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외과 이명덕 교수팀, 선천적으로 항문이 없는 환아 수술 성공

▲ 선천적 항문막힘증 필리핀 환아 제사(中)가 서울성모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아 주치의 이명덕 교수(右)와 보호자인 언니 하니씨(左)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서울성모병원(원장 승기배 교수)이 형편이 어려운 필리핀 환아에게 나눔의료사업을 통해 무료수술을 시행했다.

소아외과 이명덕 교수팀은 지난 6월 17일부터 약 2개월간 쇄항증 또는 항문막힘증이라는 불리는 병을 앓고 있는 필리핀 환아 제사(Jessa Kriz Condez, 여, 6세)에게 수술 및 치료를 시행해 밝은 웃음과 건강을 되찾아주었다.

제사는 선천적으로 항문이 없이 태어났다. 생후 4일째 되던 날 복부가 부풀어 올라 필리핀 병원을 찾았고 질구에 위치한 직장과 통하는 조그마한 구멍을 확장시켜 겨우 묽은 대변을 보며 가까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했다.

서울성모병원은 필리핀 나보타스의 한 수녀회를 통해 제사의 딱한 사정을 듣게 되었고 병원은 매년 참여하고 있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관 나눔의료사업과 연계해 제사의 수술과 치료 참여를 결정했다.

나눔의료사업은 지난 2011년부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관으로 중국, 동남아시아, 몽골, 중동, 구소련 국가의 저소득층 환자와 청소년, 어린이에게 의료한류를 나누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으며, 보건산업진흥원에서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항공료와 체재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6월 17일 보호자인 언니 하니씨(Hany, Joy Ruelyn Sangalia, 여, 21세) 와 함께 병원에 도착한 제사는 수술 전 확진을 위해 이명덕 교수에게 진료를 받았다.

입국 당시 수두 증세를 보여 격리치료가 추가되는 등 예상보다 수술 일정이 지체되었지만, 곧 컨디션을 회복해 1차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명덕 교수는 “제사의 상태는 극도로 왜곡되고 좁은 통로로 연결된 루공 때문에 직장이 과도하게 팽창되어 보통의 항문성형술로는 수술 후에도 대변 정체현상이 심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많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 예상됐었다”며  "수술을 두 단계로 나누어 시행하고 어느 정도 변을 잘 볼 수 있도록 관리한 후 귀국시키는 계획을 세웠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지난 6월 25일 진행된 1차 수술에서는 과도하게 팽창된 중-하부의 직장을 완전히 새로 재단해 날씬하게 만든 후 항문성형술을 시행했으며, 동시에 항문이 제자리를 잡을 때까지 임시로 배변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루를 복부에 조성했다.

이 교수팀은 수술 도중 예상치 못했던 중복질(double vagina)이 발견돼 5시간 여 가량 소요되는 다소 복잡한 수술이 되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밝혔다.  

7월 23일 2차 수술에서는 장루복원술이 시행했다. 1차 수술을 통해 만들어진 항문을 이용해 정상배변을 유도하기 위해 회복기간 동안 임시로 조성해 두었던 장루를 닫는 수술이다.

제사는 1차 수술 2주 후부터 기구(헤가 항문확장기)를 이용해 점차적인 항문확장술을 병행하고 2차 수술 후 보호자의 손가락이 항문에 들어갈 정도가 된 뒤 귀국 후 제사의 항문관리를 위하여 보호자가 손가락으로 직접 항문확장 시술을 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이 교수는 “소아외과에서 자주 시행하는 수술이지만 수술 후 귀국하면 곁에 두고 지켜볼 수 없고 혹시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조처할 수 있는 의료시설이 없는 곳에 거주하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치료를 완전히 끝내고 문제발생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안전한 관리법을 가르쳐서 보내려고 계획한 점에서 보통 수술과 차이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직장이 공처럼 확장된 경우 환아 입원상태에도 상당한 고생을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수술 방법을 변경하여 좀 더 근본적인 접근으로 수술을 시행한 점이 다른 환아의 경우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보호자로 동행한 언니 하니씨는 “한국의 수준 높은 의술과 첨단 시설에 감동했으며, 필리핀의 낙후된 환경에서 자라온 제사가 서울성모병원에서 수술 받을 수 있도록 선택된 것 자체가 최고의 행운”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제사의 입원기간 동안 약 2,000만원의 수술 및 진료비용이 발생했으며, 서울성모병원에서는 발생한 진료비 전액을 지원했다.

제사는 지난 14일 언니 하니씨의 손을 잡고 귀국길에 올랐다. 하니씨는 소아외과 주치의에게 교육 받은 대로 손가락 항문 확장(Finger dilatation)을 현지에 있는 제사 어머니에게 교육하여 수술 부위를 지속적으로 관리 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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