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장학회 김병옥 보험이사

'스텐트삽입술 급여기준 고시' 확정안이 발표됨에 따라 정부와 관련 학회의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9월30일 보건복지부는 대한심장학회와 대한심혈관중재학회 등 유관학회 및 병원 측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원안대로 심장스텐트 개수제한 폐지와 더불어 심장통합진료(heart care team approach)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3개로 제한됐던 스텐트 개수제한이 폐지되는 안은 심장내과에, 스텐트 시술 시 흉부외과 전문의 1인을 포함시켜 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안은 흉부외과 측에 유리한 정책으로 여겨진다.
 

▲ 대한심장학회 김병옥 보험이사

그러나 대한심장학회 김병옥 보험이사(상계백병원 심장내과)는 "한국의 현실을 무시한 억지 정책에 불과하다"며 "학회 차원에서도 이미 공문서를 보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환자들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환자부터 병원, 내과, 외과에 이르기까지 혜택보다는 혼란만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은 임상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할 때 참고하라는 게 본래의 목적인데, 이를 이용해 법규나 급여기준을 만들어 임상의사들에게 강요하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이번 고시안은 여러 단계에서 오류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적으로 가장 큰 문제점은 임상의사들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고 협진 대상과 기록까지 심평원에서 낱낱이 개입하려는 데 있다.

대형병원에서는 이미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간 협진체계가 잘 정립돼 있던 터라 굳이 정책화할 필요가 없고, 흉부외과 의사 자체가 없는 등 정작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중소병원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준 유럽 가이드라인은 고민되는 일부 환자에서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하고 의료기관별로 환자 유형에 맞는 프로토콜을 만들어 진료하라는 내용이 핵심인데, 이를 잘못 이해하고 있으며 국가나 기관별 차이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억지발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흉부외과 의사 1명, 심장내과 의사 1명씩을 일대일로 매칭해서 협의한 결과를 일일이 기록으로 남기라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과 관상동맥우회로이식술(CABG) 사이에서 통합진료를 통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환자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데다 두 사람의 의견이 다르거나 환자에게 문제라도 발생하게 되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한 대안도 전혀 없는 실정. 

미국을 예로 들더라도 1년에 PCI 시술건수가 400건 이하인 병원은 심장수술팀이 없는 경우가 절반이나 되는데, 대부분의 병원에서 PCI 시술건수가 연간 400건 미만인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모든 기관에서 심장수술팀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거니와 경제적이지도 못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정책이 얼핏 흉부외과 의사들에게 참여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의도처럼 보이지만 흉부외과 측에서도 실질적인 혜택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진료가 필요한 복잡한 컨디션의 환자는 기존에도 대형병원에서 협진을 통해 해결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달라질 것이 없고, 오히려 기존에 내·외과간 협조가 잘 이뤄지던 병원에서는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만 높다고.

한편 스텐트 제한규정 폐지안에 대해서도 "급여혜택을 받게 될 환자수가 많지 않고, 통합진료가 적용되는 신규 환자들이 겪게 될 혼란이 더 클 것"이라고 비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무리한 급여기준을 통해 결과적으로 정부가 얻게 될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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