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무진 의협회장 취임 100일

▲ 지난 6월27일 새의협회장에 선출된 추무진 회장이 취임 선서를 하는 장면.

추무진 제38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7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추 회장은 의협 내부 갈등을 해소해 의료계 대화합의 기틀을 다지는 계기를 만들고, 오랫동안 지속된 불합리한 건강보험 저수가 체계를 개선해 환자건강을 위한 진료권과 전문성을 제대로 인정받는 의사로 살아갈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었다. 또 전 집행부의 회무방향을 계승하겠다는 약속도 내세웠다. 

이러한 공약으로 회원들의 마음을 얻은 추 회장에 대해 의료계 여러 인사들은 100일이 지난 현재 디딤돌을 제대로 세우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내년 4월 30일까지 의협회장직을 수행하게 되는 짧은 기간과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을 감안하면 새 집행부의 회무 추진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게다가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예산이 바닥이니 어깨를 움추릴 수밖에 없다는 상황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짧다고만 할 수 없는 이 기간, 공약 달성을 위한 기반 마련은 강력 추진되었어야 했으며, 이는 필수 회무다.
 
소통·화합은 긍정적 그러나 …
전임 집행부를 계승하겠다는 추무진 회장이 취임하면서 의료계는 원격진료와 대의원회 개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이목이 쏠렸었다. 노환규 전회장이 강력하게 밀어부쳤던 사안이었고, 불신임받은 배경이었기 때문이다.  

추 회장은 취임후 국회, 지방으로 바삐 뛰어다니는 가운데서도 대의원회·시도의사회·비상대책위원회와의 소통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노력의 결과인지 모르지만 전집행부가 가진 대의원회·시도의사회 등과의 갈등은 크게 줄어 들었고, 오히려 시도의사회 회장 일부는 소통이 되는 집행부라는 긍정적 평가를 하기도 한다. 

추 회장 스스로도 "회원을 위해 협회 안정과 화합을 강조했고, 어느 정도 이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회원들이 원하는 협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대통합혁신특별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으며, "회원을 보호하고, 전문가 단체로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공약도 이행 중"이라는 설명도 기자들에게 했다. 전문가 집단으로서 국민들에게 존경을 받으려면 의학적 지식과 판단에 있어서 권위있는 합의 절차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소통과 화합은 노력과 성과가 있었지만 그저 조용했으면 하는 자세인 듯해 아쉬움이 있다는 지적도 따라 다녔다. 대의원회 개혁도 가시적 성과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높다.  
 
의-정관계 회복 안갯속
복지부와의 소통도 뒷걸음쳤다. 정부 중심의 원격의료(모니터링) 시범사업이 이달말 시작되지만 반대만 외치고 있을 뿐 어떤 대응도 못하고 있다.

현재 집행부는 '원격의료'와 관련한 대책을 비상대책위원회가 맡기로 내부 정리하고 대정부투쟁 로드맵을 마련한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은 대의원회로부터 대정부 투쟁의 권한을 비대위가  위임받으면서 집행부는 투쟁에서 한 발 물러난 셈이 됐기 때문. 비대위는 현재 각 광역시도별 투쟁체를 완료한 상태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강행될 경우 '순차적으로',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부분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최고 단계'의 투쟁을 벌이겠다는 강력한 경고를 한 바 있다.

그리고 (…) 지금은 조용하다. 폭풍전야인지, 찻잔속 태풍이 될지 모르지만 다음주부터는 국민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원격의료 모니터링 시범사업이 진행된다.

시범사업 모형에 의료계가 참여하지 않은 관계로 시범사업은 현재의 진료에 모니터링이 추가되는 것이어서 안전성·유효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그래서 우세하다.

이 과정에서 의협은 복지부와 소통의 통로도 잃었다. 의료계에 적잖은 도움이 될 의-정합의사항을 복지부가 논의하자고 제안해도 대응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의협도 복지부의 불통을 같은 이유로 제기만 하고 있다. 

시범사업 반대 분위기탓에 대화에 나서면 원격 '찬성'으로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대화는 이어나가야 한다. 지금은 극히 일부 분야에서 실무자 논의가 진행될 뿐 의정관계는 꽁꽁 얼어 있다.
 
또다시 내홍에 빠진 의협
추 회장 취임 100일이 안돼 새 집행부 핵심 이사인 김길수 기획이사와 팽성숙 재무이사가 사퇴의사를 밝혔다. 

김 이사의 경우 의료계 총파업으로 인해 부과받은 공정거래의원회 과징금 5억원 납부 결정을 유보한 것이 배경이 됐다. 전 집행부에 이어 화합을 강조한 새 집행부에서도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 된 것이다.   

김 이사는 25일 본지와 가진 통화에서 "38대 집행부와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사퇴를 결심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과징금 납부 결정후 집행부가 대의원회와 감사단에 의견을 물어 차후 방향을 결정하겠다며 번복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지난 17일 상임이사회에서 과징금 부과 결정을 한 데 대해 비대위가 "시기상 중요한 투쟁을 앞둔 상태에서 과징금을 낸다는 것은 휴진 투쟁을 범법 행위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면서 항의했고, 의협은 감사단과 대의원회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과징금 납부를 유보했었다.

그러나 이 문제만으로 사퇴했을 것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 복수의 의협 관계자는 과징금 납부 논란이 사퇴를 촉발하게 했지만 의협 집행부가 대의원회와 비대위에 끌려다니는 불만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37대 집행부를 계승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2차 의정합의나 회원들이 선택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통한 안전성·유효성 문제 제기가 진행되지 못했던 점에 대한 내적 갈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김 이사와 비슷한 성향의 이사들도 심적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파장의 확산 가능성에 의료계가 주목하고 있다는데 있다.
 
내년 3월 선거에만 '눈독'
연말부터 의협은 회장 선거국면에 들어선다. 지금의 분위기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면 후보도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의료계 일각에서 추무진 회장이 이끄는 새 집행부가 색깔을 내지 못하는 것도 차기 선거에 출마하려는 의도 때문으로 분석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비대위가 '원격의료'를 전담키로 했다고 해도, 회원이 시범사업을 찬성한 바 있는 전집행부를 계승한 새집행부로서도 일정 부분 역할이 있을 수밖에 없다.

비대위든, 집행부 임원이든 간에 차기선거를 위해 인기쌓기에만 몰입한다면 주위의 핵심 인사들은 머지않아 김길수 이사처럼 '사퇴'를 던지고 자신을 떠나게 된다.

추무진 회장이 앞으로 꺼낼 카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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