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척추수술 삭감으로 개원의 풍토 변화...'뇌' '만성질환' 등으로 집중

"전체 수술을 100으로 보면 삭감이 60입니다. 이건 그냥 죽으란 소리 아닙니까?"

대한신경외과의사회는 5일 연수강좌 및 학술대회에서 현재 지나친 삭감 등 보험제도 대한 문제를 이같이 지적하면서, 의사회의 대응방안에 대해 밝혔다. 

▲ 새롭게 꾸려진 신경외과의사회 보험이사진(위). 왼쪽부터 수원 윌스기념병원 심정현 원장, 김영수병원 김도형 원장, 허리나은병원 이재학 원장. 아래는 박성균 회장.

우선 김도형 보험이사는 "다른 진료과목도 그렇겠지만, 신경외과 분야에서는 교과서를 토대로한 전문의의 지식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기준이 우선시 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의사들끼리 공방전이 벌어지게 되고, 결국 환자의 불신이 커지면서 정부-의사-환자 간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비판했다.

또한 의사들은 잘못된 기준을 피해가기 위해 새로운 술기를 만들어내고, 이것이 또다시 '삭감'의 대상이 되면 더 왜곡된 형태의 치료법을 만드는 등 '제도가 의료를 망치는 구조'에 대해 언급했다.

김 보험이사는 "전공의때 배운 지식을 그대로 사용하면 삭감의 대상이 된다. 마치 권법을 배우듯이 개원 후 다양한 술기를 배워야만 살아갈 수 있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또 "지금의 왜곡된 의료와 과잉진료는 의사들의 잘못이 아닌 잘못된 정책과 제도에 따른 것"이라며 "계속 삭감하고 억압하면 풍선효과만 낸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재학 보험이사는 "척추수술의 경우 삭감률이 60%에 달하고 있다"면서 "이는 병원이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성토했다. 

▲ 척추수술을 포함해 심평원 선별집중심사를 통해 절감된 의료비.

실제 심평원은 수년째 척추수술을 선별집중심사대상에 포함했고, 척추수술을 비롯해 16가지 항목에 대해 선별집중심사를 통해 지난해 조정(삭감)된 금액만 307억원, 사전에 예방된 금액은 539억원이었다.

대대적 삭감 뿐만 아니라 심사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시키고 있다.

심평원은 지난해 종합병원 종사자 설명회를 통해서도 "척추수술 급증에 대한 원인을 분석한 결과 민족적 특수성이 아닌 의사 수 증가 때문"이라며 "보험재정 안정과 국민건강을 위해 보다 강화된 심사기준을 내놓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게다가 심평원 연구소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척추수술과 관련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코호트DB를 구축 중이다. 이는 과잉적이고 불필요한 수술 유형을 잡아내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 보험이사는 "과잉진료, 과잉수술을 지적하기 전에 의사들의 행태를 기형적으로 만드는 잘못된 정책, 제도 수정이 우선"이라며 "압박을 가하는 정책으로 왜곡된 신의료기술들이 나오고, 환자 건강을 해치고 있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억압 정책으로 최근 척추분야를 하려는 전공의가 줄어들고 있다. 이는 척추와 관련된 제대로된 학문발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방증한다"면서 "인기 없던 뇌 분야의 경우 최근 수가가 올라가면서, 전공의들 선택이 뇌로 쏠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의사회 측은 보험, 제도와 관련된 현안을 풀기 위해 보험이사진을 젊은 의사들로 꾸리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박성균 회장은 "의사회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분야는 보험제도"라며 "해당 분야의 진취적 활동을 위해 젊은 의사들을 대거 포진시켰다"고 강조했다. 신임 보험이사는 허리나은병원 이재학 원장, 김영수병원 김도형 원장, 수원 윌스기념병원 심정현 원장 등으로 구성됐다.

이 보험이사는 "현재 심평원과 척추수술 삭감에 대해 논의를 한 차례 진행했다"면서 "앞으로 지속적인 간담회를 통해 회원들의 권익보호에 대해 집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삭감 칼날에...'뇌' '만성질환' 으로 돌아서는 개원의들

 

한편으론 척추대신 뇌를 선택하는 신경외과 개원의들이 많아지는 경향을 반영, 의사회에서는 뇌질환, 치매, 파킨슨병 등을 다루는 세션을 운영했다.

박 회장은 "대부분 노인환자는 만성질환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신경외과 질환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신경외과 의사들도 치매, 파킨슨 뿐 아니라 당뇨병, 고혈압 등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원래 TPI 연수강좌 전통을 이어받은 근막통증치료 관련 세션과 더불어 고령화사회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세션도 마련했다.

심정현 보험이사는 "외래에서 다양한 환자들을 접하기 때문에 의사회 차원에서 TPI강좌 외에도 환자를 포괄적으로 진단, 치료할 수 있는 툴을 개발, 개원의들을 도울 수 있는 방향으로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학술대회, 연수강좌 등을 통해 개원의들의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도록 비전과 아이디어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두 세션을 운영한 학술대회에는 600여명의 개원의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고, 의사회에서 새로 발간한 '통증치료 주사요법'이 소개돼 많은 회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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