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과 함께 뇌 손상, 백색질 미세구조 손실로 이성판단 상실

 

 

희노애락이 함께하는 자리에 술이 빠지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술을 과도하게 마시다가는 본인도 인지 못하는 사이에 알코올사용장애(AUD)의 늪에 빠진다.

이렇게 발생한 AUD의 지칠줄 모르는 증가세는 결국 사회적 골칫거리가 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문제가 되는 알코올은 1g당 7kcal의 에너지를 발산하는데 영양소가 없기에 열량만 높은 텅빈 칼로리(empty calories)라고 불린다. 술의 종류, 도수, 술잔 크기가 다양하기에 정확한 기준의 정립은 무리가 따르지만 대개 술 1잔에는 약 10g의 알코올이 함유돼 있다.

여기서 음주문제는 단순히 술이 가진 알코올 성분에 머무는 게 아니다. 정상적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알코올의 섭취는 간질환을 포함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고 간접적으로 다양한 사건, 사고를 발생시킨다.

매년 알코올 섭취로 인해 전 세계 인구 중 250만명이 사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흡연의 폐해를 능가하는 AUD의 심각성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알코올 사용의 실태와 인체에 미치는 문제점, 치료제의 평가들을 최신 연구 및 조사를 토대로 짚어봤다.

△ 국내 고위험 음주군, 세계 평균보다 훨씬 높아
흔히 일컫는 알코올 중독은 조절하기 힘든 지속적인 음주상태를 의미한다. 알코올 남용과 알코올 의존 등이 알코올 중독 또는 알코올사용장애(AUD)의 범주에 포함되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질환에 따른 세계적 부담(GBD) 수준을 평가한 연구는 AUD라는 용어를 널리 사용한다. 이와 관련 미국정신의학회가 작년 5월 개정한 정신장애 진단 통계편람(DSM-V)에서는 AUD의 진단기준을 새로이 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AUD의 실태를 조사한 연구가 있다. 2011년 국제통계연감에 따르면 와인이나 맥주보다는 알코올함량이 높은 증류주의 소비가 높았다. 81%를 소주, 위스키, 고량주, 브랜디, 꼬냑, 보드카 등의 증류주가 차지한 것이다.

또 OECD 국가들의 알코올 소비량이 감소추세에 접어들고 있는데도 국내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08년 9.5L에서 2011년 14.8L로 증가했다. 더욱이 증류주만 따졌을 때는 세계 1위 수준이다.

이와 함께 1회 평균 음주량이 7잔(여성 5잔) 이상,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만 19세 이상의 고위험군의 음주 문제는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WHO가 고위험음주로 정의내린 1회 알코올 60g, 주 1회 이상을 기준으로 세계 평균이 남자 16.1%, 여자 4.2% 수준인 데 반해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고위험음주율은 남자 21%, 여자 6.0%로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이 이를 방증한다.

'주폭' 사회적 문제 심각
 빈속에 술 먹다 '음주거식증'으로

△ 젊은 연령대 음주실태 심각…'음주거식증' 확산
앞서 지적했던 국내 음주문화는 특히 젊은 연령대에서 두드러지며 세계적으로도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술고래(drunkard)와 거식증(anorexia)을 합성한 음주거식증(drunkorexia)이라는 신조어의 등장이 이를 대표한다.

더욱이 젊은 여성 중에는 술자리가 있으면 몸매의 유지를 위해 밥을 거르는 일이 흔한데, 트렌디한 미국 뉴욕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 미주리대학 연구팀은 음주를 즐기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음주와 식습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응답자의 16%정도가 술자리가 있으면 칼로리 섭취를 줄이기 위해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여학생의 비율이 남학생보다 3배 가까이 높았는데 이는 다이어트와 술값 절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또 영양학적으로도 과도한 음주와 거식증은 서로 연관성을 보였는데 조사 결과 알코올 중독 여성의 40%가 섭식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연구팀은 "다량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인체에 위협을 가한다"면서 "여성은 알코올 대사가 남성과 차이를 보이며 장기손상의 위험이 크고 만성질환 위험도 함께 증가한다"고 언급했다.

△ "순한 술은 괜찮다?"
이에 음주습관에 대한 국민 인식도 제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작년 대한간학회에서 국내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한 간 건강 인식조사 결과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순한 술이 간에 무리가 없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21.6%에 달했다.

도수를 낮춘 소주가 유행을 타면서 주류회사의 해당 광고가 늘어나는 것이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학회의 지적이다.

같은 선상에서 최근 기획재정부는 담배사업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담배 제품에 마일드(mild), 라이트(light), 순(純) 등의 문구를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확실한 근거가 없음에도 대중의 혼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주류에 삽입된 용어와 문구에도 적극적인 환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음주문제의 심각성이 흡연보다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은 국가별로 표준화가 어려운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알코올 간질환을 일으키는 절대적인 기준치가 없는 상황에서 2013년 대한간학회의 알코올 간질환 진료 가이드라인은 1일 평균 알코올섭취량이 남자 40g, 여자 20g을 초과하는 것을 유의한 섭취량으로 정의했다.

또 남성은 1주일 3병 이상, 여성 2병 이상을 마실 경우 지방간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경고했지만 실제 음주습관 조사결과는 1주일에 2병 이상이 29.1%, 3병 이상은 20%로 집계가 돼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간질환과 함께 뇌 손상, 백색질 미세구조 손실로 이성판단 기능 상실

△ 알코올 간질환 더불어 뇌 구조까지 손상

이렇게 알코올의 잘못된 사용으로 인해 야기되는 알코올 간질환은 이제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이는 지속적인 음주습관으로 유발되는 대표적 질환으로 알코올지방간, 알코올간염 및 알코올간경변증의 3가지로 분류된다.

1일 60g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사람의 90% 이상에서 알코올지방간이 발생하지만 대개 증상이 없고 4~6주간 금주하면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음주를 지속하는 경우 20~40%에서는 간내 섬유화가 나타나며 이들 중 8~20%의 만성 음주자는 알코올간경변증으로까지 진행된다. 더욱이 간경변증이 확인된 음주자의 3~10%는 종국에 간암 판정을 받게 된다.

간에 집중적인 피해를 일으키는 알코올 문제가 다시금 전 국민에 회자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공중파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던 '주폭(酒暴)'이란 용어다.

주취폭력의 줄임말로 음주후 상습적으로 지역 주민들을 폭행하거나 관공서 및 가게에서 소란을 피우는 행위를 가리킨다. 간 및 장기에 막대한 손상을 가하는 반면 사회적 인식이 턱없이 부족했던 음주문제를 수면 위로 다시금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던 것.

이와 관련 Lancet Psychiatry 8월호(Vol.1)에 게재된 연구가 일부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미국국립알코올남용 및 중독센터(NIAAA) 지원하에 SRI 인터내셔널 생명과학의 Adolf Pfefferbaum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는 알코올의존증 환자에서 뇌 백색질 미세구조가 손상돼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doi:10.1016/S2215-0366(14)70301-3).

백색질은 뇌의 신경세포가 몰려있는 곳으로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며 감정표현, 주의력, 결단력, 인지기능 조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더욱이 알코올의존증이 뇌의 잠재적 이성 판단을 회복시켜 주는 백색질 미세구조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어 MRI 최신기법으로 대뇌 피질 신경다발의 연결상황을 시각화하는 확산텐서영상(DTI)을 통해 알코올의 영향성을 평가한 것이다.

미국에서 2000년 6월 23일부터 2011년 9월 6일까지 진행된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DSM-IV 분류상 알코올의존증으로 진단받은 그룹(47명)과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 혹은 의존증 과거력이 없는 대조군(56명)으로 나뉘었다.

이에 좌우 대뇌반구 사이에서 두 반구를 연결하는 활꼴의 신경다발인 뇌들보(corpus callosum)와 반란원중심(centrum semiovale)의 MRI상 부피를 측정했다.

결과에 따르면 대조군은 연령 증가에 따라 분할비등방성(FA)이 유의하게 감소하는데 알코올의존증 그룹은 연령에 상관없이 대조군보다 낮은 FA가 확인됐다.

또 알코올의존증 그룹 가운데 27명(57%)은 절주를, 10명(21%)은 가벼운 음주를 지속했으며, 10명(21%)은 과음(>5kg 알코올/년)을 했다. 이후 술을 자제한 27명은 FA의 양전이 및 정상적인 상태로 구조의 전환이 관찰됐지만 음주를 지속한 그룹은 FA의 음전이 및 부정적 상태가 계속됐다.

또 과음을 지속한 그룹은 음주를 자제한 그룹과 비교해 연령에 따른 신경수초 강도 영상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했고 영향을 받은 신경 투사로(projection tract)는 신경해부학적 분포상 전부와 상부에 걸쳐 확인됐다. 단, 뇌의 미세구조를 제외한 뇌들보의 무릎부위와 체부는 알코올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Pfefferbaum 교수는 "과음을 지속하는 것은 뇌 백색질의 미세구조에 손상을 가속화시킨다"고 거듭 강조했다.

△ AUD 간질환 환자의 치료 원칙은
그렇다면 잘못된 알코올 사용으로 가장 문제를 빚고 있는 간질환 환자들의 치료 대책은 무엇일까. 기본적인 치료는 금주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음주에 대한 갈망을 줄여주는 항갈망 약물인 바클로펜(baclofen)과 아캄프로세이트(acamprosate), 금단증후군 치료제인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이 권고되고 있다. 더불어 AUD 환자는 티아민 결핍에 따른 인지기능 저하가 빈번히 관찰돼 티아민 공급 역시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MDF가 32 이상 또는 간성 혼수를 동반한 중증 알코올간염의 1차치료는 스테로이드를 1일 40mg 28일 투여를 원칙으로 하지만 조절되지 않는 감염 혹은 패혈증, 상부위장관 출혈, 췌장염 등 스테로이드 사용에 금기가 있거나 간신증후군이 동반된 경우는 펜톡시필린(pentoxifylline)을 대체요법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진료지침은 제시했다.

△ 최신치료 약물 효과 '기대이하'
그러나 국내에서는 AUD의 치료과정에서 항갈망제, 스테로이드, 펜톡시필린 및 간이식의 결정에 대한 임상연구 데이터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미국 데이비드게픈의대 분자의약학 Liang J 교수팀이 Pharmacology 2014년 8월호에 게재한 '알코올사용장애와 현재의 약물치료: GABAA 수용체의 역할'을 분석한 연구가 주목을 받았다(doi: 10.1038/aps.2014.50).

연구에 따르면 벤조디아제핀은 알코올금단증후군의 증상을 줄이는 데 사용되지만 이의 빈번한 사용은 교차내성 및 의존증, 알코올에 교차중독의 원인이 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날트렉손(naltrexone)과 아캄프로세이트는 임상시험에서 다소 복합적인 결과가 확인됐다.

날트렉손은 알코올의존증 치료에서 음주의 길이와 빈도를 감소시켰지만 금단증상을 포함해 중증의 부작용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아캄프로세이트는 유럽지역에서 시행된 임상시험 결과 알코올의존증 치료에 유효성은 확인됐지만 미국의 대규모 2개 임상시험은 이와 달리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또 다른 FDA 승인 약물로 디설피람(disulfiram)은 알코올 섭취에 대한 갈망을 줄이지 못하고 말초신경병증을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논문에서는 NIAAA가 유일한 자연적 치료약물로 칡을 언급했지만 성분과 관련한 작용기전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고 평했다. 

더불어 헛개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디하이드로미리세틴(dihydromyricetin)이 GABAA 수용체에 특이적인 작용을 해 술에 취하는 것과 알코올중독의 금단증상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이에 향후 AUD 치료에 GABAA 수용체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현재 AUD와 관련해 어떠한 치료제도 음주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실정에서 AUD의 기저기전을 이해하는 것이 약물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개선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AUD 환자에서 바레니클린(varenicline)의 치료 효과를 평가한 미국 UAB 병원 Erwin BL 박사팀의 연구도 Ann Pharmacother 8월 5일자에 공개돼 관심을 끌었다.

무작위 위약대조군 임상연구 7개 및 오픈라벨연구 1개를 분석한 연구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 4명과 비의존증 환자 3명, 알코올 의존증 과거력을 가졌지만 지난 6개월간 절주를 한 1명이 연구에 포함됐다. 대부분의 대상 환자들은 연구별로 다소 차이를 보였지만 과음을 지속하는 환자였고 2개의 연구만이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를 대상으로 했다.

결과에 따르면 바레니클린의 사용은 AUD 환자에서 전반적인 알코올 소비 경향의 감소와 알코올에 대한 갈망 감소가 확인됐지만 절주 비율의 개선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결과는 현재의 니코틴 의존증 환자들이 연구에 대거 포함됐다는 점에서 제한이 따른다.

흡연 못지않게 해로운데 정책은 '뒷짐'
사회적 비용, 흡연의 3.5배…강력한 금주 정책 필요

△ 국내 정책, 알코올 중독에만 집중…왜곡현상 보여

 

 

해외의 경우 금주 관련 정책은 WHO에 알코올 정책 연구가 확립돼 있는 상황이며, 미국은 NIAAA 주도 하에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과 여성 음주율이 갈수록 증가하는 국내 상황에서 한림의대 김동준 교수(대한간학회 의료정책이사)는 "술과 담배에 취약한 계층은 주로 서민층이며 음주 인구 중 알코올 간질환 환자는 7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지엽적 음주 문제인 알코올 중독에만 정책이 집중돼 있는 왜곡된 현상을 나타낸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지출은 19조 9000억원으로 흡연(5조6000억)의 3배가 넘는데 지금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서 건강비용 지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알코올은 정상적인 소비재가 아니며 위해성이 담배보다 더 큰데도 정책적인 부분이 미흡한 것이 문제다. 더욱이 알코올에 대한 연구는 민간 주도가 어렵기에 향후 건강보험 지출 증가를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내에 금주에 대한 강력한 정책 집행의 주체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