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2곳 폐업' 장기불황 늪에 빠진 개원가 적극적 활로 모색...해법은 제각각

 

개원가가 수년째 이어져온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한해 동안 1536곳의 동네의원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달 평균 128곳, 하루 평균 4.2곳의 동네의원이 사라져버린 셈이다.

경영난으로 인한 의료기관 폐업현상은, 최근 들어 전 진료과목으로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산부인과와 외과 등 일부 진료과목에서 폐업이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신경외과와 소아청소년과, 정형외과, 안과, 비뇨기과 등에서도 신규개원 대비 폐업률이 70%를 넘었다.

신경외과・소아청소년과 의원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반대편에서 기존에 진료를 보던 같은 과 의원 7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개원가가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있다는데 대해서는 국회도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정림 의원(새누리당)은 국정감사에 앞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비 점유율, 즉 의원급의 파이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신속하고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의 기반이다. 정부는 동네의원 활성화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사회 추계학회, 위기 탈출 해법 모색...첫째는 기본으로의 회귀

정부도 동네의원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수립, 수행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아직 가시적인 대책은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답답한 개원의들이 스스로 살길을 찾아나서고 있는 상황. 일부에서는 기본기를 다시 다지는 것으로, 일부는 새로운 영역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것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열리고 있는 개원의사회의 추계학술대회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추계학회는 '기본으로의 회귀'를 통해 위기상황을 극복하자는 가정의학 전문의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피부질환부터 상기도감염, 골다공증, 혈액・생화학검사와 영양수액요법에 이르기까지 이날 다뤄진 질환・검사・진료행위만 해도 50여개. 얼핏 두서없이 보이지만 의료전달체계의 문지기이자, 1차의료의 수문장 역할을 맡고 있는 가정의학과 개원의들에게는 모두 필요한, 맞춤형 정보다.

김정하 가정의학과의사회 학술이사는 "단순히 수익을 위하거나 경영면에 치우치기보다는 실제 진료환경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내용을 전달하는데 강의의 초점을 맞췄다"며 "가정의학과 전문의 한사람 한사람이 명의가 되어야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앞으로도 진료현장에서 필요한 양질의 정보들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개원가에서 'ㅇㅇ과'가 할 일은? 또 할 수 있는 일은?

흉부외과와 신경외과 등 전통적 개원 약세과목들에서는, 자기 조명을 통한 새로운 역할 모색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개원시장에서 흉부외과・신경외과 전문의들이 할 수 있는, 또 해야 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고민・발굴해 경쟁력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대한흉부외과심장혈관외과의사회는 최근 연 추계학술대회에서 이른바 '1차진료 연구회' 신설 계획을 내놨다. 병원을 나온 전공의들이 개원을 위해 1차진료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만 하는 현실을 고려, 흉부외과 개원의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키로 한 것. 더불어 의사회는 흉부외과 전문의 맞춤형 1차 진료에 대해서도 고민, 해법을 찾기로 했다.

김승진 의사회장은 "흉부외과학회와 공동으로 1차진료 연구회를 만들어 흉부외과 전문의에 맞는 1차 진료에 대해 고민하고, 개원의를 양성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경외과도 비슷한 분위기다. 신경외과의 기본 학문을 응용, 1차 진료에 접목시킬 수 있는 방안들이 적극적으로 모색되고 있는 것. 지난 6일 열린 대한신경외과의사회 학술대회에서는 치매와 파킨슨병 관리가 메인 이슈 중의 하나로 다뤄졌다. 만성질환과 신경외과 질환을 동반한 노인환자 관리가 등 다가온 고령화사회에서 신경외과 개원의들에 맞는 새로운 역할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지의 땅으로' 신시장 개척...탈 전문과 현상도 가속도

'새로운 길'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경우도 있다. 내과개원의사회를 주축으로 진행되고 있는 성인백신 캠페인이 대표적인 사례.

대한내과의사회는 지난달 대한내과학회와 공동으로 '제1회 백신심포지엄'을 열었다. 내과 전문의들은 영유아 백신과 달리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성인백신을 일종의 미래산업으로 보고있다. 성인 예방접종 활성화로 신 시장을 개척한다는 복안이다.

비급여로의 영역 확장도 여전히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한외과의사회 주최로 열린 추계학술세미나에서는 적지 않은 세션이 레이져・필러・보톡스 등 미용성형 분야로 꾸려졌다. 대장항문질환이나 갑상선・유방 수술 등 외과세션도 있었지만 회원들의 관심은 비급여로 쏠렸다.

산부인과의사회의 경우, 매년 산부인과와 미용성형 분야로 세션을 양분해 학술대회를 꾸려가고 있다. 자궁경부암과 초음파 등 기본학문에서 응용된 진료법을 강의하는 한편, 타 진료과목에 비해 미표시 전환이 많은 산부인과의 특성을 고려해 레이져와 지방흡입 등의 강연도 함께 마련한다.

수가현실화-전공의 수급조절...장기전략 수립도

저출산으로 위기에 몰린 소아청소년과의 해법은 장기적인 미래전략 마련이다.

대한청소년과개원의사회는 최근 연 정기총회를 통해 정부에 소아환자 본인부담금 완화와 수가현실화 등 전향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학회에는 전문의 수급조절을 제안했다.

소청과 전문의인 박양동 경남의사회장은 이날 소청과 중장기 발전방향의 하나로, 소아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에 대비해 전공의 숫자를 조절해 나가는 방안을 진지하게 토론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해 관심을 모았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