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비용 청구서 1000건 중 45건 삭감..."이의신청으로 정당 권리 찾아야"

  #. A 흉부외과 개원의는 고난이도 수술을 시행했다가 수술비를 삭감당했다. 조정사유는 '1차의료기관에서 할 수술이 아니었다'는 것. A원장은 비록 교수는 아니지만 충분한 술기를 익힌 전문의였기에 삭감 이유를 수용할 수 없었다. B 내과 교수는 와파린이 잘 듣지 않은 환자에게 프라닥사를 처방했다가 삭감 조치를 받아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심평원은 '충분한 추적관찰이나 용량조절을 하지 않았으므로 1차 심사결과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요양기관의 급여비 청구서 100개 중 4~5개 꼴로 삭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정돼 지급되는 금액은 적게는 10원부터 많게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부당·허위·거짓청구에 따른 환수액, 진료비 확인 후 환불액 등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5년간 심사실적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청구된 12억33만9000건의 진료비 중 5398만5000건이 조정됐다. 금액으로 따지면 39조6605억원 중 2701억1000만원이 삭감됐다.

심사 조정률과 삭감률은 지속적으로 증가, 지난 2013년 13억3621만여건 중 5594억5000만건 가량이 조정됐으며, 이에 따라 51조447억1600만원 중 약 3707억2200만원이 깎여 요양기관에 지급됐다.

▲ 최근 5년간 심사실적.
이중 '원외처방 조정금액' 역시 지난 5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원외처방 조정금액은 지난 2009년 398억9100만원, 2010년 406억9300만원, 2011년 442억7800만원, 2012년 521억7800만원, 2013년 542억2700만원 등 매년 지속적으로 오르는 추세다. 

심평원 내부적으로 약제비 절감정책에 집중하는 가운데, 요양기관 약제비 전산 심사가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모두 심평원에서 청구한 진료비 중 지급되지 않은 금액, 즉 '조정금액'이며, 지급 후 현지조사를 통해 적발 환수된 금액과는 별개다.

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기관과 가입자 등의 불법행위를 적발, 환수결정한 금액이 2009년 1668억원에서 2013년 3838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개설기준을 위반한 사무장병원은 물론 내원일수 및 식대 가산 부풀리기, 비급여 후 급여로 청구 부당·거짓청구가 대다수지만, 요양기관의 단순 청구 실수도 포함됐다.
 
 

또한 심평원에서 시행 중인 진료비 확인을 통한 환불금액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진료비확인 처리건수는 14만3245건이었고, 이중 절반에 가까운 6만4872건이 환불 결정됐다. 이에 따른 환불비용은 201억9491만원이었다.

환불사유를 보면 진료수가에 포함돼 별도 비용을 받을 수 없는 임의비급여가 전체 40%를 차지했고, 처치·일반검사·의약품·치료재료 등 급여대상의 임의비급여 처리, 선택진료비 과다징수, 신의료기술 등 임의비급여 등이 많았다.

문제는 임의비급여 중 불합리한 급여기준이나 제한적인 기준으로 발생한 사례도 있다는 점이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환자 치료를 위해 의학적 판단에 따라 불가피하게 급여기준을 벗어난 의약품이나 치료재료를 사용하면서 발생한 금액이 환불대상에 포함된 것.


필요시 이의신청, 정보공개청구해야

심사 조정금액을 비롯 원외처방조정금액, 부당청구 환수액, 진료비확인에 따른 환불액 등을 감안할 때 요양기관에서 실제 청구한 금액에 비해 돌려받지 못하는 금액이 상당한 것으로 추계된다.

의료계 관계자는 "환수결정된 금액에 대해서는 잘못된 정책이나 제도, 낮은 수가를 제쳐두고, 분명 요양기관의 실수나 잘못도 있으므로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면서 "하지만 심사에 따른 삭감은 '교과서를 토대로 한 진료'에 대해서도 이뤄지고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몇몇 요양기관, 특히 삭감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행정직원이 따로 없는 의원의 경우 삭감분에 대해 항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앞으로는 모든 병의원에서 적은 돈이라도 부당하게, 또는 심평원에서 임의대로 삭감했다면 반드시 이의신청을 통해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의원 원장은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가 때문에 박리다매식 진료를 하고 있는데 그러한 진료마저도 과잉이라며 심사, 삭감에 억눌리고 있다"면서 "심평원의 심사 기준에 맞춰 환자를 진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당한 핍박, 삭감, 현지조사 등으로 의원들 대다수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산부인과와 외과의 경우 신규 개업 의원보다 폐업한 의원이 더 많은 것으로 안다"며 "환자 보는 것도 바쁘겠지만, 많은 원장들이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민원신청,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왜 삭감됐는지 사유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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