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연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임상강사
31. 응답하라 의료윤리

서구의 윤리(Ethics)는 그 어원이 그리스어 에토스(Ethos)로 '사람의 특징적인 성격이나 태도'를 뜻한다. 이는 공자의 예(禮) 사상이 '인간의 본성'을 따라 '전통적으로 이어져온 공동체의 사회규범'을 의미하는 동양적 시각과 무척 닮아 있다.

병든 이와 치유자의 관계가 시작된 것을 의료의 역사로 본다면, 환자와 의사 사이의 윤리는 인류의 기원과 함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환자와 의사 사이의 윤리는 '질병과 부상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과 이를 전담해 도움을 주는 사람 사이의 특징적인 성격이나 태도로 지켜져야 하는 것'으로 해석될 것이다.

본성과 태도로서의 윤리
현대적 환자와 의사 관계는 구체적 상황에 대한 대응을 제시한다. 환자의 비밀과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의학적 상식에 반하는 치료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며, 불편을 만들지 않으면서 나쁜 소식을 전할 수 있어야 하고 설명(informed)과 동의(consent) 하에 치료를 진행하되, 환자와 금품 수수 및 애정관계를 회피하고, 의료 실수(error)·사고(accident)·과오(malpractice)·분쟁(dispute)을 구별하고 최소화 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 환자와 의사와의 윤리적 문제는 단순한 하나의 원인에 의해 발생하거나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므로 위의 각 사안들이 뜻하는 뿌리가 되는 생각을 짚어보고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환자 안전과 자율성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과거 '권위적인 부모-자식'과 같은 관계가 아닌 '동반자'적인 관계를 지향한다는 점을 기억해보자. 의료 지식의 양이 폭증하며 급속히 개방되고, 의료서비스가 상품의 하나로 (원하거나 원치 않거나) 간주되는 환경에서 환자와 의사 사이의 관계가 형식으로만 남을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커지고 있다. 때문에 의사는 한 명의 환자에게 의미 있는 소견을 선택하여 개별화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치료의 전 과정에서 해가 되지 않도록 최선의 방법을 고안하고 감시하는 환자 안전(Patient Safety)의 책임자가 되어야 한다.

또한 전체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이해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동의를 구함으로써 환자의 자율성(Autonomy)을 존중하고 치료의 대상자가 아닌 참여자로 자신의 건강에 대한 권리를 보호받고 책임을 나눠지도록 해야 한다.

자기건강권 수호와 의료진 존중
환자가 자기 건강의 일차적인 책임자이자 치료과정의 참여자라고 할 때, 의사에 대해 마땅히 지켜야 할 태도(윤리)도 강화될 수 있다. 의료전문가인 의사의 소견을 존중하며 치료 계획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이에 불응할 시 스스로 건강에 위해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고 수용해야 한다. 나 자신이 제조된 '사물'이 아니듯이, 건강과 질병 또한 편의에 따라 구매하고 사용하며 폐기하거나 반납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

윤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마땅히 지켜야 할 어떤 것이라면, 그것은 한 쪽 방향의 권리이거나 의무일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적인, 사람의 얼굴을 한 모습이어야 마땅하다. 공동의 책임에서 비롯되는 각자의 자율을 존중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환자와 의사 사이의 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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