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P-4 억제제의 췌장염·췌장암 위험도 문제는 GLP-1 수용체 작용제와 함께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로 묶여 다뤄지고 있다.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의 췌장 관련 안전성 문제는 지난해 BMJ 2013;346:f3680에서 자세하게 다룬 바 있다. 보고서에서는 인크레틴 기반 약물의 췌장 관련 안전성의 시작과 부각된 위험도를 정리했다.

DPP-4 억제제의 췌장 관련 부작용이 최초로 제기된 건 시타글립틴 동물실험에서였다. 쥐를 대상으로 한 12주 실험에서 췌장에 대한 비정상적인 소견이 나타났고, 췌장 선방(acinar)과 도관(ductal)에서 췌장 전암의 병리학적 변화도 일부 보고됐다.

이후 인체 대상 연구들에서도 DPP-4 억제제의 췌장 관련 위험도는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이 2009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유해사건보고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췌장염은 타 약물 대비 6.74배 많이 보고됐고, FDA는 이를 근거로 시타글립틴에 대한 췌장염 위험도에 대한 안전성 경고를 발표했다.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엑세나타이드에 대해서는 2007년에는 췌장염, 2008년에는 괴사성 췌장염에 대한 내용을 경고문에 추가했고, 리라글루타이드에 대해서는 2009년 c세포 기원 갑상선암 관련 블랙박스 경고문을 추가했다. 유럽의약국(EMA)도 DPP-4 억제제 및 GLP-1 수용체 작용제 복용이 췌장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안전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해 2월 미국 건강보험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크레틴 기반 약물 복용군의 입원 위험도가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DPP-4 억제제의 췌장염 부작용은 각인되는 듯 했다.

FDA·EMA “유해사건 보고, 인과관계로 보긴 어려워”
하지만 최근에는 DPP-4 억제제가 췌장염·췌장암 발생 위험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FDA·EMA가 지난 2월 NEJM 2014;370:9에 발표한 성명서다. 결론적으로 FDA와 EMA는 DPP-4 억제제가 췌장염·췌장암에 직접적으로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성명서에서 양 기관은 “유해사건 보고 분석에서 인크레틴 기반 약물인 DPP-4 억제제,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췌장 관련 안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이를 인과관계로 연결하기에는 제한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FDA는 인크레틴 기반 약물들을 대상으로 한 250개 이상의 동물 독성실험을 재평가했고, 그 결과 췌장에 대한 독성이나 췌장염에 관련된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정리했다. 추가적으로 당뇨병 쥐를 대상으로 독성평가를 실시한 실험에서도 췌장에 대한 영향은 없었다. EMA 역시 비슷한 실험을 시행했다. 2년까지 쥐를 대상으로 관찰한 결과 인크레틴 기반 약물로 인한 췌장암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인체투여 정도로 증량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

이런 경향은 임상적 자료 분석에서도 나타났다. FDA는 200개 이상 임상시험에 참여한 4만1000여명의 환자들의 자료를 분석했다. 이들 중 2만8000여명이 인크레틴 관련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고, 약물복용 환자 중 1만5000여명은 24주 이상, 8500명은 52주 이상 복용했다. EMA도 이제까지 승인된 인크레틴 관련 약물들의 연구를 분석했다. 그 결과 양 기관은 전반적으로 췌장염 발생률은 높았지만 전반적인 발생건수는 적었다고 결론내렸다.

특히 “DPP-4 억제제에서 가장 논란이 된 약물인 시타글립틴의 경우 25개 임상시험에서 1만4611명의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췌장염 또는 췌장암의 발생 건수는 높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코호트·메타분석 연구에서도 안전성 확보
FDA·EMA 성명서에 더해 지난 4월에는 인크레틴 기반 약물의 췌장염 위험도를 평가한 코호트 연구와 메타분석 연구가 각각 발표돼 안전성을 뒷받침했다.

코호트 연구(BMJ 2014;348:f2780)에서는 설포닐우레아 복용군을 대조군으로 설정해 DPP-4 억제제나 GLP-1 수용체 작용제 투여군의 췌장염 발생 위험도를 평가한 결과 설포닐우레아군에서는 1000명당 1.47명, 인크레틴 기반 치료군에서는 1.45명으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분석 연구(BMJ 2014;348:g2366)에서는 인크레틴 기반 약물들에 대한 60개의 임상시험을 대상으로 췌장염 위험도를 분석했다. 이 중 55개 연구는 무작위 대조군 임상(RCT)이었고, 5개는 관찰연구였다. 평가결과 인크레틴 기반 치료군의 췌장염 발생 위험도는 높게 나타났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약물별로 구분했을 때 GLP-1 수용체 작용제는 5%, DPP-4 억제제는 6% 높여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일부 관찰연구 분석에서는 엑세나타이드가 췌장염 발생 위험도를 7~10% 감소시켰고, 시타글립틴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 없지만 더 지켜보자”

DPP-4 억제제를 포함한 인크레틴 기반 약물들의 췌장 관련 위험도 문제는 최근 연구들에서 나타나듯 전반적으로 연관성이 없다는 쪽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하지만 추가적인 근거확보를 통해 이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도 의견이 모이고 있다. FDA·EMA도 성명서에서 “다각도로 이제까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크레틴 기반 약물들이 췌장염·췌장암 위험도를 증가시킨다는 명확한 인과관계는 입증하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현재까지의 근거들도 일관되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양기관은 추가적인 자료들을 통해 인크레틴 기반 약물들의 췌장 관련 안전성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크레틴 기반 약물들의 심혈관 예후 임상들에서 추가적인 정보를 얻는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인크레틴 기반 약물 관련 코호트 연구를 발표한 캐나다 맥길대학 Laurent Azoulay 교수도 “설포닐우레아와의 비교에서 인크레틴 기반 약물들의 췌장염 위험도를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연구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발표된 삭사글립틴과 알로글립틴 심혈관 예후 연구인 SAVOR-TIMI 53, EXAMINE 연구에서는 췌장염과 췌장암 발생률이 위약군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고, 올해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발표된 SAVOR-TIMI 53 하위분석 연구에서도 췌장염 발생률은 삭사글립틴군 0.4%, 위약군 0.37%로 차이가 없었다. 췌장암은 각각 5건, 12건으로 오히려 삭사글립틴군에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약물의 심혈관 관련 안전성은 DPP-4 억제제 삭사글립틴과 알로글립틴의 심혈관 예후를 평가한 SAVOR-TIMI 53, EXAMINE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두 연구 모두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로시글리타존 문제를 겪으면서 모든 당뇨병 약물에 심혈관 안전성 검증을 필수적으로 요구함에 따라 진행됐다. 로시글리타존에서 시작된 불씨가 옮겨붙은 셈이다.

1차 종료점은 통과
두 연구 모두 2013년 유럽심장학회(ESC) 연례학술대회에서 모습을 보였다. SAVOR-TIMI 53 연구(NEJM 2013;369:1317)는 심혈관사건 병력이 있거나 위험도가 높은 제2형 당뇨병 환자 1만6492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위약 대조 연구다. 2.1년 동안 추적관찰을 진행했고, 종료시점에서 삭사글립틴과 위약의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발생률을 비교했다.

연구결과 삭사글립틴군은 613명(7.3%), 위약군은 609명(7.2%)에서 심혈관사건이 발생해 양 군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재관류술, 심부전 등 2차 종료점을 분석했을 때도 삭사글립틴군 1059명(12.8%), 위약군 1034명(12.4%)으로 위험도 증가가 없었다.

이외 급성 췌장염 발생률도 각각 0.3%, 0.2%, 만성 췌장염은 0.1% 미만, 0.1%로 유사했다. 이에 연구팀은 삭사글립틴이 심혈관 안전성에서 위약과 동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정리했다.

알로글립틴 심혈관 연구인 EXAMINE 연구(NEJM 2013;369:1327)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EXAMINE 연구에서는 알로글립틴 투여 15~90일 전 입원이 필요한 급성 심근경색이나 불안정 협심증을 경험한 제2형 당뇨병 환자 5380명을 대상으로 평균 18개월, 최고 40개월까지 관찰했다. 1차 종료점은 심혈관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이었다. 위약군 대비 비열등성 입증을 목표로 했다.

분석결과 알로글립틴군에서 1차 종료점이 발생한 환자는 305명(11.3%), 위약군에서는 316명(11.8%)으로 나타났다. 이외 저혈당혈증, 암, 췌장염, 투석 등의 유해사건 발생률은 양군에서 비슷했다.

심부전 결과 해석 온도차
두 연구 모두에서 전반적인 심혈관사건 발생률에 차이는 없었지만, SAVOR-TIMI 53 연구에서 심부전 입원율이 높게 나타났다는 부분이 발목을 잡았다. 연구에서 삭사글립틴군의 심부전 입원율은 3.5%, 위약군은 2.8%로 위험도가 27% 높았다.

삭사글립틴의 심부전 입원 위험도 문제는 ESC에 이어 진행된 2013 유럽당뇨병학회(EASD) 연례학술대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SAVOR-TIMI 53 연구에 대해 발표한 벨기에 루벤의대 C. Mathieu 교수는 “심부전 입원율이 높게 나타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기저질환으로 심부전이 있었던 환자에서 위험도가 높아진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SAVOR-TIMI 53 연구와 함께 논의된 EXAMINE 연구에서 알로글립틴군의 심부전 입원율이 3.9%로 위약군(3.3%)과 유사했고 심부전 이력이 없는 환자들만 별도로 분석했을 때도 각각 10.1%, 10%로 차이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2013 EASD에 참석한 심장학 전문가들은 심부전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들에게 DPP-4 억제제를 처방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진행된 국제당뇨병재단(IDF) 연례학술대회에서 당뇨병 전문가들은 DPP-4 억제제가 저혈당혈증 및 체중증가 없이 혈당을 조절하는데 효과적인 약물이라는 점에 더 높은 비중을 두며 온도차를 보였다.

심혈관 안전성 추가근거 축적 중
전문가들이 DPP-4 억제제의 심부전 문제의 임상적용에 견해차를 보이는 가운데 올해 미국심장학회(ACC) 연례학술대회에서는 SAVOR-TIMI 53, EXAMINE 하위분석 연구가 발표, 각 약물에 대한 심혈관 안전성을 견고히 했다. SAVOR-TIMI 53 하위분석 연구에서는 환자들을 신장기능에 따라 구분해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등의 발생를 평가했다. 그 결과 삭사글립틴군은 신장기능에 상관없이 위약과 유사한 심혈관사건 발생률을 보였고, 심부전 입원율을 별도로 분석했을 때도 전반적으로 위약군과 차이가 없었다.

EXAMINE 하위분석 연구에서는 심부전 입원율에 초점을 두고 분석했다. 분석결과 알로글립틴군의 심부전 입원율은 7.4%, 위약군은 7.5%로 차이가 없었다. 심부전 이력에 따라 분석했을 때 심부전 이력이 있을 경우에는 각각 13.9%, 15.7%, 심부전 이력이 없을 경우에는 4.9%, 4.2%로 유사했다.

올해 미국당뇨병학회(ADA) 연례학술대회에서는 빌다글립틴의 심부전 입원율을 평가한 VIVIDD 하위분석 연구가 모습을 보였다. 연구 결과 빌다글립틴군 10.2%, 위약군 8%로 양 군간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심부전 전체 발생률은 각각 18%, 17.6%였고, 심부전 사망도 각각 5.5%, 3.2%로 통계적으로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나올 TECOS 연구 결과에 관심
삭사글립틴과 알로글립틴이 하위분석 연구로 심부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오히려 최근에는 가장 먼저 승인받은 DPP-4 억제제인 시타글립틴의 심부전 위험도도 부각되고 있다.

최근 JACC HF 2014년 7월 2일 온라인판에 발표된 인구기반 코호트 연구에서는 심부전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시타글립틴이 심부전 입원율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7620명 중 887명이 심부전 후 시타글립틴을 복용했고, 이들은 모든 원인으로 인한 입원·사망 위험도가 낮았다. 하지만 심부전 입원 위험도는 12.5%로, 시타글립틴을 복용하지 않은 환자들(9%)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국제내분비학회(ICE)·미국내분비학회(ENDO) 공동학술대회에서도 시타글립틴의 심부전 위험도가 언급됐다. 인도 나라야나건강도시 Subramanian Kannan 박사는 클리브랜드클리닉에서 진료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회귀분석 연구를 발표했다. 환자들은 인슐린이나 투석 치료를 받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 1만3185명이었고, 투여약물에 따른 사망률, 관상동맥질환, 울혈성 심부전 발생률을 분석했다.

평균 4년 시점에 분석한 결과 총 1077명이 사망했고, 관상동맥질환 관련 사건은 1733건, 울혈성 심부전은 528건 발생했다. 메트포르민 + 설포닐우레아 병용군을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약물별 전반적인 사망률이나 관상동맥질환 발생률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울혈성 심부전 발생률만 분석했을 때 메트포르민 + DPP-4 억제제 병용군이 1.104배로 유의하게 위험도를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노슬린당뇨병센터 Allison B. Goldfine 박사팀이 같은 세션에서 발표한 코호트 연구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2005~2012년 민간 보험사의 자료에 포함된 40세 이상 제2형 당뇨병 환자 3만2419명을 대상으로 했고, 메트포르민 + DPP-4 억제제군과 메트포르민 + 비DPP-4 억제제군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DPP-4 억제제군은 비DPP-4 억제제군 대비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10% 낮았다. 또 심혈관질환이 동반되지 않은 환자군에서도 DPP-4 억제제군의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이와 함께 전반적으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도도 증가하지 않았다.

이렇듯 DPP-4 억제제의 심부전 위험도에 상반된 결과들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올해 12월에 발표될 시타글립틴 심혈관 예후 연구인 TECOS 연구가 명확한 근거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AVOR-TIMI 53 연구 공동저자인 이스라엘 아다쉬대학병원 Itamar Raz 교수는 “TECOS 연구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DPP-4 억제제의 계열효과(class effect)에 대해서도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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