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권 순천향의대 교수 / 천안병원 소화기내과

 

소화기내과 외래진료에서 각종 위염 및 소화성 궤양 환자에게 정확한 원인 규명 및 진단 치료 등이 매우 다양하여 실제 환자에게 적용함에 있어 다소 정리가 되지 못한 부분들이 있어 왔다. 최근 들어 위염과 소화성 궤양에 대해 연관 학회에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있다. 이에 만성 위염과 소화성 궤양의 진단 및 내과적 약물요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 위염의 정의
위염(gastritis)이라는 용어는 조직학적으로 ‘위점막의 염증’을 의미한다. 위염은 내시경적으로 점막의 발적도 아니며 소화불량증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위염의 원인은 광범위하며 다양하다. 위염은 시간 경과에 따라 급성 및 만성으로, 조직학적 양상에 따라, 해부학적 분포나 병리적 기전에 따라 분류된다<표>.

 

2. 만성위염 진단
1) 조직학적 등급
과거 위염의 분류에 조직학적 등급을 평가하여 위축성 위염의 정도를 평가하고 위암의 위험성을 결정하는 방법이다. 시드니 시스템에서 제시하듯 위 체부 소만 및 대만 부위, 위전정부 소만 및 대만 부위, 위각 등 총 다섯 위치에서 조직검사를 하여 각각의 조직학적 위축 정도를 네 등급으로 나누었다. 위체부 및 전정부 모두 정상일 때 ‘병기 0’으로 정하고 모두 위축의 정도가 네 번째 단계로 심할 때 병기 4로 정하였다.
병기가 높은 경우 이형성이나 위암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실제 이형성이나 위암이 있는 병변 주위에서 병기가 높은 것이 입증되었다.

2) 혈청학적 Pepsinogen I, II and ratio 등급
Pepsinogen(PG)은 단백분해효소인 펩신(pepsin)의 전구효소로서 PG I은 위의 산 분비영역에서만 분비되며, PG II는 분문부, 산분비 영역, 전정부 및 십이지장 점막에서 분비된다. 혈청 PG는 위점막 상태를 반영하며 위축위염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이하 HP) 제균의 지표로 잘 알려져 있다.
만성 표재 위염에서는 PG 증가가 관찰되며 특히 PG II의 상승폭이 더 커 PG I/II 비는 감소된다. 낮은 PG 농도는 위샘종과 위암의 위험도가 높다고 보고되고 있는데, PG I/II 비를 위축위염의 유용한 지표로 제시하였다. HP 감염으로 위축위염이 진행하면 주세포(chief cell) 감소에 비례하여 산분비선이 감소되어 PG가 감소하나 PG II의 변화보다는 PG I 감소가 주가 되어 역시 PG I/II 비는 감소한다.

3) Border line과 내시경적 등급
내시경적 위염의 등급은 Kimura 등이 정한 방법인데, 위유문선과 위저부선 경계의 위치에 따라 위축성 위염의 정도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 선이 위 전정부에 있는 경우에 낮은 단계에서 위체부로 이동하는 정도에 따라 위축성 위염의 단계가 높아진다는 체계이다. 실제 이 체계는 내시경을 하면서 두 위선의 경계에서 보이는 약간의 색상의 차이에 따라 구별을 하는데 위축성 위염의 정도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

최근 발전된 섬세한 내시경 소견으로 이 경계선을 더 정밀하게 평가하여 위염의 단계를 더 자세히 구별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조직학적 검체를 평가하는 다른 평가 체계보다는 다소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보편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환자에게 침습적이지 않아 더 많은 보완을 통해 실제 임상에서 가장 널리 이용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3. 위염의 치료
급성 위염의 원인이 파악되면 원인인자의 노출을 피하고, 원인에 따른 항균제 등을 투여할 수 있다. 스트레스 등에 의한 점막 손상이 있는 경우 항분비제제나 프로톤 펌프 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이하 PPI) 등을 사용하거나 제산제, 점막보호제 등을 투여할 수 있다. 이러한 약제를 투여하여 빠른 시간 내에 위장내 점막에서의 공격인자와 방어인자의 항상성 회복 및 유지에 도움을 주게 한다.

만성 표층성 위염에서는 소화성 궤양에 사용하는 모든 약제로서 제산제, 항분비제제, 진경제, 진정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위축성 위염에서는 점막보호제, 소화관 운동 기능 조정제가 사용되며, 때에 따라서는 정신 신경 안정제가 병용될 수 있다.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약물요법이 필요하지 않으나 빈혈이 있을 때는 철분제제나 비타민제의 보충이 필요하다.

만성 위염의 치료는 후유증을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염증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악성 빈혈 환자는 비경구적 비타민 B12를 장기간 투여해야 한다. HP 박멸은 아직까지 보험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만성 위염이 다른 약물이나 식이에 반응이 없고, 조직학적 형태가 진행된다고 생각되는 경우에 HP 박멸을 하여 위염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일부 위염을 회복하였다는 임상보고들이 있는 실정이어서 임상의로서 환자에 맞춘 적용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1. 소화성 궤양의 정의
소화성 궤양은 위산과 펩신의 공격으로 위장관 점막의 결손이 점막하층 이하까지 발생하는 경우로 정의하며, 일반적으로 위와 십이지장에서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산과 펩신의 공격인자가 방어인자보다 우월할 때 소화성 궤양이 발생하는데 최근에는 HP와 비스테로이드계 소염제가 소화성 궤양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자로 대두되고 있다.
   
2. 소화성 궤양의 진단 방법
소화성 궤양은 무증상인 경우에서 출혈, 천공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상을 나타낸다. 전형적인 증상은 상복부 불쾌감, 상복부 통증, 속쓰림, 더부룩함, 식욕부진 등으로 나타나며 상부 위장관 출혈, 천공에 따른 심한 복통 및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증상 자체가 질환에 특징적이지 않고 질환의 정도에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진단하는 것은 정확도가 매우 떨어진다.

표준적인 검사 방법으로 내시경 검사의 진단 정확도는 95% 이상이다. 검사 중에 조직 진단을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소화성 궤양의 중요한 원인인 HP 감염 여부를 동시에 알아볼 수 있다. 내시경 소견에서 악성 궤양이 의심되었으나 조직검사에서 악성 세포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 곧바로 다시 내시경을 시행하여 보다 많은 수의 검체를 채취함으로써 진단율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육안적으로 악성과 양성을 정확히 감별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약물 치료를 먼저 시행한 후 치유 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조기 위암의 생활사를 통해 궤양성 병변이 치유성 병변으로 전환되는 가능성이 있으므로 추적 내시경을 통한 조직검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3. 원인에 따른 소화성 궤양의 치료 
1) HP 연관 소화성 궤양
HP 균은 십이지장궤양의 약 90%와 위궤양의 약 70%에서 감염이 발견된다. HP 감염으로 말미암아 유발된 소화성 궤양의 치료는 질환 발생의 원인인자인 HP를 제균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이다. 십이지장궤양의 경우 제균 치료는 항궤양제의 투여보다 궤양의 치유효과에서 우월하며  항궤양제의 유지요법과 비교하여 동일한 재발 억제 효과를 가진다.
위궤양의 경우에도 제균 치료는 항궤양제의 투여와 동일한 궤양 치유효과가 있다. 그러나 실제 소화성 궤양의 발생과 치유과정에서는 HP뿐 아니라 약물의 복용, 연령, 흡연과 음주, 유전적 요인, 식이 습관 등이 함께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균 치료와 함께 추가적인 항궤양제의 투여가 필요한 경우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2) NSAID 연관 소화성 궤양 (NSAID related peptic ulcer)
NSAID에 의해 발생한 소화성 궤양의 치료는 NSAID의 중단이 가장 중요하다. NSAID의 중단과 위산억제제의 투여는 소화성 궤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선택적 COX-2 억제제는 기존의 NSAID에 비하여 소화성 궤양의 발생을 약 반 정도로 줄일 수 있어 소화성 궤양의 위험군에서 사용이 권장된다. 하지만 뇌·심혈관계 질환 발생의 위험도가 증가할 수 있어 뇌·심혈관질환 발생의 위험도가 높은 사람에서는 피해야 한다.
 
3) HP-음성, NSAID-음성 소화성 궤양
HP-음성, NSAID-음성 소화성 궤양의 원인은 약물, 크론병, 림프종 등의 종양성 질환, 중증의 전신 질환, 졸링거-엘리슨 증후군, Helicobacter Heilmannii의 감염, 전신성 비만세포종(systemic mastocytosis), Cameron 궤양, 기타 감염증 등이 알려져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환자가 인지하지 못한 NSAID의 사용이나 헬리코박터 진단의 위음성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HP의 진단은 여러 가지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위산억제제 사용 등의 중단이 필수적이다. 원인이 밝혀진 헬리코박터-음성, NSAID-음성 소화성 궤양의 치료는 원인 질환의 치료에 준한다.

그러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의 소화성 궤양의 치료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원인 불명의 특발성 소화성 궤양은 PPI를 1차 약제로 선택하며 십이지장궤양에서는 4주간, 위궤양에서는 8주간 투여한다. 그러나 일반적 용량과 기간에서 위산 억제의 정도가 불충분할 수 있어 일반적 치료에 불응하거나 재발하는 경우 고용량의 장기 투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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