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병상가동률 적용시 ... 이대목동병원은 축소후 '연구소' 등 기능 추가

전 병상 1인실을 목표로 오는 2017년 완공을 앞두고 있는 이대마곡병원. 재단, 병원, 의료진들의 큰 기대와 달리 현재 병상가동률을 적용했을 때 약 41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또 마곡병원이 완공되더라도 현재 위상 유지를 위해 목동병원을 그대로 유지, 투 트랙체제로 간다. 다만 목동병원은 300~400병상을 줄이고 의대를 모두 마곡으로 이전시킨 후, 요양병원이나 연구소 기능 등 다른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 이대마곡병원이 건립될 예정 부지.

삼정회계법인은 15일 오후 이화의료원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장기 발전 전략'을 보고했다. 이는 교육과학부의 재무구조 분석자료 제출 요청으로 진행됐으며, 추후 교수진들의 의견을 수렴해 병원 운영 재평가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 계획은 확정된 안이 아닌 컨설팅에 따른 제안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우선 이화의료원이 △마곡병원 단독 운영 방향으로 갈지 △목동병원 유지 하에 마곡병원 동시 운영으로 갈지에 대한 방향이 제안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위상 및 이미지 유지와 다양한 기능 수행 등을 위해 목동병원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즉 투 트랙 운영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

다만 목동병원의 병상수를 대폭 줄이고 연구소나 요양병원, 재활병원 등 다양한 기능을 시도해봐야 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삼정 측은 "500~600병상 정도만 남겨두고 연구소나 재활병원, 요양병원, 시니어타운 등 다른 용도로 전환해 새로운 운영을 꾀해야 한다"면서 "남은 병상들은 기존처럼 '여성'위주의 질환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목동-마곡 동시 운영시 연간 41억원 '적자' 예상

▲이대마곡병원 조감도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투 트랙 운영을 펼칠 경우 41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기존의 우려가 고스란히 현실이 된 것. 앞서 지난해 10월 이대마곡병원의 전병상 1인실 운영방침이 나왔을 때, 몇몇 교수진과 관계자들이 "회진이나 진료에 있어 비효율이 나타나고 환자-의사 간 소통의 어려움, 건축비 과다 발생, 인건비 급증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의료원의 마곡병원 운영 계획을 토대로 삼정 측에서 분석한 결과, 다른병원과의 차별화, 감염예방, 프라이버시 보호, 전실 및 전동 업무 감소 등의 장점이 있긴 하나, 목동병원 환자들의 불만,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 동선 증가, 간호사 수 증가, 운영 및 관리비 과다 지출 등의 문제가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입원관리료에서 10억원 정도의 이익이 발생하지만, 병실차액 -23억7000여만원, 인건비 -19억2000여만원, 관리비 -5억원, 건축비 -3억원 등의 적자로, 연간 약 41억원의 손실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계됐다.

이는 현재 이대목동병원의 병상가동률 78.7%를 대입했을 때의 결과며, 만약 병상가동률을 80%로 끌어올리면 적자폭은 25억원으로 줄어든다. 병상가동률이 85% 이상이 되면 흑자 운영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교수들의 진료량 및 수술량 확대 등 역량 강화돼야..."

▲지난해 제2부속병원 건립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는 이순남 의료원장.

삼정 측은 "병원의 침체된 분위기는 교수진들의 업무 태만 문제 때문"이라며 "동대문병원 합병 후 교수급이 많아져 인건비는 많이 지출되는데, 진료량은 상당히 떨어진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휴가나 연수, 학회 등의 사유로 일찍 진료를 마감하는 교수들이 많았고, 진료 개시까지 15분 이내는 20%도 되지 않았으며 1시간 이상되는 교수들이 절반에 달했다.

빅5 등 다른 병원은 진료시작 15분 이내 교수진들이 80%였고, 1시간 이상은 10%에 불과한 것과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수술장 활용도는 83%, 가동시간 6시간30분, 수술시작 시간 9시9분 등으로, 빅5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따라서 삼정 측은 "마곡병원 진료 개시 전까지 반드시 교수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나 혁신을 시행해야 한다"며 "수술시간을 늘리고 진료시간을 엄수하는 등 기본적인 자세를 갖추는 것부터 시작해 중증도 환자 진료 등 전문역량 확대 등을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곡병원은 3차병원답게 질환별 특성화센터 위주로

적자를 면하기 위해서는 교수 혁신, 병상가동률 증대 외에도, '질환별 특성화센터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목동병원은 여성질환, 근골격계질환 등을 위주로 보고, 마곡병원에서는 암병원, 심뇌혈관센터, 뇌졸중센터, 장기이식센터, 중증외상센터, 연구중심병원 등을 위주로 3차병원으로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삼정 측은 "적자가 예상된다고 해서 무조건 낙담할 필요는 없다. 현재 의료 수요는 충분히 증가하고 있고, 강서·양천구의 상급종합병원 부재로 의료진들이 조금만 노력한다면 충분히 승산 가능성이 있다"면서 "앞으로 의료진의 역량이 이화의료원의 존폐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대목동병원 전경.

이화의료원 조영주 기조실장 역시 "인건비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고, 병상가동률은 상당히 낮다.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목동병원을 유지하고 마곡병원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의료진들의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동의했다.

그러면서 "외래시간, 수술시간을 잘 지키고, 협력병원을 재정비하는 한편, 단골환자와 입원환자를 늘려 병상가동률을 85%로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병원에서는 앞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팀별성과관리체계를 운영해 의료진의 혁신을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몇몇 교수진들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A교수는 "수술시작시간은 9시지만 마취 등 수술 전 단계에서 1시간 이상 소요된다"며 "단순한 수치로 교수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식의 발언은 삼가달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대마곡병원은 1000병상 모두 1인실로 지어질 예정이며, 오는 2017년 완공, 2018년 진료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2020년 상급종합병원을 신청, '규모의 경쟁'에 뛰어들 계획이다.

이대목동병원은 현재 상급종합병원 지정(2015.1~2017.12) 신청을 마친 상태며, 해당 타이틀이 통과되면 2020년까지만 유지한 후 병상을 줄여 2차병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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