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자살실태조사 결과, 10명 중 3명 재자살시도

▲ 9월 2일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열린 '2014 자살예방종합학술대회'에서 우리나라의 자살실태조사 발표와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과거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자살기도자들에서 재시도율이 매우 높으므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집중적인 관리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9월 2일 열린 '2014 자살예방종합학술대회'에서 우리나라의 자살실태조사 발표를 맡은 서울의대 김보라 교수(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자살기도자는 실제 자살사망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고위험군"이라면서 "이들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자살은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2011년 12월 31일 통계청 사망자료에 따르면 자살기도자는 8848명이었고, 그 중 자살사망자수는 230명으로 집계돼 전체 사망원인의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자살예방법이 시행되면서 자살사망률이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고는 하지만 연령표준화 자살사망률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상승세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자살기도자들과 자살사망자,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성별, 나이, 학력, 혼인 여부, 취업상태 등 일반적인 특성과 자살 위험요인 및 시도경험 등에 대해 심층적인 자살실태조사(KNSS)를 시행했다.

자살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자살사고, 자살계획, 자살시도, 자살사망에 이르기까지 자살의 단계를 종적으로 구분했고, 자살사망자 통계자료와 일반인구 및 의료기관 표본조사, 의료서비스 이용료, 심리학적 부검 등을 이용해 4개 부서가 통합적 자살연구를 수행했다. 그 중 김보라 교수는 의료기관 방문 자살기도자와 자살사망자들에 대한 부분을 맡아 실태조사 및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2013년 5월부터 12월까지 전국 17개 병원의 응급실을 방문한 자살기도자 1359명에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심층 대면진료 경험과 자살심각도 척도의 측정 결과로 자살기도자 특성을 조사했고, 자살기도 후 사망으로의 연계성을 평가하기 위해 2007년 1월부터 2011년 12월 31일까지 자살시도로 전국 15개 병원의 응급실을 방문했던 8848명의 차트리뷰 결과와 통계청(2012년 12월 31일 기준)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자살기도자수는 여성(59.2%)이 남성(40.8%)보다 1.5배 정도 높았고, 50대 이상 고령자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자살기도자의 신체질환 여부 분석에서는 30~49세(15.4%)보다 50~69세(48.8%)일 때 급격히 증가하고 신체질환으로 인한 고통의 정도도 50대를 넘어가면서부터 중등도 이상의 심한 고통을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그로 인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교수는 특히 자살기도자들 가운데 과거 자살기도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성별로는 남성 24.2%, 여성 31.7%, 남녀를 통틀어 전체 자살기도자들 중에서는 28.6%로, 10명 중 3명 정도가 다시 자살을 시도하는 셈이다.

김 교수는 "응급실에서 자살기도자들을 자주 접하다보니 상습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간과하는 경우도 많은데, 자주 반복한다고 해서 결코 중증도가 낮지 않으므로 주의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살기도력이 없었던 나머지 60~70%에서는 반복적인 재시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처음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충동적인 경험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어 이후에 정신건강의학과로 연계가 되지 않고 재시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 대해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외래나 응급실 사후관리사업, 지역 내 정신보건센터 등 치료권으로 연계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자살기도자의 사망자료 분석에서는 여성보다 남성(1.8배)에서, 50대 이상 고령(2.0~3.6배)에 해당하거나 우울감 등의 정신과적 증상으로 자살을 시도한 경우(1.7배)에 재자살시도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았다.

한편 자살기도자와 실제 자살사망자 간 자살기도방법에 상당한 차이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접근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살기도자 조사 결과에서는 절반 이상이 약물음독(52.8%)을 통해 자살을 시도한 반면, 실제 자살사망자들 사이에서는 목을 매거나(50.5%) 투신하는 비율(16.6%)이 높았던 것. 자살기도자 관리에 치우친 나머지 실질적인 성공률이 높은 목맴 자살이나 투신을 예방하기 위한 전략도 간과돼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날 좌장을 맡은 신경정신의학회 김영훈 이사장은 "생산연령인 20~40대 남성 중 저소득층에서 고소득층에 비해 자살률이 8~9배 이상 높다는 조사 결과로 미뤄봤을 때 경제양극화와 같은 사회경제적인 문제도 자살률 증가에 상당히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 같다"며 "중앙자살예방센터를 중심으로 각 지역의 자살예방센터나 정신건강증진센터, 병원 등 전문가 집단과의 연계를 통한 국가사회적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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