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당뇨병학회(EASD 2014) 참관기

▲ EASD 2014 학회장은 세션 종료후에도 논의를 계속하는 일부 참석자들이 자주 목격됐다.

제2차 세계대전의 시대적 배경에서 마케도니아 축구팀의 얘기를 그린 '그들만의 리그'란 영화가 있다. 물론 영화 얘기가 아니다.

지난 9월 15일부터 19일까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개최된 제50회 유럽당뇨병학회(EASD 2014) 연례학술대회의 첫 대면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무엇보다 의사, 그들만의 정규리그를 넘어 당뇨병 관련 단체의 하나된 축제라는 느낌이 강했다.

학회 특유의 성향이고 분위기 탓일 수 있겠지만 국내 학회가 국제화를 제창하는 요즘 규모를 넘어 연구자와 제약사의 윈-윈 전략이 무엇인지를 시사했다.

▲ 개회사중인 Weitgasser 조직위원장

특히 국내 학회가 연구의 국제화를 지향하는 실정에서 국제 학회가 갖춰야 할 본보기로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러한 기본기는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학회의 홍보에만 머물지 않는다. 다양성과 포용력이 저변에 깔려 있었다.

EASD 2014 오스트리아지역 조직위원장인 Raimund Weitgasser의 개회식 인사말이 이를 잘 담아낸다.

"비엔나는 모자르트, 베토벤 등 유명 음악가와 빌로트, 벤케바하(Wenckebach), 란트슈타이너(Landsteiner) 등의 세계적인 의학자들을 배출한 도시다. 의학과 음악적 원천이 다양하게 공존하는데 이 둘은 서로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 다시말해 다양한 문화적 환경은 과학적 진보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테오도어 빌로트(Theodor Billroth)는 1881년 위암에서 위절제술을 최초로 시행한 오스트리아의 외과의사로 그의 이름을 빌린 Billroth Ⅰ, Ⅱ 위부분절제술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의사이기 앞서 음악가 브람스의 절친이었으며, 연주와 작곡을 즐겨한 아마추어 음악가이자 뛰어난 음악평론가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학술회가 진행된 6개의 세션장은 영국, 스위스,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유럽지역에서 공로를 세운 임상의사 및 연구자들의 이름을 따왔다.

베링거(Beringer), 영(Young), 룬드벡(Lundbaek), 크로이츠펠트(Creutzfeldt), 레놀드(Renold), 랜들(Randle)이 그들이다. 당뇨병 치료의 선구자 역할을 한 선배 의사들에 대한 예우는 곧 후배 연구자들의 열의를 복돋우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 EASD 2014 학회장 전경
공개되는 내용 또한 흥미로웠다. 핫 이슈가 되는 DPP-4 억제제의 심혈관 안전성, 일주일에 한 번만 투여하는 경구용 DPP-4 억제제, 전 세계 의사들의 처방패턴, 효과 이면에 부작용이 잔존하는 메트포르민의 안전성 검증, GLP-1 수용체 효능제 최장 연구, DPP-4 억제제와 SGLT-2 억제제의 고정용량 복합제(FDC) 효과, 인슐린펌프와 인슐린 주사의 효과 비교, 인공 췌장 베타세포 연구 등 미해결 과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발표가 잇따랐다.

구연발표 및 포스터 세션을 통해 총 1300여편의 연구논문이 발표됐는데 이는 1년기준으로 하루 평균 약 4편의 논문이 나온 셈이다.

 

▲ 개막식 당일 몰려든 인파로 학회장 앞은 만원이다.

행사에 마련된 해당 세션들은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인파가 붐볐다. 4000석 규모의 베링거홀이 개막 당일 붐비는 인파로 학회장 앞까지 만원사례를 이룬 것은 유명 연예인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국내 학술대회와의 큰 차이라면 학술회장이 연결고리적 색채가 짙었다. 기초 및 임상연구가 제약사들의 파이프라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참석자들은 기승인 제품뿐 아니라 조만간 도입될 신약들의 임상데이터에도 주목했다.

제약부스 역시 의료진에 판촉활동을 목적으로 설치된 국내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최신 트렌드와 향후 제약계의 방향성을 짚어볼수 있도록 초점이 맞춰졌던 것.

▲ 포스터 부스에서 참석자들의 논의가 한창
아무리 국내 의료환경과 학문적 발전이 억압된 상황이라지만 어려울 때일 수록 직역간의 장벽을 허물고 소통과 대화는 필요하다. 학회는 말그대로 학구적인 의사들의 배움터이자 실적 발표장인 동시에 연구자와 개발자간 소통의 창구라는 본질을 떠올리게 했다.

한편 EASD와 맥을 같이하는 유럽당뇨병연구재단(EFSD)은 현재 다국적 제약기업과 전문가단체, 개인 기부자들의 지원으로 1억 유로(1337억3300여 만원)의 기금을 모아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활발히 시행중이라고 한다.

심심치않게 리베이트 문제로 의사라는 기득권 세력에 불신이 팽배해지는 사회상에서 제약사와 학회단체의 투명한 관계 정립에 주요 메시지를 던진다.

국내는 선진의료기술과 고급 의료인력을 통해 국부창출을 목표로 바이오코리아의 청사진들이 쏟아져 나온다. 즉, 양적인 팽창에 걸맞게 질적인 성장이 따라와야 할 의료시장에서 학회의 역할을 다시금 자문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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