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건 이후 연일 동네북 신세가 되고 있는 요양병원들이 위기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요양병원은 노령인구 증가 등으로 2009년 777개에서 2014년 1265곳으로 늘어나면서 병원운영, 환자관리, 시설·화재 안전 분야 등의 개선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경찰청·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합동단속 결과 두 곳중 한 곳은 안전관리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최근엔 요양병원이 감염질환이나 정신질환자를 받을 수 없음에도 '요양·정신병원'으로 명칭을 사용한 곳(의료계에선 사실상 정신병원으로 판단함)에서 폐쇄병동이나 노숙자 환자 둔갑시키는 등의 문제가 있자 이를 요양병원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또 감염질환인 에이즈를 공기전염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있으면서, 왜 요양병원은 에이즈 환자를 안받느냐 지적을 받았고, 이에 따라 환자를 받으면 받았다고, 내보내면 또 구타를 해서 내보낸 것이라는 근거없는 주장들이 요양병원들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

윤해영 노인요양병원협회 회장<사진>은 4일 기자들과 만나 "요양병원이 동네북인양 여기저기서 흔들어 대고 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획일적 기준 적용 등으로 요양병원 전체가 매도되고 있는 현실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문제는 복지부·건보공단·경찰청 등 유관기관들이 앞으로도 긴밀한 공조체제를 바탕으로 요양병원에 대한 불법과 비리를 더 강력히 단속, 척결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는데 있다.

복지부는 "질이 낮은 저급한 요양병원은 반드시 퇴출시키고 선량한 병원이 욕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정책 방향"이라며, "업계 자율적으로 불법행위를 방지해 줄 것을 각별히 요청하고 국민들도 관련 불법행위 및 각종 비리에 대해 신고해 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이러자 요양병원협회가 바빠졌다. 협회는 현재 구성중인 윤리위원회를 통해 저질 요양병원 퇴출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어 복지부의 불법의료기관 단속에 대해 적극 환영하고, 일명 사무장병원에 대해 정부가 나서 적극 해결하려는 움직임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복지부의  '요양병원 안전관리 방안'은 사명의식을 갖고 노인의료를 위해 헌신하는 대부분의 요양병원에겐 크나큰 자괴감에 빠져들 게 할 수 있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요양보호사 3교대 근무 의무화',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당직의료인 관련 규정'은 현장의 여건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무리한 정책이며 오히려 의료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다수의 요양병원이 비현실적인 당직의료인 제도로 시정명령을 받은 것은 규제로만 해결할 부분이 아니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밝히고 잘못된 제도로 인해 선의의 피해를 입고, 마치 전체가 불법집단으로 비춰지는 현 양상에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의료기관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은 모두 거동이 불편한데도 유독 요양병원에만 엄중한 잣대로 적용하는 것은 법 형평상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윤해영 회장은 "우선 요양시설(요양원)과의 올바른 역할정립을 통해 요양병원이 의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전문가와 공급자들이 모여 끊임없이 연구하고, 저수가 개선, 간병비 현물급여의 실현 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또한 요양의 개념 자체를 선진화시켜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게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완화의료와 관련해서는 "현재 요양병원은 매년 약 3만5000명 이상의 암환자에게 저비용으로 양질의 완화의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암관리법 제22조(완화의료전문기관 지정)에서 의원, 한의원, 병원, 한방병원, 종합병원은 완화의료기관 지정의 대상이 되나, 요양병원은 대상에서조차 빠져있어 제도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협회는 25일 백범기념관에서 개최하는 학술세미나에서 '위기의 요양병원, 갈 길을 묻다' 주제로 '요양병원 의료정책 현황'과 '수가체계 개선방향', '회복기병원 도입 문제', '화재안전', '당직의료인 규정' 등을 당국자·학계·전문가를 초빙해 심도 있게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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