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9000명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 통해 입증

항불안제 약물인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이 알츠하이머 발병위험도를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BMJ에 발표됐다.

프랑스 보르도 대학 Sophie Billioti de Gage 교수팀은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Kristine Yaffe·인디애나 대학 Malaz Boustani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를 통해 "최소 6개월에서 최대 5년동안 벤조디아제핀을 복용한 노인환자가 그렇지 않은 이보다 치매 발병률이 최대 51% 이상 더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00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캐나다 퀘백의 건강보험 데이타베이스에 등록된 노인 약 9000여명을 대상으로 벤조디아제핀이 알츠하이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대상군은 66세 이상 노인 가운데 알츠하이머로 진단받고, 벤조디아제핀을 최대 5년이상 복용한 1796명과 건강한 노인 7184명으로 분류한 뒤 6년간 추적 관찰했다.

분석 결과 벤조디아제핀 성분이 함유된 수면·진정제를 복용한 군이 그렇지 않은 군보다 43%에서 많게는 51% 이상 알츠하이머 발병위험도가 높았다. 더불어 약물을 장기간 복용할 수록 발병률은 그만큼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구팀은 벤조디아제핀이 어떤 경로로 알츠하이머를 포함한 치매 관련 질병을 일으키는지는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Billioti de Gage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벤조디아제핀이 함유된 약물을 3개월 이상 복용하면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라면서 "하지만 약물은 불안장애를 치료하는데 매우 중요한 옵션 중에 하나로 전문의는 환자에게 약물을 단기간 복용하도록 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벤조디아제핀은 노년층에서 일반적으로 동반되는 수면·불안장애를 치료하는데 쓰이고 있는데, 약물과 치매의 상관관계를 증명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Billioti de Gage 교수팀이 BMJ 9월 27일자에 "수면·진정제를 장기복용한 노인은 그렇지 않은 이보다 치매 발병위험도가 50%이상 더 높다"는 논문을 발표한 것이다.

연구팀은 65세 이상 노인환자 1063명을 대상으로 1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벤조디아제핀 복용군은 100명 당 4.8명이, 위약군은 100명 당 3.2명이 치매 진단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연구팀은 "전문의는 환자에게 약물의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한 뒤 몇주 동안만 약물을 복용할 것을 제안해야 한다"면서 "특히 만성적인 치매환자에서 벤조디아제핀 사용은 엄격히 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조사에 따르면 매년 노인환자 3~14%가 불안장애를 동반하고 있는데 이는 알츠하이머 증상의 하나로 간주된다. 특히 불안증세를 동반한 알츠하이머 환자 가운데는 일몰 후 증상이 악화되는 일몰증후군(sundowning)을 경험하기도 한다.

일몰증후군이란 해가 진 이후에 과민반응을 보이거나 강박적인 행동을 보이는 증상을 말한다. 증상이 악화되면 배회를 하다가 불안해 하거나, 쉽게 화를 낸다. 또 난폭한 행동은 물론 환각·환청·망상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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