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대 노태호, 김지훈 교수팀 밝혀 ... 페이스메이커 환자 127명 환자 분석

▲ 가톨릭의대 노태호 교수

우리나라 노인들이 서맥성부정맥 증상을 잘 알지 못해 치료에 평균 2년을 허비한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노태호·김지훈 교수팀이 인공심박동기(페이스메이커)를 이식한 127명의 환자에게 '서맥성 부정맥 환자들의 질병에 대한 환자 이해도와 치료실태'를 표준화된 설문지로 조사한 결과, 첫 증상 인지 후 서맥의 유일한 치료방법인 인공심박동기 시술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22.1개월로 밝혀졌다.

증상을 느끼고 6개월 이내에 병원을 찾은 환자는 전체의 57%인 59명에 불과했고, 12개월이 경과해도 70%인 73명만이 시술을 받았다. 나머지 30%는 12개월 이후에나 진단을 받고 시술을 할 정도로 치료가 늦어졌다. 심지어 한 환자에서는 이 기간이 25년까지 소요된 환자도 있었다.

환자는 남자가 43%인 51명, 여자가 57%인 67명이고, 연령은 40대 미만이 7%인 8명, 40대가 2%인 2명, 50대가 13%인 16명 이었다 60대 부터는 26%인 32명, 70대는 36%인 43명, 80대 이상은 17%인 20명일 정도로 고령의 인공심박동기 이식 환자가 많았다. 환자 중 30%인 38명은 어지럼증, 실신, 호흡곤란, 무력감, 가슴 두근거림, 흉통 중 두 가지 이상의 증상이 있었고, 환자의 18.9%인 24명은 실신, 15.7%인 20명은 호흡곤란, 5.5%인 7명은 흉통 증상을 보였다.

심장부정맥으로 인식해 심장내과나 부정맥 전문의를 바로 찾은 환자는 37%인 44명에 불과했다. 순환기내과를 찾은 환자 44명 중 31%인 15명은 다른 질환 치료나 건강검진 과정에서 서맥을 진단받아 의뢰된 경우였다. 또 현재 서맥성부정맥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고 답한 환자는 전체 응답자의 46.8%인 58명에 머물렀다.

알고 있다고 답한 58명 중 37명(63.8%)은 병원 진단을 받고서야 서맥성 부정맥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답했으며, 진단을 받기 전에 이미 이 질환에 대해 알고 있던 환자는 12명(20.7%)으로 전체 응답자의 10% 미만이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인공심박동기 이식 등 적절한 서맥성 부정맥 치료를 받은 환자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45점으로 전반적으로 높았으며, 주변에 치료 권유 의사를 가진 환자는 93.4%인 114명에 달했다.

연구팀은 "서맥성 부정맥은 발생 원인은 다르더라도 치료 방법은 영구심박동기 삽입술이 유일하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위와 같은 증상으로 인해 삶의 질이 심하게 저하된다"며 "유병률 조사가 어려워 정확한 현황 파악이 되어 있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영구심박동기 시술 건수를 질환의 증감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 페이스메이커

우리나라 유병률은 노태호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에서 서맥성 부정맥으로 진단받고 영구심박동기 시술을 받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 2000년에는 인구 100만 명당 19.3명에 불과하던 환자수가, 2012년에는 53.1명으로 약 2.75배 늘었다.

노태호 교수는 "대표적 노인성 심질환 중 하나인 서맥성 부정맥에 대한 이해가 심각하게 낮아 어지럼증 등 서맥성 부정맥의 주요 증상을 나이가 많아지면 당연히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워 발견이 늦고, 기기 이식에 대한 거부감으로 진단 후에도 시술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연구 결과 서맥성 부정맥 환자의 79%가 60대 이상 고령환자임에도, 자식에 헌신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 온 부모님 세대는 정작 자신의 건강을 놓치고 사는 경우가 많다"며 "서맥성 부정맥은 적기에 치료만 받는다면 훨씬 높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으므로, 60세 이상에서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빈혈이나 저혈압 등으로 자가 진단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오는 11월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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