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투자 큰 폭 증가…선진국서 신흥시장으로 타깃 변화

국내 제약사들이 수출 확대를 위해 해외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예전에는 현지 인력을 저임금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소극적 투자에 그쳤다면 점차 해외 기존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새롭게 법인을 설립하는 적극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또 과거에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졌지만 이제는 파머징마켓(Pharmacy+Emerging, 의약품 신흥시장) 등에도 확대되고 있다. 각 제약사가 적극적인 현지 시장조사를 통해 이윤 창출이 가능한 곳을 텃밭으로 꾸리고 있는 셈이다.

투자규모 2010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정보통계센터의 '국내 제약산업 해외직접투자(FDI) 동향 분석'에 따르면 2013년 제약산업 해외직접투자는 신고금액 기준 전년도 4254만 달러에서 20.4% 증가한 5121만 달러로 나타났다.

 

FDI는 국내업체가 해외 현지법인 설립, 외국법인 지분인수, 해외지점·사무소 설치 및 운영에 대한 자금지급 등 경영참가 및 기술제휴를 목적으로 한 해외투자를 말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국내 기업의 FDI가 1% 증가할 때 수출이 약 0.1~0.3%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분석에 따르면 2010년 2367만 달러였던 제약산업의 FDI 규모는 2013년 기준으로 2010년 대비 2.2배 확대됐으며,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2009년 투자 신고액(해외투자 규모를 사전 신고한 금액)은 1억 780만 달러 수준이었지만 실제 투자액은 3610만 달러 정도였고, 2010년 투자액이 다소 감소한 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 것.

특히 2013년 송금액은 5999만 달러로 신고액 대비 송금액 비율이 117.1%에 달하며 최근 5년 중 처음으로 실제 신고액보다 더욱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이는 기업의 예측보다 실제 투자범위가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도·소매업의 FDI 비중이 2009년 5.2%에서 2013년 26.8%로 급증하며 제조업뿐만 아니라 도·소매업 역시 남미, 유럽으로의 현지시장 진출 및 동남아 지역으로 수출 촉진을 위해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기준 지역별로는 아시아 지역에 가장 많은 2848만 달러(전체 투자액의 55.6%)를 투자했으며, 북미 1188만 달러(23.2%), 유럽 946만 달러(18.5%), 중남미 119만 달러(2.3%) 등 순으로 나타났다.

유럽은 재정위기 등의 영향으로 투자액이 감소하다 반등한 것으로, 중남미 지역은 최근 파머징마켓의 부상에 따라 시장 진출 교두보 마련을 위한 투자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미국으로 투자하는 비중이 2009년 87.5%로 매우 높았지만 최근 들어 과거에 비해 비중이 줄고 2013년에는 전체 투자액 중 22.8%에 그쳤으며, 홍콩은 미국을 제치고 가장 많은 31.2%의 투자 비중을 보였다.

 

이처럼 2009년 상위 5개국으로의 FDI 비중은 99.5%로 특정 국가에 투자가 집중됐지만, 2013년 상위 5개국의 비중은 79.9%로 2009년 대비 19.6%p 줄었다. 투자국도 7곳에서 18곳으로 늘었다.

제약사들의 해외투자 목적은 현지시장진출(58.8%)이 가장 많았으며, 선진기술도입(21.2%), 수출촉진(12.8%)이 뒤를 이었다(2012년 기준).

과거 2000년도 투자 목적이 수출촉진(35.6%), 선진기술도입(25.7%), 저임활용(18.6%), 현지시장진출(9.8%) 순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투자 목적이 크게 바뀐 셈이다.

신유원 보건산업정보통계센터 조사분석팀원은 "제약사들이 글로벌한 무역환경 조성에 따라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현지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신흥국의 낮은 공공 보건의료에 비해 경제가 성장하면서 의료 소비 지출이 늘어나는 것과 맞물려 이러한 해외직접투자 증가는 국내 보건의료산업의 수출 증가 등으로 제약 산업 경쟁력 강화와 같은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생산기지 설립 등 현지거점화 잇따라

통계수치를 반영하듯 제약사들의 FDI는 꾸준한 사례로 나타났다. 주요 거점국가를 대상으로 생산기지를 설립하고 있는 대웅제약은 지난해 8월 중국 심양에 위치한 제약사 바이펑(Liaoning Baifeng)과 인수계약을 체결, 2015년까지 공장을 완공하고 2015년 의료기기, 2017년  내용액제 완제품 등을 직접 생산 및 판매할 예정이다.

또한 2012년 인도네시아 제약회사 인피온(PT. infion)사와 합자회사인 'PT. Daewoong-Infion' 설립 계약을 체결해 2015년 생산을 목표하고 있으며 베트남 1위 기업도약을 위한 현지 생산시설 구축도 검토 중이다.

작년 10월 제일약품은 중국에 합작법인 '제일야오제약(JEIL-Yao)'을 설립했다. 제일야오제약은 중국 Yao Pharma와 1:1로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것으로, 제일약품은 이를 통해 자체 개발한 무균항생주사제를 중국 내 생산·판매키로 했다. 제일약품은 1차로 세파계 주사제인 'Lactamoxef'의 완제생산, 판매확대를 통해 교두보를 확보하면 향후 중국시장에 대한 수출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녹십자는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해외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녹십자는 홍콩에 IPO(주식공개상장)를 목적으로 설립된 녹십자 홍콩법인(Green Cross HK Holdings Limited)을 통해 오는 2017년까지 '중국녹십자'를 홍콩 증시에 상장키로 했다.

중국녹십자는 녹십자의 주력품목인 알부민, 면역글로불린, 혈우병치료제 등 각종 혈액제제를 중국에서 제조·판매하기 위해 1995년 10월 설립된 기업으로, 연간 30만 리터의 혈장처리능력을 갖춘 현지 공장을 통해 올해 약 600억원의 혈액제제 매출이 기대되는 회사다. 중국녹십자는 홍콩 증시 상장에 이어 중국 현지 증시에서의 상장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동아ST는 몽골 비슈레트그룹의 MEIC와 현지 공장 설립부터 제품생산·등록·마케팅·판매·유통 등까지 포괄적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브라질에 법인을 설립하면서 남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 제약사인 컴비파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도 사무소를 통해 인도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JW홀딩스는 필리핀 마닐라에 현지법인 'JW헬스케어필리핀'을 열었다. 그동안 JW홀딩스는 현지 기업과 제휴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업을 해왔지만, 해외법인을 직접 설립하고 제품등록부터 영업까지 총괄해 태국 등 동남아 시장 진출을 가속화 하기로 했다.

"해외무대 진출 가속화 될 것"

지속적인 FDI 증가에 제약계 주요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에 답이 있다는 측면에서 FDI가 확대되는 추세"라며 "한국제약산업계에 내려진 지상과제가 세계무대 진출인 만큼 글로벌 현지에 대한 도전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에서 제기된 해외 투자에 따른 국내 투자 저하 및 고용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오히려 선순환을 통한 국내 투자 및 경제의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현지 투자 성공 시 국내 달러 유입으로 국가 입장에서 경상수지가 개선되고 기업 입장에선 잉여 현금창출에 기여하며, 잉여 현금으로 해외 공장의 생산을 지원할 연구분야 활성화,  원부자재 생산 및 수출 증가 등으로 국내 경제 활성화 및 고용창출이 예상된다는 것.

또 제약업은 단순히 저임금 노동력(Labor seeking)을 구하기 위해 해외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시장 개척을 위한 투자(Market seeking)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투자가 국내 투자를 감소시키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투자를 하지 않으면 해당 국가에서 사업기반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의미"라며 "단기적이고 단순한 이익 뿐만 아니라 고용창출, 공유가치창출 등 중장기 사업 기반 구축에 유리하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PIC/S(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 가입, 의약품 제품화 및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팜나비 사업 등으로 제약산업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앞으로 제약사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정부의 지원정책이 박자를 맞춰 2020 글로벌 제약강국을 위한 초석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