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개발국 급증…5월14일 `세계 고혈압의날`로 지정

񓠉년 전세계 고혈압 환자수는 15억명에 달할 것이다. 지난 2000년에 비해 60% 증가한 수치로,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향후 심혈관 및 뇌혈관질환 장애나 사망은 통제가 어려워질 것이며, 피해는 개도국 지역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즉각적이고 범세계적인 고혈압 예방·진단·치료 및 혈압관리 대책이 절실하다."
 병·의원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보고 접할 수 있는 의료기구 중 하나가 바로 혈압계다. 웬만한 병원 한 귀퉁이에는 자가 혈압측정기가 비치된지 오래고, 가정에서 사용되는 휴대용 혈압계는 부모님의 건강을 위한 효도선물 중 하나로 선호될 정도다. 건강한 삶에 있어 혈압의 중요성은 이미 대중속으로 파고들었다는 판단도 가능하겠다.
 하지만, 고혈압이 뇌졸중·심근경색·심부전·신장병·말초혈관질환과 같은 심혈관질환의 주범인 침묵의 살인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전세계 인구의 30%가 매년 심혈관질환으로 목숨을 잃고 있으나, 주범인 고혈압은 사람들의 무관심과 관계 당국의 미온적인 대처 속에 공격대상을 늘려가고 있다.
 사실 고혈압은 지난 수십년간 지구촌 인구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심각성이 부각돼 왔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유병률이나 사회·경제적 부담에 대한 통계치는 정확히 계산된 바 없었다. 범세계적 차원의 효율적인 대처가 어려웠던 이유다.
 미국 뉴올리언즈 튜레인의과대학 지앙 흐허(Jiang He) 교수팀은 지난 2000년 전세계 고혈압 환자수가 전체인구의 26.4%에 해당하는 9억7200만명에 달했다고 의학저널 `Lancet(2005;365:217-23)`에 발표했다. 각 대륙 및 지역별 조사결과를 토대로 전세계 고혈압 환자수를 파악한 결과로 2025년 환자수는 2000년 보다 60% 가량 증가한 15억 6000만명으로 예측했다.
 특히, 보고서는 선진국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고혈압이 향후 개도국 및 저개발국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까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여년간 선진국 유병률은 안정되거나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신흥 및 저개발국에서는 증가추세라는 것이다. 2025년 전망치와 관련 80%의 환자가 개도국 지역에서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세계고혈압연맹(World Hypertention League)은 올해 처음으로 5월 14일을 세계 고혈압의 날(World Hypertention Day)로 지정, 각 회원국 학회를 통한 범세계적인 고혈압 캠페인을 펼친다. 매년 12월 고혈압주간을 지정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대한고혈압학회도 이에 적극 동참, 언론매체를 통한 홍보활동과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보고서에는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 지역, 특히 한국의 고혈압 유병률(19.8%)이 가장 낮은 군에 속하는 것으로 발표돼 국내 전문가들의 견해와 다소 차이를 드러냈다.
 경희대의료원 순환기내과 배종화 교수(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는 񓟱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30세 이상 성인의 30%가 고혈압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수명이 연장되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국내 환자수가 급격히 늘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단일질환으로서는 가장 높은 유병률이다.
 배교수는 문제해결의 실마리로 1차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의 환자들은 정상혈압 미만을 목표하는 적극적인 치료로 심혈관 사고를 줄이고, 교육과 홍보를 통해 더이상의 환자수 증가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이를 위해 2004년 새로 발표한 고혈압진료지침에 그간 배제돼 왔던 고혈압 전단계(prehypertention) 개념을 국내에 처음 적용했다.
 수축기혈압이 120~139㎜Hg, 확장기 혈압이 80~89㎜Hg 사이로 분류되는 전단계는 고혈압으로 진행될 위험은 물론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고혈압 단계로 들어가기 전에 정상혈압 유지를 위한 적극적인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선진국에 맞먹는 유병률에 비해 인지·치료·조절률은 떨어지는 점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배교수는 전체 성인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환자수에 비해 치료는 물론, 치료시 정상혈압 도달 환자가 적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의하면, 30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 조절률은 남·여가 각각 7.6%와 16.6%에 머물고 있다.
 그는 "현재 고혈압의 인지·치료·조절률이 만족스럽지 않은데는 환자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목표혈압까지 떨어뜨리지 않는 의사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고혈압 환자가 반드시 정상 목표혈압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치료해 줄 것"을 개원의를 비롯한 현장 의사들에게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고혈압의 예방과 관리는 개인의 노력과 함께 국가적 노력이 매우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가 그 중요성을 인정하고 범국가적 차원의 고혈압 예방 및 관리사업을 본격적으로 실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72년 고혈압 예방 및 관리를 정부지원사업으로 지정하고 30여년 간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 유병률을 줄이고 목표혈압 도달률도 대폭 향상시킨 선례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의료계와 환자의 몫으로만 넘기기에는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둔 우리나라의 고혈압 환자수가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