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 치료 신약의 탁월한 치료효과를 입증한 최신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10여 년간 변화를 모색하지 못했던 심부전 치료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다 줄 정도의 파워를 갖췄다는 평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지시간으로 8월 30일 오후 1시, PARADIGM-HF 연구의 최종결과가 ESC 2014 기자회견 발표와 동시에 NEJM에 게재됐다.

결과는 심부전 치료를 위해 개발된 안지오텐신네프릴리신억제제 계열의 신약 LCZ696이 기존의 대표적 치료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에날라프릴과 비교해 심혈관 원인 사망과 심부전 입원율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연구결과를 발표한 미국 텍사스사우스웨스턴대학의 Milton Packer 교수는 “치료효과가 워낙 뛰어나, 향후 심부전 관리전략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연구를 공동 주도한 영국 글래스고우대학의 John McMurray 교수 역시 “결과가 매우 놀라울 정도”라며 “심부전 치료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LCZ696
네프릴리신은 나트륨이뇨펩타이드(natriuretic peptide)나 브라디키닌(bardykini) 등을 분해하는데, 이를 억제함으로써 혈관수축이나 체액저류 등을 개선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전의 실험을 통해 이 네프릴리신과 레닌-안지오텐신계를 동시에 억제할 경우, 각각에 대한 별도의 접근보다 우수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임상시험에서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와 네프릴리신을 동시에 저해할 경우, 중증의 혈관부종 발생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신약 LCZ696은 네프릴리신억제제 AHU377(sacubitril)과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발사르탄의 효과를 함께 발휘하는 단일제로, 안지오텐신II수용체와 네프릴리신을 동시에 차단하는 이중작용기전을 갖추고 있다. 네프릴리신과 ACE를 동시에 억제할 경우 발생하는 중증의 혈관부종 위험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개발됐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PARADIGM-HF
John McMurray, Milton Packer 교수팀은 심장 박출계수가 저하된 심부전 환자들을 대상으로 LCZ696과 에날라프릴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심장 박출계수 40% 이하인 NYHA Class II, III, IV 등급의 심부전 환자 총 8442명이 가이드라인에 권고된 표준요법에 더해 LCZ696(1일 2회 200mg) 또는 에날라프릴(1일 2회 10mg)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돼 치료·관찰이 이뤄졌다. 1차 종료점은 심혈관 원인 사망 또는 심부전 원인 입원의 복합빈도를 평가했다.

연구는 에날라프릴 대비 LCZ696의 혜택이 압도적으로 확인됨에 따라 27개월(중앙값) 관찰시점에서 조기종료됐다. 연구종료 시점에서 LCZ696 치료군의 1차 종료점 복합빈도는 21.8%(914명)로, 에날라프릴군의 26.5%(1117명)와 비교해 20%의 상대위험도 감소효과를 보였다(hazard ratio 0.80, P<0.001).
전체 사망률은 17.0%(711명) 대 19.8%(835명)로 LCZ696 치료군의 상대위험도가 16% 유의하게 낮았다(0.84, P<0.001). 이 가운데 심혈관 원인의 사망은 13.3%(558명) 대 16.5%(693명)로 역시 LCZ696의 상대위험도가 20% 감소하며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0.80, P<0.001). 심부전 입원율은 LCZ696군이 12.8%(537명)로 에날라프릴군의 15.6%(658명)에 비해 21% 낮은 상대위험도를 나타냈다(0.79, P<0.001)<표>.

 


“가이드라인에 변화 예상”

기자회견 석상에서 결과를 발표한 Milton Packer 교수는 이번 연구의 중요성을 몇가지로 요약해 설명했다. 첫째, 위약 대비 사망률 감소를 보였던 에날라프릴 용량과의 비교에서 LCZ696의 혜택이 월등히 뛰어났다는 것이다. “심부전 치료에 있어 에날라프릴 대비 LCZ696의 효과가 위약 대비 에날라프릴의 비교에서 확인된 차이 만큼이나 우수했다”는 설명이다. 이 신약의 심부전 치료효과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베타차단제 등 심부전 환자의 생존율 개선효과를 입증받은 약물들을 이미 투여받은 환자들에서 LCZ696의 혜택이 조기에 관찰됐다. 여기에 모든 하위그룹에서 심혈관 원인 사망위험의 개선이 일관되게 나타났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의 Mariell Jessup 교수는 PARADIGM-HF 연구에 대한 논평에서 “LCZ696이 지난 10여 년간 변화가 없었던 심부전 치료 알고리듬에 실질적인 변화를 초래할 첫 약제로 기록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LCZ696은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의해 신속승인(fast track) 심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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