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군 3분의 2가 적절한 치료 못받아

"남성보다 덜 심각" 의사 그릇된 인식 탓

 매년 2월을 `미국 심장의 달(American Heart Month)`로 지정, 대국민 캠페인을 벌여 온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AHA)는 최근 여성 심혈관질환 관리실태에 대한 일련의 연구·조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올해 심장의 달을 맞아 `Circulation`에 발표된 특별 보고서들은 ▲미국내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여성의 과반 이상이 반드시 필요한 약물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남성에 비해 여성의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상대적으로 낮게 보는 의사들의 태도가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1984년부터 남성을 추월하기 시작한 여성 심혈관질환 사망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2003년 6만5000명 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통계상으로는 매년 50만명의 여성이 이 질환으로 사망한다. 전체 순환기질환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다.
 10여년 전부터 심각성을 인식한 보건당국과 AHA 등 관련단체들이 범국가적 여성건강 계몽캠페인을 펼쳐 왔지만, 이번 연구에서 보듯 결과가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 특히, 일부 노력의 결실로 심혈관질환에 대한 여성의 관심도는 증가한 반면 이들을 진료하는 의사들의 인식에는 변화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의사들에 의해 여성의 심혈관질환 위험이 여전히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콜롬비아의대 예방심장학교실 로리 모스카 교수팀은 美 전국의사 500명(순환기 100·산부인과 100·일반의 300명)을 대상으로 심혈관질환 예방요법을 위한 진단에 있어 남·여 환자의 차이를 분석키 위해 설문을 실시했다.
 의사들에게 흡연·콜레스테롤·혈압·체질량지수·심장질환 가족력·당뇨병 등에 있어 동일한 위험정도에 성별만 달리한 허위 환자기록을 토대로 어떤 예방요법을 권고할 것인지를 물었다. 그 결과, 위험정도가 동등함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저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경향이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의사 5명중 4명은 여성의 연간 심혈관질환 사망자 수가 남성 보다 많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의사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여성들에게 보다 적극적이고 적절한 예방요법이 선행되지 않는 등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모스카 교수팀은 또 지난해 발표된 여성 심혈관질환 진료지침의 준수 정도를 파악키 위해 심혈관 병력이 있거나 고위험군에 속하는 여성환자 8353명의 임상자료를 바탕으로 지질치료 여부 및 결과를 분석했다.
 연구시작 시점에서 고위험군 중 최적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나타낸 여성은 7%에 불과했다. 하지만, 스타틴과 같이 지침이 권고하는 지질저하제를 처방받은 여성은 3분의 1에 그쳤다. HDL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에 이상이 있는 환자도 절반을 차지했으나, 나이아신 또는 피브레이트 요법은 극소수에게만 사용됐다.
 심장질환 고위험군 여성의 경우, 무병력 여성에 비해 질환 발생위험이 6배나 높기 때문에 이들의 콜레스테롤을 최적 상태로 유지해 주는 것이 여성 심혈관질환 개선의 관건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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