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천규 경희의대 교수·경희의료원 신장내과

 

본태성이나 신성 고혈압의 주된 발생 기전은 염분의 체내 축적에 의한 체액량의 증가,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RAS)계의 활성화, 그리고 교감신경계의 기능 항진으로 설명된다. 따라서 고혈압의 치료는 이들 주된 세가지 요인에 대한 적절한 억제가 그 핵심이다.

RAS계 차단제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 억제제와 안지오텐신수용체길항제(ARB)에 대해선 많은 연구와 대규모 임상 시험에 의해 그 효능이 잘 알려져 있다. 안지오텐신II의 작용을 억제해 혈관을 이완시키고 각종 염증 인자들과 세포 성장인자들을 억제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서 심장과 혈관, 신장에 대한 예방효과가 입증돼 있다.

최근까지 고혈압 치료에 있어서 베타차단제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차 선택약에서도 배제되고 병용 약제로도 그 역할이 제한적이었으며 일부 특수 질환에서 인정받는 정도였다. 그 주된 이유는 기존의 전통적인 베타차단제는 대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고지혈증이나 당불내성 등을 일으키고 혈관을 수축시켜 심혈관계 합병증 예방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혈압 강하가 잘 되지 않는 저항성의 환자들이나 신장질환 환자들에서는 과도한 교감신경계의 항진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있으며 이 때 베타차단제를 첨가하거나 심지어 신장의 교감신경 차단술을 시행하면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한편 베타1 선택성의 nebivolol이나 알파 베타차단제인 carvedilol은 예전의 베타차단제인 atenolol 등과는 달리 대사적으로 양호한 양상을 보여 최근 사용 가능한 베타차단제로 소개되고 있다. 특히 nebivolol은 atenolol과 달리 높은 선택성의 베타1 수용체 차단을 통한 산화질소 의존성의 혈관 확장 효과를 가진다.

당뇨병이나 신장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 대부분들에서 평균 2개 이상의 혈압 강하제를 사용해야 혈압이 조절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유럽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병용 요법으로서는 RAS 차단제와 이뇨제나 칼슘길항제(CCB)의 병용이 추천되고 있으며, 베타차단제는 제외됐다.

따라서 여기에서 소개하는 ARB와 베타차단제의 병용요법에 대한 미국에서 나온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는 처음 발표된 것은 물론 그 동안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흥미로운 자료로서 그 의의가 크다. 이 연구는 혈압이 180/110mmHg 미만인 성인 고혈압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8주간의 다기관 무작위 이중맹검연구로서 위약군과 단일약제군과 비교하여 베타1 선택성의 차단제인 nebivolol과 ARB제인 valsartan의 fixed-dose의 병용요법의 혈압강화 효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1일 nebivolol 20mg과 valsartan 320mg의 병용요법은 nebivolol 40mg이나 valsartan 320mg 단독투여에 비해 유의하게 이완기혈압과 수축기혈압을 강하시켰다<그림 1>.

 

또한 각각 여러 용량의 병용요법에서도 같은 효과가 관찰됐다. 더불어 치료 반응을 보이거나 혈압 강하가 달성된 환자들의 비율도 더 컸다. 나아가서 이상 반응도 병용요법에서 크지 않았으며 약물 내성도 좋았다. 이와 같이 fixed-dose의 병용요법은 임의 자유 용량의 병용요법보다 실용적이고 간편하다.

마지막으로 nebivolol과 valsartan의 fixed-dose의 병용요법이 혈압 강화 효과를 통해서 또는 혈압 조절 이외의 기전을 통해서 심혈관계 합병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걸로 생각되지만,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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