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서울의대 교수 /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맵고 짠 음식, 과도한 음주와 스트레스 등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부족으로 인해 현대인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것이 바로 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이다. 이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은 산역류로 인한 가슴쓰림과 목이 타는 듯한 느낌이다. 심할 경우 중증의 합병증으로 악화될 수 있어 적절한 약물요법으로 신속하게 치료해야 한다. 약물요법으로 PPI를 1~2개월 꾸준히 복용하면 환자의 90% 이상에서 증상이 호전된다. 이에 기존의 PPI가 지닌 제한점에서 진일보한 3세대 PPI가 국내에서 새로이 개발돼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해 본지에서 김나영 교수(서울의대)의 임상증례 보고를 소개해 치료전략을 공유하고자 한다.

서론
최근 우리나라는 급변하는 사회 현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서구적인 식습관, 비만, 흡연 및 지나친 음주 등으로 생활 방식이 변화하면서 속쓰림, 가슴쓰림, 상복부 통증, 오심, 구토, 위산역류, 흉통, 인후 이물감 및 소화장애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특별한 원인 없이 기능성장애로 발병하는 경우일 수도 있고, 위나 십이지장에 궤양이 발생해 호소하는 증상일 수도 있지만,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발생하는 ‘위식도역류질환(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 GERD)’이 그 원인인 경우가 많다. 비만과 기름진 음식으로 인해 서구에서 흔한 GERD는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에 유병률이 1.3%로 매우 낮다가 현재는 보고자마다 다르지만 광의의 조사로 추정해본 결과 인구의 20% 이상이 겪는 흔한 질병이 됐다. GERD를 시사하는 증상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흉골 뒤쪽에 가슴이 타는 듯한 가슴쓰림 내지 흉골 하 작열감이 나타난다.
2. 위액이나 위 내용물이 인두쪽으로 역류하는 역류 증상이 있을 수 있는데 대개 시고 쓰다고 호소한다. 다량의 음식을 먹은 후나 식사 직후 누웠을 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3. 위산 자극에 의한 침분비 과다, 연하곤란, 연하통을 느낄 수 있다.
4. 만성적인 후두증상, 인후 이물감(목에 뭔가 걸린 듯하거나 답답하다고 표현한다), 기침, 목이 쉴 수 있다.
5. 가슴이 따끔따끔하거나 관상동맥질환이 있을 때 경험하게 되는 흉통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GERD의 발병 기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되고 있다. 즉, 식도와 위 사이에는 하부식도괄약근이라는 매우 탄력이 좋은 근육이 있어 위와 식도 사이의 빗장 역할을 하고 있다가 음식이 들어오면 이완돼 열리고 음식이 지나가면 닫혀 위산의 역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한데 이러한 하부식도 괄약근압이 저하되거나 정상인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과성 하부식도 괄약근 이완이 빈번해지고 역류된 위내용물이 적절하게 청소되지 못해 식도에 오래 머물게 되면 GERD가 발생하게 된다. GERD는 내시경 소견으로 특별한 이상이 없는<그림 1A> 비미란성 역류질환과 내시경 상 손상이 관찰되는 역류성 식도염<그림 1B>으로 분류되는데 역류성 식도염은 식도 염증으로의 조직적 변화가 일어난 상태를 일컫는다.

최근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2008~2012년까지의 5년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GERD로 인해 진료받은 사람들은 한 해 평균 14.3%로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GERD는 향후 식도협착증<그림 1C>, 바렛식도<그림 1D> 및 드물게 식도암과 같은 합병증으로 진행할 수 있으나 그 중요성에 대한 환자 및 의사들의 인식이 낮아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증상으로 간과해서 환자들에게 과도한 식이 제한 및 생활 습관의 변화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GERD는 만성적인 질병으로서 위산역류를 조장하는 흡연, 음주, 커피, 차 등을 제한하는 식습관의 변화 및 생활 습관의 교정과 함께 약물 치료로 환자의 고통을 최대한 덜어주어야 하는 쪽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 약물 치료의 주된 초점은 위산 분비를 감소시켜 위산에 의한 식도 점막 손상을 최소로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대표적인 약물로는 프로톤펌프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PPI)와 히스타민2 수용체 길항제 등이 알려진 바 있다.

특히 PPI는 히스타민2 수용체 길항제보다 그 효과가 뛰어나 현재 GERD의 1차적 치료제로 선택되고 있다. 현재 1세대 PPI가 출시돼 임상에서 사용된 후 이의 단점을 보완한 2세대 PPI가 사용되고 있으나 최근 발표에 의하면 GERD 환자의 36.4%가 8주간의 PPI 사용에 대한 효과에 만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고 특히 한국인의 경우 42.9%의 낮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이에 그 이유를 분석해 보완하려는 노력이 있는 가운데 최근 국산 14호 신약으로 개발한 3세대 PPI인 ilaprazole (놀텍®)은 이러한 1세대 및 2세대 PPI의 단점을 극복하고 GERD 및 소화성 궤양 질환의 치료에 효능이 있을 것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Ilaprazole의 약동학 및 약력학적 특성

 

영국 Science Citation Index(SCI)급 학회지인 ‘Expert Opinion’에서 2013년도에 발표된 ‘The pharmacokinetics of ilaprazole for gastro-esophageal reflux treatment’로 소개된 ilaprazole에 관한 논문에 따르면, 벤즈이미다졸 유도체인 ilaprazole은 {2-[[(4-methoxy-3-methyl-2-pyridinyl)methyl]sulfinyl]-5-(1H-pyrrol-1-yl)-1H-benzimidazole, CAS 172152-36-2}로 명명됐고, 이 성분이 수소 이온 펌프억제 작용을 통해 위산 분비 억제 역할을 한다. PPI의 화학 구조 중 ‘pyrrole ring’을 유일하게 가지고 있어 보다 안정적인 구조<그림 2>를 유지하며, ilaprazole이 긴 반감기의 장점을 갖게 한다.

Ilaprazole은 장용 코팅 정제로 개발됐으며, ilaprazole 10mg의 7일간 연속투여에 의한 주요 약리학적 파라미터를 살펴보면, 약물 반감기는 8.1~10.1시간, 위산 존재 하에서 PPI가 활성화되는 과정인 protonation의 속도를 나타내는 상수인 pKa 값이 5.1, % time pH > 4: 68.9%, Mean 24-h pH가 4.8로 기존의 PPI보다 우수한 것으로 논문에서 소개됐다. 또한, ilaprazole은 2개의 대사체 즉, major 대사체인 ilaprazole sulfone과 minor 대사체인 hydroxyl-ilaprazole로 명명되며, 이 중 ilaprazole sulfone은 인체 내 존재하는 주요 대사체임이 밝혀졌으며, 소변에서 ilaprazole sulfide와 pyrrole ring-hydroxylated sulfide가 존재하는 것이 확인됐다. 대부분의 PPI는 간에서 cytochrome P (CYP) 동종 효소에 의한 대사과정을 거치는데, ilaprazole은 CYP3A4에 의해 대사가 이뤄지며, 다른 8군의 CYP 효소(CYP1A2, CYP2A6, CYP2B6, CYP2C8, CPY2C9, CYP2C19, CYP2D6 및 CYP2E1)에 의해서는 거의 대사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ilaprazole sulfone의 형성에 CYP3A4가 주로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타 PPI와의 비교 연구
기존 PPI와 반감기를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ilaprazole 10mg/일은 평균 반감기가 8.1~10.1시간으로 omeprazole (20mg/일; 0.6~1시간)보다 월등한 지속 기간을 가지며 24시간 평균 위 내 pH를 비교한 연구에서도 ilaprazole 10mg의 복용 시 그 첫째 날부터 2세대 PPI의 위산 억제 능력과 동등한 위 내 pH 상승을 보였다. 또한 기존 PPI들이 간의 대사 효소인 CYP2C19를 억제하는 반면, ilaprazole은 비효소적으로 대사되고 일부가 ‘CYP3A4’를 통해 서서히 대사된다. 즉 기존 PPI가 가지고 있는 CYP2C19에 의한 유전자 다형성에 따른 사람 개체간 약물 대사능의 차이점이 발생하지 않아 동등한 치료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Omeprazole은 항혈전제와 병용 처방되는 경우 같은 대사 기전을 거쳐 항혈전제의 혈중 농도의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나 ilaprazole의 경우 이러한 상호 작용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중국인 십이지장궤양 환자를 대상으로 ilaprazole 10mg의 4주간 치료 효과를 omeprazole과 비교한 임상시험에서 omeprazole군의 4주간 궤양 치료율이 CYP2C19 약대사자군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 ilaprazole의 경우 강대사자군, 중대사자군, 약대사자군간 어떠한 차이도 발생하지 않았다. 더욱이 Helicobacter pylori 양성 환자에서 위궤양의 치료율이 높고 궤양의 크기 감소율 데이터 역시 기존의 omeprazole보다 크게 나타나 다각적인 효능 우위를 자랑한 바 있다. 그러나 ilaprazole에 대한 제한된 임상 데이터로 인해 향후 연구 분야에서 이를 보완해야 할 과제를 가지고 있다. 최근 서양에서 시행된 무작위 임상 연구(randomized clinical trial, RCT)에 따르면, omeprazole과 비교한 ilaprazole의 십이지장궤양 치료 효과에서는 큰 우월성을 보이지 못하는 등 서구인에서도 위산 분비 억제 효과가 기존 임상 연구와 동일한 지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며,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2세대 PPI와 직접적인 위내 pH를 비교하여 ilaprazole의 위산 분비 억제 효과에 대해 보다 객관적인 임상 연구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또한 역류성 식도염에 대한 2상 연구에서 다른 PPI에 비하여 ilaprazole의 우월함을 입증했으나, 국내 및 서구에서 3상 연구를 통해 그 약효를 검증해야 한다. 현재 비역류성 식도염에서의 ilaprazole의 효과에 대해 국내에서 다기관 연구로 임상 연구 중이나, 서구에서도 잘 디자인된 임상 연구 계획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치료된 미란성 식도염 환자에서 식도염 재발 방지와 증상 완화를 위한 ilaprazole 유지 요법의 적합성에 대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며, 다른 PPI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서 그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하여 전향적 눈가림 검사를 통한 무작위 임상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증례 보고

 

본 증례에서는 역류성 식도염 진단 후 ilaprazole로 성공적으로 치료 된 환자 1 예를 소개하고자 한다. 특이 기저 질환이 없던 68세 남성 환자로, 밤에 심해지는 역류 및 가슴쓰림 증상 등으로 내원해 2011년에 시행한 위 내시경 상 역류성 식도염(LA classification B) 소견을 보였다<그림 3>. 이후 이 환자는 2~3종의 다른 PPI를 지속적으로 사용했으나, 역류 및 가슴쓰림의 임상 증상은 그다지 호전되지 않았다. 2013년 추적 위 내시경 상 위식도 접합 부위에 이전보다 심해진 역류성 식도염 소견(LA classification C)이 관찰된 바 있다<그림 4>.

이에 ilaprazole (10mg 2회/일)로 치료 약제를 바꾸고 난 2개월간의 치료 후 환자의 야간 증상이 점차 호전됐고, 6개월 치료 후 시행한 내시경상에서 이전에 위식도 접합 부위에 보이던 식도 점막의 손상 소견은 더 이상 관찰되지 않았다<그림 5>. 또한 이전에 심하게 호소하던 가슴쓰림과 수면 장애 등의 임상적 증상도 거의 느끼지 않을 정도로 좋아져 ilaprazole이 기존 PPI 치료에 반응이 없을 경우 GERD의 치료에 있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례라 하겠다.

결론

최근 국내 PPI 시장은 약 2000억 원으로 매년 상승추세에 있으며 특히 산 분비의 최종 단계에 작용하는 PPI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다국적사의 PPI의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 의약품과의 경쟁도 치열한 상태인데, 국산 14호 신약인 ilaprazole (놀텍®)은 그 특허를 유지하며, 국내외 임상 연구에서도 그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으며, 최근 미란성 역류성 식도염 치료에 있어서도 허가를 받아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ilaprazole은 아직까지 제한된 데이터로 인해 GERD, 위십이지장 궤양 및 Helicobacter pylori 제균 치료에 있어 그 효능 검증을 위한 대규모 연구가 필요한 상태이다. 국내 및 다국적 임상 연구를 통해 기존 PPI에 대한 ilaprazole의 우수성이 입증된다면, 향후 대한민국의 글로벌 신약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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