시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체중 여성에 스트레스는 '독'

만성 스트레스를 동반한 여성일수록 허기를 견디지 못해 지방함량이 높은 음식을 섭취해 체중이 증가한다. 그렇다면 과체중인 사람에서는 스트레스가 어떻게 작용할까?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 건강심리학연구실 Christine McInnis 교수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과체중인 사람한테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Brain, Behavior and Immunity 8월 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한 연구결과를 통해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일으키는 해로운 생화학적 반응이 과체중일수록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고 발표한 것이다.

연구팀은 대상군을 정상체중, 과체중, 비만으로 분류한뒤 이틀간 고난이도 시험문제를 풀게하는 등의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시키고 타액 샘플을 채취해 인터루킨-6 수치를 측정했다. 인터루킨-6은 당뇨병, 동맥경화, 지방간, 암 발병과 연관이 있다.

그 결과 시험 첫날에는 정상 체중군과 과체중·비만군의 인터루킨-6 수치가 비슷했다. 하지만 스트레스에 과도하게 노출된 이틀째에는 과체중·비만군이 첫날보다 인터루킨-6 수치가 2배로 증가했고, 정상체중군은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과체중이나 비만한 사람은 낮은 강도의 만성 염증을 지니고 있고, 스트레스에 회복되는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국내 연구진 암과 상관관계 입증

과도한 스트레스가 각종 질병 발병 위험도를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도 스트레스와 암의 상관관계를 입증했다.

건양의대 약리학교실 이회영 교수팀이 노르에피네프린이 신생혈관 생성과 암세포의 전이를 촉진시킨다는 점에 착안해 새로운 암세포 전이촉진 기전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Oncogene 8월 25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스트레스는 긴장과 흥분상태를 유발해 노르에피네프린 호르몬을 분비시키며, 이는 텔로머레이스(Telomerase)효소의 발현을 증가시켜 암세포의 전이를 촉진시킨다"고 밝혔다.

즉, 텔로머레이스 효소는 세포분열시 DNA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스트레스로 인해 발현이 증가된 텔로머레이스 효소는 암세포를 이동성이 강한 형태로 변화시켜 전이를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암환자들이 힘들더라도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텔로머레이스 효소가 암세포 전이의 표식자로 작용할 수 있으며, 스트레스 호르몬과 텔로머레이스 효소를 억제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된다면 암세포가 전이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스 치료, 철저한 심리검사 후 시작해야"
국내 대학병원서도 전문 클리닉 개설 증가

최근 현대인에서 나타나는 스트레스의 심각성이 다수의 논문을 통해 강조되고 있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성인의 수가 급증하고 있어 각 대학병원 등에서도 다양한 스트레스 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서울 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창윤 교수는 스트레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따른 대응방식을 달리하는 똑똑한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김 교수도 스트레스심리상담센터를 통해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성인 및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일반적인 카운셀링이 아닌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한국판 웩슬러(Wechsler) 지능검사와 성격을 4가지 차원으로 설명해 16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등의 심리검사 △심층상담 △분석심리학상담 △부부가족상담 △소아청소년 상담 등이 이뤄진다. 특히 소아청소년상담은 청소년, 상담가족치료·부모자녀관계개선, 부모역할훈련프로그램, 학습컨설팅 등으로 세분화해 좀더 다양한 컨설팅이 이뤄진다.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가기 전 환자에게 적합한 심리검사를 시행해 이들의 정확한 상태를 상세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검사 중 한국판 웩슬러(Wechsler) 지능검사는 각자의 연령에 맞춰 이뤄진다. 여기에는 K-WAIS-Ⅳ(Korean-Wechsler Adult Intelligent Scale, 4th edition)과 K-WISC-Ⅳ(Korean-Wechsler Intelligent Scale for children, 4th edition)가 있는데 국내에 표준화된 지능검사 중 가장 공신력 있는 검사이자 동시에 가장 최근에 개발된 검사다.

특히 웩슬러 검사는 평균적인 인지능력을 알아보는것과 동시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적인 잠재력, 적성과 관련된 인지적 강점·약점, 정서적-대인관계적 특성 등의 파악이 가능하다.

웩슬러 검사가 인지능력을 비롯한 정서의 특성을 동시에 파악 가능하다면 성격과 정서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심리검사도 있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한국판 TCI(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 BGT(Bender-Gestalt Test), HTP(House-Tree-Person), 로샤 검사가 그 예다.

먼저 MBTI는 가장 대중적인 검사이지만 실시와 해석에 전문적인 경험이 필요한 검사이기도 하다. 성격을 4가지 차원인 내향성-외향성, 감각-직관, 사고-감정, 인식-판단의 차원에 따라 성격의 기능적 장단점의 설명이 가능하다.

TCI는 유전적으로 타고난 기질과 기질을 바탕으로한 경험들에 의해 형성된 성격의 두 영역을 탐색해 한 개인의 고유한 인성을 파악한다. 성격을 측정하는 검사들 중 가장 최신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고 생물학적·심리발달적 요인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 특징이다.

BGT, HTP, 로샤 검사는 솔직한 나의 모습을 바라보기 위한 시도로 투사적 검사를 실시해 내면의 역동과 심리구조를 알아볼 수 있다.

심리검사와 심층적인 상담이 끝나면 검사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해 구체적인 치료가 시행된다. 여기에는 △환자 및 가족 정신상담 △약물치료 △바이오피드백 치료 △인지행동치료  △자율이완법 △생활습관 개선 △대인관계 훈련 △분노조절 훈련이 있다.

이중 바이오피드백은 해당되는 감지기를 비관혈적으로 몸에 붙인 후 발생하는 생리적인 신호를 컴퓨터 화면을 통해 관찰함으로써 환자 스스로 자신의 신체상태를 살펴보고 이를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치료법이다.

흔히 활용되는 감지기의 종류로는 근전도, 체온, 피부전기 저항, 혈압, 심장박동, 뇌파 등이 있다. 이를 통해 자율신경계의 지속적 흥분상태를 확인한 후 복식 호흡법, 근육 이완법, 영상훈련 등으로 자신의 신체상태를 의지로 조절하는 방법을 치료적으로 배우게 된다.

인지행동 치료는 스트레스성 장애, 특히 공황장애나 우울증 치료를 위해 정기적으로 환자들이 모여 짜여진 프로그램에 따라 인지 분석과 재구성, 행동요법을 시행하고, 과제를 주어 생활 속에서 실습하고 기록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김 교수는 "사람은 정신적·생리적 방어 메커니즘을 결합해 신체적·심리적 스트레스에 대응한다. 만일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강하거나 방어 메커니즘이 부적절하면 심신장애 또는 다른 정신적 장애가 나타난다"면서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적·정신적 반응은 개인차가 커, 자신에게 주로 나타나는 반응이 어떠한 것인지를 깨닫고 스스로 이를 점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전문의는 상담 및 검사,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환자의 성격을 면밀히 파악하고 환자는 심층 상담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의사소통을 습득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검사의 실시와 해석에 가장 숙련된 검사자에 의해서만 정확한 해석이 가능한 만큼, 신뢰할 수 있는 기관 또는 전문의에게 받는 것이 좋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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