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력 부족·조세혜택 등 문제 가득... 개원가와 대형병원 사이에서 어려움

 

중소병원들이 어렵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다. 하지만 정부도 의료계도 중소병원 경영 악화의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지금까지 이르게 됐다.

최근 정부가 의료법인의 자법인 허용 등을 통해 경영의 숨통을 틔워주겠다지만 중소병원 경영자들은 실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또 자금력이 있어야 자법인도 만드는데 대부분의 중소병원은 지금 그럴 여력이 없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본지는 중소병원이 처한 현재 상황을 짚어보고, 경영자의 리더십, 조직문화, 새로운 경영기법 등 중소병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의료인력 부족은 오래된 이야기

최근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한 중소병원장은 "현재의 중소병원 상황은 저수지의 물이 마르기 직전이다. 죽거나 혹은 커지거나 또는 전문화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며 "현재의 의료전달체계 틀 속에서는 단지 파국의 시기를 늦추거나 낙차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뿐이다. 그야말로 코드 블루 상태"라고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중소병원들이 얘기하는 어려움은 크게 의사와 간호사 등의 의료인력 부족, 조세 혜택 미약, 의료공급체계에서 어정쩡한 중소병원의 위치 등을 꼽을 수 있다.

의료인력 부족은 중소병원 경영의 뇌관이라 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지만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경기도의 한 중소병원장은 "의사와 간호사 직종은 채용하기도 쉽지 않지만 이직률도 높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금 간호사 등급 6~7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가 중소병원을 고려한 등급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으로 내려 갈수록 의료인력의 부족은 더욱 심각해진다. 몇몇 중소병원은 의사나 간호사가 없어 응급실이나 병동을 폐쇄하고 있기도 하다.

2012년 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병원경영 자료에 따르면, 160~299병상 종합병원과 병원급의 병상 인력이 다른 규모의 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열린 '위기의 중소병원' 심포지엄에서 경희대 의료경영학 김양균 교수는 "중소병원 대부분 병상당 인력과 환자당 인력이 낮아 의료사고의 가능성과 품질 저하 가능성이 높다"며 "인력부족의 문제는 대도시, 중소도시, 읍면지역의 지역별 불균형과 의료기관 규모별 불균형이 모두 존재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160~299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의 인력부족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며 "병원급은 인력이 부족하지만 장기요양병원으로 만드는 경향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의사와 간호사 등의 처우를 개선하면 중소병원의 해묵은 숙제인 인력문제는 해결된다. 하지만 재정적으로 힘든 중소병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는 의견들이 많다.

경기도의 한 중소병원장은 "중소병원들의 지출 내역을 보면 인건비 50%, 재료대 30%, 관리비 20% 정도"라며 "재료대에 대한 마진 없고, 관리비 절감도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인건비 비중 50%를 어떻게 더 올릴 수 있겠냐"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중소병원 경영지원사업'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진흥원은 간호인력 부족 해결책으로 간호 인력의 배출을 증원하고 또 간호등급제를 폐지하거나 7등급 감산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간호사 인력 수급이 원활할 때까지 한시적 보완 인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안도 내놓았다.

김 교수는 "정부가 중소병원의 의료 인력의 처우 개선을 위해 명확한 기준과 사용 내역 등을 보고받고 지원을 해야 이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영리법인 분류…정책자금 지원 못 받아

중소병원들의 불만은 조세혜택이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보건산업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고유목적 사업준비금 설정,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 지방세 비과세/공제/감면 등이 중소병원들이 받는 혜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병원들은 또 의료기관 세제상 혜택이 가장 시급한 분야로 지방의료 혜택 확대가 48.6%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설립유형별 조세부담의 불균형 개선 33.9%, 병원의 연구·개발활동 지원 33.6% 순으로 조사됐다.

올해 초 중소병원협의회는 의료법인은 법규상 비영리법인으로 분류돼 기업으로 볼 수 없어 중소기업의 정책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또 노동집약적 산업의 하나인 의료기관은 높은 인건비 부담의 조건에서 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각종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법인도 중소기업의 정책자금 지원 범위에 포함의료법인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위 너무 넓어 관련 규정 미비

전문가들은 중소병원이라는 명칭이 중소병원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 지목한다. 현재 병원급 의료기관은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요양병원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중소병원과 관련된 규정은 미비한 상태라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중소병원장은 "중소병원이란 개념 자체가 어렵다.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 개념 범주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급성기와 만성기병원으로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2차 병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결국 중소병원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소병원은 100~200병상도 있고, 300~500병상도 있는 등 범위가 너무 넓어 정부도 어디에 초점을 둬야할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전문병원도 중소병원에 포함돼 더욱 상황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중소병원이 시설 및 인력기준에 따른 병원의 종별 구분은 존재하지만, 국민이 제공받는 의료서비스는 제한이 없게 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규모에 따른 균형발전을 위한 지원정책은 존재하지 못하고, 무한경쟁에 따른 출혈적 경쟁과 과도한 투자에 따른 비용 발생 효과적이지 못한 의료서비스 양태를 보인다고 말한다.

중소병원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의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ACO모델'을 만들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ACO는 PCMH(Patient Centered Medical Home)와 함께 미국 의료시스템 개혁의 대표적 2가지 콘셉트로 1차 진료를 포함한 모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책임진료기구'를 말한다.

이왕준 명지병원장이 주장하는 이 모델은 대학병원과 병원, 의원, 요양원 등의 기관을 운영 차원에서 한 그룹으로 묶고 할당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다. 이후 정부는 할당된 환자들에 대한 1인당 연간 급여액수를 정해 지급하고, ACO가 대학병원, 병원, 의원, 요양원의 급여비 분배율을 결정해 나눠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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