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 왜곡·해석해 협진 강제화 안돼···임상현실과 상충"

대한심혈관중재학회(이사장 안태훈, 회장 이상훈)가 정부의 스텐트 협진 고시안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복지부는 지난 30일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급여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 개정안을 고시, "오는 12월 1일부터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 심장 스텐트의 개수제한 없이 건강보험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심장스텐트의 적정 사용 및 최적의 환자진료를 유도하기 위해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관상동맥우회로술(CABG) 대상으로 추천하는 중증의 관상동맥질환에 대해서는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 전문의가 협의하여 치료방침을 결정해야 한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중증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스텐트 시술 시에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심장통합진료를 거쳐야 한다는 것인데, 관련 학계에서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는 "개정안이 스텐트 시술 환자에게 이득이 될지 의문이고, 이번 고시 개정으로 불필요한 제한이 가해져 실질적으로 환자 입장에서는 질병치료의 보장성 강화가 현저히 약화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복지부 주장을 반박했다.

학회는 또 복지부가 외국 가이드라인을 왜곡·해석해 보험 급여기준에 적용시킴으로써 책임소재의 문제, 환자의 자기결정권 및 의사의 진료선택권을 흔들고 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복지부에서 근거로 제시한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는 다혈관 복잡병변의 스텐트 시술 수에 흉부외과의들과 협진해 볼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복지부가 이를 그대로 급여기준에 반영함으로써 '강제'로 변모시켰다"는 것이다.

학회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 어디에도 이러한 권고사항을 보험기준에 적용하는 나라는 없다"며 권고사항을 보험기준에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를 밝혔다.

우선 전국적으로 흉부외과의와 협진을 강제화 할 수 있을 정도의 시스템과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의무적인 심장통합진료팀을 구성하려면 스텐트 시술을 받고자 하는 환자의 협진을 수용할 수 있는 흉부외과팀이 인력과 규모를 갖춰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병원에서 심장내과팀과 흉부외과 수술팀을 동등하게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학회는 "모든 중소병원에서 흉부외과 수술팀을 신설하지 않는 한, 이번 개정안은 대형병원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학회는 또한 환자의 치료방향을 결정하는 데 주치의의 의견이 중요한데, 협진을 강제화 함에 따라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고 있는 흉부외과와의 협진 역시 협진이 필요한지의 여부는 주치의가 결정하도록 돼 있는데, 개정안에서는 협진 여부를 국가가 정해준다"며 이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는 것은 물론 의사의 진료선택권이 제한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와 대한심장학회는 "이번 고시가 갖고 있는 논리적 결함과 법적 문제점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의견서를 보냈다"며 "하지만 심평원에서 본 고시 개정을 위해 두 달도 안되는 시간 동안 단 세 차례의 전문가 회의를 소집했으며, 그나마도 한 쪽의 일방적인 의견만 수취하고 심혈관중재학회와 심장학회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답변한 바 없다"며 일방적인 개정안 고시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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