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근무 중인 변윤환 인턴..."정부가 나서지 않아 초보의사인 제가 나섰습니다"

"응급실 돌면서, 국민 모두 CPR 알아야 한다고 생각"

"얼마 전 세월호 사건도 그렇고, 매일 응급실에서 마주하는 환자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 국민 모두 국영수를 배우듯 심폐소생술(CPR)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부에서 나서지 않아 결국 초보 의사인 제가 직접 나서게 됐습니다."
 

 

아직 의사로서 첫발을 내딛은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서울대병원 변윤환 인턴은 28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CPR 교육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같이 밝혔다.

변 인턴은 지난 4개월간 내과, 응급의학과 등에서 응급환자들을 접하면서, CPR에 대한 국민적 필요성에 대해 크게 통감했다고.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그는 아기가 질식해서 숨을 못 쉬고 있는 상황인데도 엄마는 119가 올 때까지 손도 못쓰고 생명이 꺼져가는 것만을 본 사례, 가족들이 많음에도 CPR을 하지 않아 집에서 목숨을 잃은 할아버지 등 안타까운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됐다.

그는 "눈 앞에서 꺼져가는 생명을 가만히 볼 수밖에 없는 심경은 차마 말할 수가 없다. 가족이라면 그 고통과 충격은 더 클 것"이라며 "모든 국민이 CPR을 숙지한다면 죽어가는 많은 목숨을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군대를 가지 않는 이상 CPR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일반고등학교에서는 기초적인 안전교육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

최근 세월호로 많은 고등학생들이 목숨을 잃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결국 그는 마음 속에만 담아뒀던 '고등학생들을 위한 CPR 교육'을 실천하게 됐다고 전했다.

일단 교육봉사에 앞서 서울시보라매병원에서 실습모형 4개를 빌렸고,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한 '일반인 심폐소생술 표준 교육프로그램 교육 강사 지침서'를 기초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파워포인트(PPT)를 만들었다.

이어 함께 교육봉사를 갈 수 있는 인턴과 전공의들을 구했고, 고등학교의 양해를 구하는 작업에 나섰다.

 

첫 발은 모교인 중앙대사대부고에서 2명의 의료인들과 함께 오늘(28일) 내딛었으며, 1시간 반 가량의 30여명의 학생들과 함께 심장마사지와 인공호흡 등의 수업을 완벽하게 진행했다.

시작이 좋은만큼 앞으로 10월까지 중대부고 1~2학년을 모두 교육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러한 재능기부 형태의 움직임이 점차 주위 학교들로, 전공의들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방은 시도도 못하고 있다...정부정책으로 이어지길"
"작은 일이지만, 의사를 향한 편견 깨는 데 도움됐으면"

 

그는 "실습도구도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시간이 없는 전공의들의 지원도 많지가 않아 현재는 주중에 오프가 있는 날 한 학교의 딱 한 반 정도 밖에 실습을 진행할 수가 없다"면서 "관심이 있는 전공의들이나 응급구조사, BLS 자격증을 가진 예비의료인의 많은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뜻있는 전공의들 몇몇이 봉사활동을 통해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것보다, 앞으로 CPR 교육이 의무화돼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실시, 전 국민이 이를 숙지하게 되는 것이 총체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즉 예산과 지원, 제도 등의 한계로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수 있는 부분이므로, 사회적인 분위기를 환기시켜 정부 제도화에 힘을 싣는 것이 최종 목표인 셈이다.

이를 위해 수업 진행 후 학생들에게 설문지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설문지 문항 중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고 있다. 여론이 확산되면 제도화에 보다 힘이 실릴 것이란 생각에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봉사활동과 재능기부를 통해 의사를 향한 편견과 오해를 불식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의사를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신뢰가 얕고 의사에 대한 편견도 많다"면서 "이러한 활동을 통해 환자들, 그리고 일반 국민들과 더 친해지면서, 동시에 의사의 편견이 조금이나마 깨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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