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신체질환에 따른 약물 복용 먼저 파악할 것

평소 우울증을 겪었던 할리우드 배우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가 최근 향년 63세로 별세했다.

경찰은 윌리엄스의 사인을 자살에 의한 질식사로 공식 발표했다. 실제로 그는 죽음을 선택하기 직전까지 식욕 부진과 지속적인 불면 등의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미국의 경우, 65세 이상 200만 명이 우울증을 동반하고 있고, 자살률도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 그렇다면, 급격한 노령화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떨까?

2012년 발표된 연령별 자살률에 관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0만 명당 70대는 73.1명, 80대 104.5명으로 조사됐다. 고령화 사회에 들어서면서 경제적인 어려움, 정신적·육체적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증가하면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노인우울증은 진단하기 매우 어려운 질환 중 하나다. 노인 대부분이 우울증 증상을 단지 신체 노화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이런 증상만으로 검사를 실시할 경우 별다른 이상이 없으니 안정제 정도만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정제는 우울증 치료제가 아니다.

이에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김태석 교수는 약물 남용·의존을 막고 노인우울증에 있어서의 약물요법 특히 '똑똑한 항우울제' 사용을 강조했다.

지난 12일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서 열린 대한정신약물학회 추계학술대회서 김태석 교수는 'Antidepressants for the Late-life Depression'라는 주제로 노인환자에서의 약물사용 원칙을 공유했다.

김 교수는 먼저 뇌졸중,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의 공존 신체질환으로 인한 과다 약물 복용을 지적했다.

그는 "정신건강의학과 이외의 다른 임상과에서 신경성 가능성을 염두한 항불안제 처방은 물론 항우울제, 통증조절 약물 특히 TCA 등의 사용이 빈번하다"면서 "환자 가운데는 신체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약을 복용 중이거나 건강보조식품을 남용하는 경우도 많아, 약물 치료에 앞서 이를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실례로 김 교수가 제시한 75세 남성환자의 증례를 보면 고혈압, 만성 기관지염을 포함한 36종류의 약물, 82개의 알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김 교수는 "우울감 발생과 관련 있는 약물에는 베타 차단제, 벤조디아제핀계, 스타틴 계열 (지질 저하제),항콜린제제 (위장 질환 치료 사용) 등이 있다"면서 "우울증 치료에 있어 이 같은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지를 먼저 물어본 뒤 항우울제 등을 처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우울감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약물에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 파킨슨병 치료제, 호르몬 조절제, 정신자극제, 항경련제, 프로톤 폄프 저해제와 H2 차단제 등이 있다.

더불어 그는 항우울제 사용에 있어 부작용 역시 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력학과 약동학의 변화·공존 신체질환 빈도 및 복용 약물 증가·치료 순응도 문제 등으로 인해 항정신성 약물 부작용 빈도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김 교수는 약물 사용에 있어서 잊지 말아야 할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최소 용량으로 시작해 천천히 증량 △약물 농도 문제를 염두해 한꺼번에 보다 분복 △순응도 문제를 고려한 복용 방법이나 횟수 단순화 △개개인의 특성에 따른 적절한 처방이 있다.

즉, 공존 신체 질환과 그에 따른 많은 약물 복용 상황을 고려하고, 전형적 우울증상과 신체 증상의 빈번한 호소 및 인지 기능의 문제를 항상 염두해야 한다는 것.

더불어 항우울제는 빈번한 부작용이 무엇인가에 따라 선택되는 경향이 높은데, 항콜린(anticholinergic) 효과나 진정(sedative) 작용이 빈번한 약물은 항상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약물 치료 시 노화에 따른 신체 변화를 고려해 처방해야 하며 항우울제마다 약물 부작용적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항우울제 선택에 앞서, 약물 각각의 특별한 장점을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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