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교황이 전하는 새롭고 끝없는 도전

한국의 해방신학자 김근수가 집필한 '개혁 교황 프란치스코와 한국'은 무수한 교황 관련 책들과 차별되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프란치스코를 영웅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예수회, 프란치스코, 아르헨티나' 라는 문화와 조직의 차원에서 교황을 조명했다.

두번째로는 보수적인 행보를 보였던 교황청이 자구책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택하게 된 역사적 맥락을 해설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교회가 교황 환영을 뛰어넘어서, 교황과 교황청의 개혁 메시지를 자신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레오 13세(19세기), 요한 23세(20세기)에 이어 세 번째 개혁교황이다. 유일무이한 남미 출신 교황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회'를 주창하는 해방신학을 가슴에 품고 있다.

그는 교황청과 교회의 혁신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의 선행만이 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저자는 교황 개인을 넘어 교황청이란 조직의 개혁을 봐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들 조직의 개혁 과정을 날카롭지만 친절하게 전달한다.

특히 책의 제목은 '나'라는 개인이 하느님은 물론이고 교황과도 얼마든지 독대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에서 나왔다. 즉 독자들에게 교회를 넘어서 하느님, 교황과 마주하자는 것.

그렇다면, 프란치스코가 말하는 교회개혁이란 무엇일까? 

그는 교회가 단지 가난한 이들의 편에서 그들을 위로하고, 무료급식을 하는 '소승'적인 차원에만 머무르길 원치 않는다.

종교와 사제들이 이제껏 가난한 이들 위에서 누렸던 부와 권력을 과감히 내려놓아야만 진정한 교회개혁, 나아가 사회개혁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말하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긴다.

예컨대 교황에 취임하자마자 바티칸 금융감독기구인 금융정보국(AIF)의 이사를 전원 해임하고, 성직자 중심주의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등 프란치스코의 개혁가적 면모를 이해하지 않은 채 그가 보여주는 선한 말과 행동에만 초점을 우리는 그를 절반만 아는 것이나 다름없다.

프란치스코는 그리스도교 역사상 어느 시대에도 없었던, 소수자들과 가난한 이들 편에 서 있는 교황이다. 그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며, 전 세계 모든 이들과 직접 소통하기를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누구나가 종교를 떠나 '평화'와 '가난'이라는 메시지를 한국 사회에 선사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마주하고 그에게서 진정한 지도자의 면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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