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덕현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부회장·이손요양병원장

▲ 손덕현 부회장

세월호 참사와 더불어 지난 5월에 발생한 장성요양병원의 화재사건은 국민모두에게 안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 실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너무나 충격적이고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는 사건이었다.  치매환자의 방화에 의한 화재사건으로 화재는 6분여 만에 꺼졌지만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야간에 최소인력의 근무, 스프링클러의 미설치, 치매어르신들이 흉기로 사용할 염려로 소화기를 고정시켰고, 환자들의 신체 구속, 보건소의 안전진단 소홀, 치매 환자의 강제입원 등 여러 가지 원인들이 언론에서 거론됐다. 
 
이중 요양병원의 당직의료인 문제가 화재사고의  주원인으로, 당직의료인 기준에 대한 논란이 되고 있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계속해 부각된 이슈로 인해 화재 등의 안전사고와 당직의료인 기준을 결부시키는 것 자체도 견수불견림(見樹不見林) 즉,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의료법 제41조에도 "병원에는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의료법 시행령 제18조(당직의료인) ① 법 제41조에 따라 각종 병원에 두어야 하는 당직의료인의 수는 입원환자 200명까지는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경우에는 1명, 간호사의 경우에는 2명을 두되, 입원환자 200명을 초과하는 200명마다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경우에는 1명, 간호사의 경우에는 2명을 추가한 인원수로 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정신병원, 재활병원, 결핵병원 등은 입원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지장이 없도록 해당 병원의 자체 기준에 따라 배치할 수 있다.
 
이 시행령이 추가된 것은 1994년 의료법 개정에서였다. 개정 이전에는 "각종 병원에는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 상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라고 의료법에만 명시되어 있었다.  요양병원이 법적으로 의료법에 명시된 것이 1994년이다. 즉 이 법이 개정될 때 요양병원에 대한 개념이 아주 미미하였고, 또한 지금의 개념이 아니었다. 그리고 현재도 요양병원 종별규정에 정신병원이 포함되어 있다. 시행령 2항의 정신병원의 경우에 요양병원이 해당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자체기준을 가지고 배치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리고 법이 개정될 때 이 기준은 종합병원이나 일반병원의 당직에 대한 기준이었다.  

요양병원은 2013년부터 의료기관 평가인증을 의무적으로 받고 있다. 평가 항목 중에서 의료당직에 대한 부분이 의료법의 명시된 기준보다 완화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시대의 흐름과 노인의료에 대한 개념이 잡히면서 아주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이번 화재사건으로 인해 의료법보다 낮게 책정된 기준울 시민단체에서 문제 삼아 의료법 기준을 지키지 않았기에 화재사건이 더 악화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문제는 당직의료인의 간호사 부분에 간호조무사를 당직의료인에 포함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시민단체의 주장을 보면 간호조무사는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당직의료인에 포함된다는 복지부의 유권해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요양병원에서는 간호인력에 간호조무사를 2/3 둘 수 있게 되어있다. 그리고 이것을 간호 인력에 가산하고 있다. 요양병원의 현실에 알맞게 잘 적용시킨 사례라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 간호실무사 및 간호조무사교육제도에 대한 여러 가지 정책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특히 반대의견을 내고 있는 곳이 간호사협회와 간호사가 소속된 일부 시민단체다. 자칫하면 이 문제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밥그릇싸움처럼 보일 수 있다. 
 
문제는 과연 이러한 부분의 해결로 제2의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건을 막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현장의 실무자로서 볼 때 본말이 전도되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을 하고 있지 않아 안타깝다. 과연 야간에 의사와 간호사의 근무인력이 부족해 화재가 발생하였고 더 악화되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필자는 지난 6월 일본의 노인병원의 안전과 위험대응전략을 듣기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일본은 지진과 재난이 많이 발생해 이러한 사건에 대한 대비책과 매뉴얼이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는 나라이다. 일본도 2년 전 요양시설에서 화재로 인해 10명이 사망한 사건 발생했다. 시설과 그룹홈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게 했고 국가에서 설치자금을 지원했다. 
 
이번 화재에서 스프링클러의 미비를 언론에서는 문제를 삼았다. 즉 스프링클러만 있었다면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스프링클러는 열감지에 의해 작동됨으로 사실 연기질식에 대해서는 효과가 미미하여 완전한 안전장치는 될 수 없다는 것이 일본 측의 설명이다. 
 
그리고 화재참사의 원인을 야간 당직의료인이 부족해 발생한 것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야간 최소근무인력의 기준이다. 화재나 안전사고는 낮보다는 야간에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야간에 이러한 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야간의 최소근무 인력 기준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간호사나 의사인력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 않다. 어떻게 하면 화재가 났을 때 신속하게 환자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재발생 신고 후 소방차가 올 때까지 최소한 10분간 환자의 안전대피 및 화재진압이 더 우선적인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야간에 의사 당직이 있지만 병상규모에 따른 차이나 간호인력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1명 이상 의료인이 당직으로 있으면 된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문제가 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현재 요양병원을 운영 중인 입장에서 보면, 당직 의료인의 역할은 입원환자 중 응급상황 발생 시 조치를 취하기 위한 대기의 개념만 있을 뿐 정확한 업무를 부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단순하게 입원환자 200명까지는 1명, 200명 초과 시 200명당 1명을 추가해야 한다는 탁상공론식 제안보다는 그러한 노력을 환자의 안전과 케어에 중심을 둔 근무인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은 야간당직의료인, 간호사, 조무사의 문제가 아니라 간병사를 포함한 야간 근무 최소인력에 대한 기준을 갖추는 것이 더 시급하다. 

화재의 발생 시 필요한 것은 신속한 초기 진화다. 신속하게 불을 끌 수 있도록,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생활화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의 문제는 너무나 형식적인 훈련이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철저하게 현장중심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우문현답'이란 말이 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란 말이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탁상공론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못하다. 과연 당직의료인이 없어서 이러한 화재가 발생했는지? 아니면 적정수가와 간병인 급여화 등의 제도적인 문제가 있는지를 한번 고민해야 하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환자중심에서 철저한 근본적인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 
 
손덕현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부회장·이손요양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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