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학회 윈윈한다...학술용은 OK, 상업용은 NO"

현재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가 학술용으로 개방, 연구진들이 원하는 부분을 구매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질병을 연구하는 학회들이 이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몇몇 학회에서는 장기간의 추적 관찰 대신 건보공단의 빅데이터를 이용해 코호트 DB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건보 빅데이터 사용 현황을 밝혔다.

앞서 공단은 지난 7월28일부터 대국민 빅데이터를 정책 및 학술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외부 일반연구자들에게 개방했다.

연구자들에게 개방되기 전 공단에서 심사를 거치게 되며, 이후 연구 주제에 맞도록 공단에서 표본DB를 추출해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빅데이터 공개 확대 후 관련 연구자들은 큰 관심을 보였으며, 특히 질병에 관해 연구하는 학회들에서 '코호트 구축'을 위한 자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빅데이터실 관계자는 "데이터 판매에 나선 지 두 달 만에 50여건의 요청이 들어왔고, 벌써 심사를 모두 마치고 외부에 나간 자료가 10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료 유출 및 요청 현황을 보면 학교나 연구기관, 보건사회연구원, 환경정책원 등 국가기관 등도 있지만, 학회에서 큰 관심을 보인다"며 "이는 워낙 자료가 방대하다 보니 연구 특성에 맞는 코호트DB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질병별 세트화된 정보 '코호트 DB', 공단 "학회와 윈윈하는 길"

그간 개별 연구자들이 우리나라 실정, 그리고 해당병원의 환자 특성 등에 맞는 코호트 자료가 없어 외국의 사례나 연구자료, 코호트 자료를 인용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있었는데, 방대한 공단자료를 토대로 연구 목적, 환자 특성, 사회경제적 원인 등을 모두 고려한 데이터세트(Data Set)를 만들 수 있게 된 것.

이 관계자는 "현재 당뇨병학회, 골대사학회, 국립환경과학원 등에서 노인성질환, 골대사질환, 당뇨병, 환경성질환 등에 관한 표본코호트DB 구축에 한창이다. 이는 학회의 연구 질 향상은 물론, 공단에도 상당히 이득이 된다"고 강조했다.

보통 코호트 DB를 구축하려면 관련 전문가에게 수억원의 연구용역을 줘야 하고, 연구기간은 2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학회에서 자진해 우리나라 환자 특성에 맞는 질병별 코호트 DB를 구축해놓으면, 공단은 용역연구를 따로 돈들여 할 필요 없이 전문가가 만든 코호트 DB를 받아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뇨병학회에서 우리나라 당뇨병 특징에 관한 표본코호트DB를 구축해놓으면, 앞으로 다양한 당뇨병 연구에서 용도와 주제에 맞게 코호트DB 일부를 분석, 활용해 양질의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공단만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학회에서는 그간 외국 사례나 자료를 인용하는 한계에서 벗어나 우리나라만의 특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저렴하게 쓸 수 있다"며 "이는 꿩먹고 알먹고며, 이를 통해 학회-공단은 서로 윈윈관계가 된다"고 평가했다.


보건의료 외 사회복지, 인문, 경제 다 이용 가능하지만, "기업은 NO!"

현재는 보건의료연구자들에게만 관심이 집중됐으나, 앞으로 건강보험 빅데이터는 사회복지, 인문, 경제, 인류학 등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출생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고, 사회경제적 변수, 건강검진 기록, 진료내역, 장기요양보험 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가 있어 보건의료 외에도 많은 분야에서의 요구와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연구진과 달리 기업에서는 당분간 건보 빅데이터를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다양한 정보가 혼재돼 유용하지만, 그만큼 개인정보 노출에 취약하다. 민간기업 등에 국민의 자료를 함부로 노출시키기 힘들다"며 "또 문제는 사기업으로 빅데이터가 흘러들어가면 기업의 목적대로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구자들의 DB 활용 역시 과정의 오류 등으로 왜곡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공단에서 지속적으로 개입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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