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영 강북삼성병원 교수팀 연구 올초 PLOS ONE 게재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인슐린을 쓸 경우 어떤 조합에 추가해야 하는지, 또 어느 정도의 용량을 써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연구 논문이 올해 초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인 PLOS ONE에 실렸다.

특히 이번 연구는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조기 인슐린을 고려하거나, 2차 선택약물로 인슐린을 처음 시도하는 의료진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전망이다.

강북삼성병원 박철영 교수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경구용 당뇨병 약제를 최대 용량으로 사용해도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모집해, 서로 다른 경구용 약제와 인슐린 조합을 비교했다.

환자들은 2008년 6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5개 대학병원에서 모집했으며, 평균 연령은 56세였다. 베이스라인 시점에서의 체질량 지수(BMI)는 25kg/㎡였으며, 당화혈색소(A1C)는 8.4%, 당뇨병 유병기간은 11년이었다.

이들을 메트포르민 + 인슐린글라진 병용군, 글리메피리드 + 인슐린글라진 병용군, 메트포르민 + 글리메피리드 + 인슐린글라진 3제 병용군 등 3개 군으로 나눠 24주 후 A1C 변화를 관찰했다.

연구결과, 메트포르민 + 인슐린글라진 병용군의 A1C는 8.5±0.9%에서 7.7±0.8%로 떨어졌고, 글리메피리드 + 인슐린글라진 병용군은 8.4±1.0%에서 7.7±1.3%로, 메트포르민 + 글리메피리드 + 인슐린글라진 3제 병용군에서는 8.7±0.9%에서 7.3±0.6%로, 모두 눈에 띄는 변화를 보였다.

특히 메트포르민 + 글리메피리드 + 인슐린글라진 3제 병용군의 A1C 감소는 나머지 두 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했다(메트포르민 + 인슐린글라진 병용군간 차이 0.49% [CI, 0.16% to 0.82%; P=0.005; 메트포르민 + 글리메피리드 병용군간 차이 0.59% [CI, 0.13% to 1.05%, P=0.012).

아울러 A1C 7.0% 미만을 달성한 환자 비율 또한 메트포르민 + 글리메피리드 + 인슐린글라진 3제 병용군에서 가장 높았는데, 비율은 34.4%였으며, 나머지 두 군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차이를 보였으나 전반적인 평가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A1C 7.5% 미만을 달성한 환자 비율은 3제 병용군에서 75%로 메트포르민 + 인슐린글라진 병용군과 비교해 차이를 보였으며, 전반적인 평가에서도 의미가 있었다(P=0.0109).

아울러 이번 연구에서는 공복혈당 개선도 확인됐다. 메트포르민 + 인슐린글라진 병용군은 163mg/dL에서 124mg/dL로, 글리메피리드 + 인슐린글라진 병용군은 160mg/dL에서 136mg/dL로, 메트포르민 + 글리메피리드 + 인슐린글라진 3제 병용군은 165mg/dL에서 121mg/dL로 감소했다. 다만 각 군간 차이는 없었다(P=0.1607).

인슐린의 최대 화두인 저혈당 발현율도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 과정에서 증상, 무증상, 야간저혈당 모두 20%에서 최대 58%까지 발생했지만 서로간의 차이는 없었다. 특히 중증 저혈당은 한 건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임상 기간 중 사용한 인슐린 용량(단위)은 메트포르민 + 인슐린글라진 병용군의 경우 12.2±2.7IU로 시작해 최대 29.5±13.3IU까지 사용했고, 글리메피리드 + 인슐린글라진 병용군은 11.8±2.0IU에서 27.2±14.2IU, 메트포르민 + 글리메피리드 + 인슐린글라진 3제 병용군은 12.5±2.5IU에서 20.1±10.3IU였다. 

"인슐린 사용에 대한  가이드 될 것"

▲ 강북삼성병원 박철영 교수
이번 연구의 주요 저자인 강북삼성병원 박철영 교수는 연구가 다소 늦게 발표됐지만 국내 인슐린 사용률이 11%인 상황에서는 유용한 정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를 만나 연구의 배경과 의미를 풀어봤다.

- 연구가 시행된 배경은?
이 연구는 인슐린글라진이 국내에 도입되고 난 후 사노피가 한국 환자들을 위해 임상을 추진한 첫 번째 연구이다. 저널 발표가 많이 늦어진 것은 연구 자체가 늦게 끝난 데다 그사이 새로운 당뇨병 연구가 많이 나오면서 주요 저널 등재에서 밀린 것도 없지 않다. 당시만 해도 아이디어가 독창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임상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당뇨병 환자에게 쓰는 약물은 보통 2제 또는 3제다. 이런 상황에서 인슐린글라진이라는 기저인슐린을 누구에게 얼마나 써야 되는지 잘 몰랐다. DPP-4 억제제의 전환이 이뤄졌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고 있는 약이 메트포르민과 설포닐우레아인데 각각 또는 병용요법 시 란투스를 추가했을 때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또 설포닐우레아제제에 DPP-4 억제제를 써도 결과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연구 결과 모든 조합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제 조합의 효과는 더 컸는데 어떤 의미인가?
연구 결과 인슐린글라진을 메트포르민 또는 설포닐우레아와 같이 쓰면 효과적이고, 3제를 같이 쓰면 효과가 더욱 커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당뇨병 유병기간이 10년이 넘는 환자들의 A1C 관리가 쉽지 않은데 무려 75%의 환자들이 A1C 7.5%에 도달했다는 점은 그만큼 인슐린의 유익성이 크다는 의미다.

아울러 한국 환자에게 적합한 용량을 찾은 것도 큰 수확이라고 볼 수 있다. 당뇨 유병기간 10년 이상이고 경구용 약제로 잘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인슐린 용량이 최대 20IU 정도면 목표 혈당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은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시작 용량은 10IU부터 투여했다. 저혈당이 생기면 안 되니까 3일 간격으로 자가혈당을 측정했고 이를 기준으로 2IU씩 올리게 한 것이다.

- 저혈당 발생률은 매우 유사했다.
인슐린글라진에 의한 저혈당은 공복 저혈당이 많다. 때문에 2IU씩 서서히 증량하면서 저혈당 위험도를 조절한 것이다. 혈당이 높은 환자라서 가능했고, 만약 저혈당이 생기면 인슐린 단위를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 연구의 한계점은 ?
연구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썼을 때도 이러한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 마지막으로 인슐린 조기 치료의 장점은 무엇인가?
인슐린을 외부에서 보완해주면 췌장이 쉴 수 있다. 인슐린의 췌장 보호 효과도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대부분 너무 늦은 시기에 맞으니까 인슐린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고, 회복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인슐린을 조기에 쓰면 도중에 끊을 수도 있다. 나아가 경구용 약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인슐린을 쓰려면 조기 투여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더이상 마지막 약물이 아닌 것이다. 의사 또한 과거에는 환자교육 등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인슐린을 잘 쓰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제약사들이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교육문제도 해결됐다고 본다. 지금은 의사가 두려움만 없으면 설포닐우레아 제제보다도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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