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희 연세의대 교수 /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염증성 장질환은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을 대표로 하는, 재발과 호전을 반복하며 위장관에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 불명의 만성질환이다. 일반적인 세균 또는 바이러스에 의하여 유발되는 장염은 대부분 일시적인 염증이고, 원인이 분명하여 특이 치료 약제가 있는 반면,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생기는 심각한 만성 염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오랜 기간 지속되는 만성적인 장관의 염증으로 인하여 장기적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합병증으로 장협착, 누공, 대장암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으며 특이 치료제가 아직 없다.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으나, 여러 다양한 인자들과 함께 정상 장내세균에 대한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인해 지속적인 장의 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서구에 국한된 질병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에서도 발병률과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의 자연 경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장 협착, 누공, 농양과 같은 합병증이 생기게 되고 결국 비가역적인 장의 변화로 수술이 필요하게 된다<그림>. 따라서 치료는 이런 질병의 자연 경과를 줄이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는 주로 염증 및 면역반응을 비특이적으로 억제하는 치료가 사용되어 왔다. 발병 초기에는 설파살라진, 메살라민 같은 항염제와 스테로이드가 주로 쓰이는데, 항염제는 장기 사용 시에도 비교적 부작용이 적은데 치료 효과가 조금 미흡하고, 부신피질호르몬제는 부작용 때문에 오래 쓰기 어려우며 장기 사용 성적도 좋지 않은 제한점이 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아자티오프린, 6-MP, 사이클로스포린 같은 면역조절제다. 이들은 효과가 괜찮고 점막 치유가 가능한 약으로 알려져 점점 더 조기에 사용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환자의 면역력을 너무 떨어뜨리거나 치료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등의 문제가 있고, 이후 최근에는 분자생물학적인 기술을 이용하여 여러 사이토카인 중에 염증성 장질환의 병인에 중요하게 관여하는 TNF-α를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생물학적 치료법이 개발되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고, 현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표>.

 

설파살라진(sulfasalazine)/5-ASA
주로 궤양성 대장염과 대장을 침범하는 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설파살라진은 항염증 및 면역억제의 기능을 가지며,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 억제, 류코트리엔 합성, 백혈구 응집을 방해하고 사이토카인 합성을 억제하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설파살라진의 부작용은 대부분 설파피리딘 분자에 기인하므로 설파피리딘 분자는 없애고 5-ASA 분자만 가진 형태로 개발된 약이 메살라민으로, 설파살라진과 효과는 비슷하지만 부작용이 다소 적고, 경구 복용을 위한 약제와 좌약 또는 관장으로 투여할 수도 있다.

설파살라진/5-ASA는 구역질, 속쓰림, 두통, 어지러움, 빈혈 및 피부발진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드물게는 간염, 빈혈, 췌장염, 폐렴, 탈모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궤양성 대장염에서는 관해 유도 및 유지 효과가 있고 점막 치유 효과도 50% 정도에서 관찰되나, 크론병에서의 역할은 경증에 주로 있고, 점막 치유 등 장기 효과에 대해서는 위약과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스테로이드
스테로이드는 염증성 장질환의 급성기에 일차약물로 추천되며 5-ASA에 반응이 없을 때, 심각한 전신 증상이 있을 때, 질병 활성도가 중증도와 중증일 때에도 주로 사용된다. 투여용량은 장관 병변의 중증도에 따라 결정되며, 대개 스테로이드 경구투여 프레드니솔론(0.5∼0.75mg/kg/일)을 하고 1∼2주간 사용 후 임상 양상과 검사실 소견이 호전되면 매주 5mg씩 감량하여 중단한다. 급성기에는 좋은 효과를 보이지만 장기 투여는 하지 말아야 하며 장기 투여에도 관해 유지 효과가 없고, 점막 치유 효과도 없다.

면역조절제(immunomodulator)
아자티오프린(azathioprine, 2~2.5mg/kg/일)이나 6-MP (6-mercaptopurine, 1~1.5mg/kg/일)는 일반적으로 스테로이드 의존성 환자, 설파살라진이나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여도 증상 호전이 없는 스테로이드 저항성 환자 및 이들 약물의 부작용 때문에 사용하지 못할 경우에 사용된다. 약물의 반응률은 대략 58~89% 정도이고, 12개월 관해 유지율은 64~75% 정도로 관해 유지와 스테로이드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부작용으로는 골수억제, 기회감염, 탈모증, 구역, 간염, 췌장염이 있다.

이러한 면역조절제들은 약물 효과가 나타나려면 약 3~6개월 걸리므로 기존 약제를 중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이 추가하여 사용하며 약물의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에서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을 점차로 줄여 나가야 한다. 여러 연구에서 점막 치유 효과 및 수술 후 재발 방지 등의 효과가 인정되었다.

인플릭시맙 (infliximab)
인플릭시맙은 TNF-α와 결합된 세포막을 가지는 염증세포를 파괴하여 손상된 장점막에서 제거시키는 역할을 하며 세포사멸(apoptosis)이 주된 기전으로 알려진 단일클론 항체이다. 중등증 또는 중증 크론병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에서 위약군에 비해 인플릭시맙을 투여받았던 군에서 유의하게 관해 유지율이 높게 관찰되었고, 정기적인 유지요법은 간헐적인 투여에 비해 인플릭시맙에 대한 항체 형성의 빈도를 줄여 주입반응을 감소시키고, 치료효과의 소실을 줄여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8주 간격으로 인플릭시맙 5mg/kg을 반복 투여하는 경우 크론병 환자의 관해를 유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판명되었으며, 스테로이드에 효과가 없는 활동성 궤양성 대장염에서도 유의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점막 치유, 수술 후 재발 방지 등에도 효과가 있어 질병의 자연 경과를 호전시킨다.

인플릭시맙은 작용 발현 시간이 매우 빠른 장점이 있는 반면, 결핵 등의 심한 전신 감염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인플릭시맙 투여 환자 대부분이 스테로이드나 면역조절제를 동시에 투여받는 경우가 많아 기회감염, 패혈증에 대한 위험성이 있으므로 감염이 진행 중인 환자에서는 금기이며, 농양이 의심되는 환자는 치료 전에 평가하고 적절한 배농이 먼저 시행되어야 한다.

아달리무맙(adalimumab)
아달리무맙은 류마티스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건선 관절염 환자 치료에 사용하던 것으로 중등증 또는 중증의 활동성 크론병이나 인플릭시맙에 불응성이거나 치료 실패한 환자에서 증상을 개선시키고 임상적 관해를 유도 및 유지한다. 2007년에 FDA의 승인을 받았고, 2012년 활동성 궤양성 대장염에 적응증이 확대되었다. 활동성 크론병 환자에 대한 3상 임상시험 결과 4주째 관해율과 유효율이 위약군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고, 관해 유지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매주 투여한 경우가 격주 투여한 경우와 위약군보다 각각 83%, 68%, 39%로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달리무맙의 부작용으로는 일반적으로 주사부위 반응, 관절통, 인두염, 복통, 상기도 감염, 결핵감염이 보고되었으나 심각한 부작용은 8~9%로 위약군보다 낮았다. 인플릭시맙과 비교한 연구는 아직까지 없지만 현재까지 결과로 치료 부작용을 고려하였을 때 인플릭시맙에 뒤지지 않는 역할이 기대된다. 하지만 장기 사용 성적에 대한 결과는 기다려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 약제 역시 점막 치유 및 수술 후 재발 방지 효과가 증명되었고 질병의 자연 경과를 호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염증성 장질환의 병태 생리와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많은 연구, 분자 생물학의 괄목할 만한 발전을 통해 생물학적 제제가 염증성 장질환의 자연 경과를 호전시키는 약제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볼 때 3차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1, 2차 의료기관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약제가 될 것이 자명하다.

향후 이들 약제의 도입과 동시에 국내 임상연구가 이루어져 한국인에서 적합한 약제의 선택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하며, 환자의 입장에서 기존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투여할 수 있으면서 경제적이고, 또한 치료 효과도 우수한 생물학적 제제의 등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환자의 상태와 약제의 특성을 고려하여 위험-효과 분석 측면에서 이득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신중함 역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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