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원의 원가분석은 15만2271원 ... 개원가 이제 박리다매도 할 수 없는 상황

▲ 위내시경 수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사진은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소화기내과 의사들이 현재 위내시경 수가인 4만3490원이 적당한 가격인지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 관심이 주목된다.

지난 8월 24일 열린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세미나에서 충북의대 내과 한정호 교수가 위내시경 상대가치점수와 수가는 터무니없이 낮다고 주장했다.

현재 위내시경에 사용되는 재료는 목 마취약, 주사기, 휴지, 내시경 등이다. 여기에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인건비와 의료분쟁해결 비용 등이 합쳐져 4만3490원이란 수가가 만들어졌다. 다른 시술과 비교해도 내시경 시술이 너무 낮은 상대가치점수와 수가를 받고 있다는 게 한 교수의 얘기다.

한 교수는 "위내시경 중 이상 부위를 발견해 조직검사를 할 때 내시경 의사는 1개를 채취하든 10개를 채취하든 8370원인데, 해부병리과는 병리조직 비용이 1~3조각은 1만9790원, 4~6조각은 2만6670원, 7~9조각은 3만3550원 등이다. 특수염색을 하면 15~25만원까지 올라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내시경 소독도 고려하지 않은 수가

정부가 정한 내시경 수가는 4만3490원이다. 대한소화기학회와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가 분석한 원가는 얼마일까?

위내시경 1회에 들어가는 원가를 산정하려면 1)감가상각비 및 보수료 2)소모품 3)인건비 4)시술관리비 및 1~4를 토대로 산출되는 부대비용과 기술료를 합산하면 된다. 감가상각비 및 보수료, 소모품비용을 계산하면 3만3745원이다.

3만3745원이라는 원가는 1차 의료기관에서 산출한 것이지만 심평원의 상대가치점수에 반영된 모델이라 대학병원에서 계산한 자료와 거의 비용 차이가 없는 수치다. 하루에 2건의 위내시경을 하는 동네의원은 내시경 1건에 대한 인건비는 의사 1인, 간호사 1인으로 계산해 4만7000원으로 추산된다.

한 교수는 "빅4의 위내시경 원가분석을 한 결과 인원대비 내시경 건수가 많아 인건비는 동네의원보다 낮게 측정됐고, 부대비용이나 기술료는 중심상권에 있어 조금 높게 측정됐다"며 "빅4병원의 위내시경 최소 원가는 8만2215원"이라고 말했다.

또 "동네의원의 위내시경 원가는 10만원을 육박할 것이다. 또 빅4가 아닌 대학이나 종합병원들도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원가는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화기내과 의사들은 내시경 소독 원가를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수가정책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서울의 한 대형병원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내시경 1회 소독비용이 6039원이었다.

한 교수는 "내시경 소독 원가가 관행에 의해 20%만 인정돼 내시경 원가에 1200원이 포함돼 있다"며 "규모가 작은 동네의원이나 하루에 몇 백명을 하는 빅5 병원은 규모의 경제와 효율성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도 심평원과 건강보험공단은 같은 원가를 적용했다"고 비판했다.

내시경 수가 4만3490원은 실제로 개원가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때 내시경 붐이 일었으나 그 이후로는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낮은 가격으로 병원 수익을 맞추려보니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인천기독병원 김형기 기획조정실장(소화기내과)은 "내시경을 하려면 공간, 인원, 기구, 트레이닝 시킬 인력 등 많은 것이 필요한데 정부가 너무 저평가 하고 있고, 소독에 대한 것조차 제대로 수가를 주지 않고 있다"며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병원이 악순환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로 정부가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개원가는 내시경을 서로 하려는 각축전이 심해져 더 어려워졌고, 그래서 환자 한명이라도 더 보는 박리다매로 내시경을 해 왔는데 이제는 이 마저도 힘들게 된 상황"이라며 "국가암검진, 건강검진으로 내시경을 하는 환자가 줄었고, 또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면서 개원가는 그야말로 생사를 걱정하는 지경이 됐다"고 토로했다.

개원가 어려움에 학회 이제 발벗고 나선다

충북의대 내과 한정호 교수는 내시경 수가의 저평가 원인으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성을 지목했다.

건보공단, 심평원,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가 공익대표란 이름으로 움직이고 있고, 대한의사협회 2인, 한의사 1인, 치과 1인 등은 형식적으로 들어가 있다는 비판이다.

개원가가 어려움에 봉착하면서 대한소화기학회와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도 과거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24일 열린 소화기내시경학회 세미나 때 위원회 전문가들이 모여 보험 워크숍을 여는 등 저수가를 해결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소화기내시경학회 김영호 보험이사(삼성서울병원)는 "소화기내시경 검사가 적절한 보상을 받기 위해 한국 의료 보험에서 상대가치 결정 구조를 이해하고 현재 소화기내시경 관련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며 "특히 내시경적 점막하절개박리술의 치료재료, POEM (per oral endoscopic myotomy)의 신의료기술, 캡슐내시경 및 소장내시경 등의 보험 문제, 보험 업무 지침서 등에 관해 토론했다"고 밝혔다.

개원의들과의 의사소통에도 적극 나선다는 입장이다.

소화기학회 김진일 보험이사(여의도성모병원)는 "학술대회나 학회 세미나의 많은 부분을 개원가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 소화기 의료 보험 측면에서도 주로 대학병원에서 시행하는 췌담도조영술과 같은 고난이 검사보다 개원가에서 보편적으로 검사하고 있는 위내시경 검사의 상대가치 점수를 높게 평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향후에도 개원가의 목소리를 경청할 것이며 내시경 소독 비용의 현실화, 위내시경 수가, 헤모클립과 같은 치료 재료의 적절한 보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소화기학 관련 학회는 8개이다. 하지만 보험 관련해서는 각 학회 보험이사들이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김진일 보험이사는 "학술 및 논문 등 학회 활동은 각 학회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나 보험에 관련해서는 현재에도 각 학회 보험 이사들이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소화기 관련학회 회장단 모임에서 소화기보험 관련 공동정책단 구성을 계획하고 있어 향후에는 보험 위원회의 전문성 및 연속성, 정부와의 협상이 개선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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