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력 위해 필요", "아직은 시기상조"

 

정부가 의약품 QbD(Quality by Design, 설계기반 품질 고도화)를 추진한다. QbD는 첨단기술을 활용해 의약품 생산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체계적으로 대처하는 품질관리시스템으로, 미국·유럽연합·일본 등 주축이 된 의약품국제조화회의(ICH)에서 확립한 국제기준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다품목 소량생산 위주의 국내 제약 환경과 맞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투자를 요구하기 때문에 아직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부의 약가규제와 일련번호 도입, 허가특허연계제도 시행, 나고야의정서 발효 등 급변하는 제약환경 속에서 누적된 피로감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선진국 수준의 품질관리, 국제조화 관점에서 필수라고 꼽는 QbD,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인지 단순 부담으로 다가올 무리수일지 제약사들의 현황과 향후 정책 방향을 내다봤다.

'QbD' 하면 뭐가 좋을까?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의약품 제조 및 품질보증을 위한 QbD·PAT(Process Analytical Technology, 공정분석기술) 기반 구축방안 개발연구(가톨릭대 산학협력단, 연구책임자 오의철 교수)' 보고서에서는 QbD를 예상되는 위험성을 공정 내에서 관리해 최상의 제품생산과 동시에 공정의 최적화를 도모하는 과학적 접근법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이점으로 △제품의 품질을 높은 수준으로 향상 △제조공정과정을 개선해 효율성 증대 △불량품 발생률을 줄여 제조단가 낮추고 공정 중 불필요한 장치의 가동 최소화 △비용절감 △국제규제와 조화 등이 있다고 꼽았다.

특히 향후 제조방법변경과 같은 사후승인변경 등의 허가 및 규제사항들에 대한 변경을 쉽게 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고 강조했다.

"방향은 맞는데 비용부담 무시 못해"

그러나 제약업계는 QbD 도입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A제약사 관계자는 "가야 할 방향은 맞고 제품 수출을 촉진하려는 업체들은 어차피 해야 한다. 그러나 새롭게 시도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 비용 부담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QbD와 PAT를 운영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교육 및 운영 프로그램 구축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이 요구된다는 것.

또 얼마짜리 설비를 들여온다고 바로 성과가 나오는 개념이 아니라 연구단계부터 인원관리, 품목별 위해평가 등 넓은 범위에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추산이 쉽지 않은 점과 QbD에 대한 제약계 CEO 및 오너들의 무관심도 장벽으로 꼽았다.

다른 관계자는 "식약처와 제약협회 등이 마련하는 교육에도 참여했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현장에서 QbD의 필요성도 느끼고 있지만 정작 위에서 투자를 꺼리면 시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반면 QbD 도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품질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CTD(국제공통문서)에 QbD 개념을 도입해 작성해야 하며 국내 제약사 중 해외 수출을 진행하는 회사들은 이를 준비 중이거나 내부적인 프로세스에 따라 QbD 프로토콜을 설정해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B제약사의 제제연구 담당자는 "QbD 접근법을 이용해 의약품 개발 단계에서 생산 프로세스 단계의 리스크 평가를 통해 제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특정 요소와 공정 변수를 파악하게 되며, 일탈 발생 시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고 리스크의 관리를 통해 균일한 생산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PAT는 종합적인 모델을 구축하는 실험 계획법을 사용해 제조 공정을 검증하는 시스템으로 공정을 보다 확실히 파악하고 가변성 관리 기능이 향상되기 때문에 제품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릴리즈(Real-time release, 실시간출하)의 궁극적인 목표를 구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장점에 미국, 유럽 등의 규제기관은 타 기관과 협동연구, 전담TFT운영, QbD 개념이 포함된 품질관리 지침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최종 발표를 했고 일본 역시 여기에 참가했다.

현재 FDA는 QbD, Non QbD의 용어 구분 없이 QbD를 보편화시킨 상황으로 볼 수 있으며, 일본은 QbD 승인 제품을 꾸준히 늘려가는 추세다.

한편 수출에 주력하는 국내 상위 제약사들도 QbD 경험이 풍부한 다국적제약사의 도움을 받아 적용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QbD의 메인은 위해평가라고 볼 수 있는데 벽에 평가 리스트를 붙여놓고, 첨가제/제조/패키징/용출 등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 리스크를 파악한다. 이후 점수가 낮은 항목을 대상으로 실험을 통해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 어떻게 관리할지 대안을 강구하는 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국적사 전문가와 위해평가 등 QbD 일련의 프로세스를 함께하며 노하우를 배우는 중이라고 귀뜸했다.

식약처 "규제 아닌 효율성 강화책"

정부 측은 업계에 부담이 되더라도 국제 규제조화와 효율성 강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처 의약품품질과 김상봉 과장은 "PIC/S(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 가입 시대가 열렸다. 이제 많은 부분에서 국제 신임도를 확보하게 됐는데 이게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며 "정부가 추진해서 기업이 따라온다는 게 아니라 생산효율성 향상을 통한 기업의 이익창출, 초기투자에 비해 높은 중장기적 효과 등이 있기 때문에 기업적으로도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고 말했다.

생산효율성을 높여 부가가치가 커지고 불량률이 낮아지면 제품 결함에 대한 비용도 줄어드는 등 이점이 있으며 정부도 제도정비를 통해 가능한 부분에서 업계를 지원하겠다는 것.

김 과장은 "다른 게 아니라 21세기형 GMP다. 예전에 GMP했던 노하우가 있으면 결코 접근 못할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규격과 김은정 과장은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상당한 수준까지 왔지만 경쟁력을 더 키워야 글로벌로 나갈 수 있다"며 "의무화가 아니고 옵션이기 때문에 업계를 애먹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도 효율적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식약처는 2014년 주요업무계획에 QbD를 포함, 1차 예산으로 1억6000만원을 확보했다. 전문가 양성 교육 개발 및 운영, 중장기 로드맵 설계 등에 1억원, QbD 민관 협의체 등 규정개정 워킹그룹 운영에 6000만원을 투입하고 있다.

QbD 시스템 도입을 위한 협의체는 산·관 및 유관기관 담당자 총 33명(국내제약사 14명, 다국적제약사 7명, 식약처 3명, 평가원 8명, 보건산업진흥원 1명)으로 구성됐다.

식약처는 올해 QbD 해설서를 마련하고 사업에 대한 연구평가를 마무리해 법적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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