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노포비르 단독사용 효과 대등…"병용요법 여전히 유효" 맞서

'논쟁'이란 사전적으로 서로 다른 의견의 대립, 그리고 이에 대한 논의를 의미한다. 의학계에서도 논쟁은 생소한 것이 아니다. 기존 합의가 이뤄졌던 이론·치료전략에 새로운 근거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흐름을 바꿔왔다. 이런 논쟁은 의학계에서 빈번하게 있었고, 의학발전을 촉발하는 기폭제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일련의 논쟁들은 지금도 여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최근 논쟁의 가운데 있는 몇 가지 주제들에 대한 기획을 마련했다.

현재 B형간염 내성치료에서 약물을 전환하는 것보다 병용하는 방법이 치료효과가 좋다는 데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국내서도 라미부딘 내성 B형간염 치료 초기에 아데포비르로 교체요법을 시행하던 것이 병용요법으로 바뀐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내는 테노포비르의 등장과 함께 작년 미국간학회(AASLD)에서 발표된 이 제제의 내성발생률은 7년째 0%로 보고돼 내성환자 치료에서 단독요법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내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들도 단독요법의 효과를 재차 입증하고 있어 힘이 실리고 있다.

반면 아직까지 공개된 연구가 1년 결과로 장기간 연구가 없다는 점, 단독요법으로 인한 내성발생 위험도, 병용요법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는 특정 환자군(내성변이 유전자형 2개 이상 보유) 등은 단독요법을 선뜻 선택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는 다약제 내성 B형간염 환자의 치료전략으로 단독이냐 병용이냐를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 현재 다약제 내성 환자 치료전략
유럽간학회(EASL), 미국간학회(AASLD), 대한간학회(KASL) B형간염 가이드라인은 내성치료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 가이드라인의 권고사항에서는 특정 약물 내성 및 다약제 내성 치료전략으로 병용요법을 우선 권고하고 있다. 단, 각 약물별 내성을 포함한 1차치료로 추천된 약물의 조합이 일부 차이를 보이는 만큼 내성에 따른 별도의 치료전략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 가이드라인과 비교해 내성 치료를 위한 병용요법 권고사항들을 정리해 보면,먼저 라미부딘 내성의 경우, KASL은 1차치료로 라미부딘 + 아데포비르 병용요법을 추천하고 여기에 테노포비르를 추가하거나 아데포비르 혹은 테노포비르에 기타 뉴클레오사이드 계열 약제의 병용요법을 제시했다.

EASL은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을 우선시 하지만 이에 불응할 때는 라미부딘 + 아데포비르 병용요법을 사용토록 했다. AASLD는 라미부딘 + 아데포비르, 라미부딘 + 테노포비르, 테노포비르 + 엠트리시타빈 병용요법을 권고해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이어 아데포비르 내성 환자는 AASLD에서 아데포비르 + 라미부딘, 엔테카비르 단독요법 또는 아데포비르 + 엔테카비르, 테노포비르 + 엠트리시타빈 병용요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KASL과 EASL은 이와 다른 견해를 보였다. 이 두 학회는 테노포비르에 기타 뉴클레오사이드 계열 제제의 병용요법을 추천하고 있다.

엔테카비르 내성은 KASL에서 엔테카비르 + 테노포비르 병용요법 또는 아데포비르를 권고하고, EASL은 테노포비르 단독요법 혹은 테노포비르 + 엔테카비르 병용요법을 추천했으며 테노포비르의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 엔테카비르 + 아데포비르 병용요법을 사용토록 했다.

AASLD는 테노포비르 단독요법과 테노포비르 + 엠트리시타빈 병용요법을 제시했다.

논란이 되는 다약제 내성 환자에서는 AASLD는 권고사항을 제시하지 않은 반면 KASL은 테노포비르 + 엔테카비르 병용요법을 먼저 실시하고 상황에 따라 아데포비르 + 엔테카비르 병용요법을 쓸 수 있다고 권고했다.

특징적으로 EASL은 뉴클레오사이드와 뉴클레오타이드를 병용하지만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을 1차치료로 선택했다.

이들 3개 학회 가이드라인에서 관찰된 사실은 병용요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신 임상연구 결과를 가장 급진적으로 반영하는 EASL 가이드라인만큼은 다약제 내성 환자의 표준치료로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 단독치료 대규모 국내 연구 공개
테노포비르는 최근 초치료 환자 대상 7년 관찰연구에서 내성발생률 0%를 보인 바 있고, 올해 대한간학회 춘계학술대회(The Liver Week 2014)에서는 아데포비르, 라미부딘 내성환자와 엔테카비르 내성환자를 대상으로 테노포비르 단독요법과 테노포비르 + 엔테카비르 병용요법을 비교한 국내 연구를 대거 발표했다.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의 효과를 평가한 해외연구들은 20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였지만 이번 국내 연구는 아데포비르 내성군 102명, 엔테카비르 내성군 90명으로 대규모 근거를 만들기에 충분하다는 평이다.

연구 결과 병용요법에 대한 우위성 및 비열등성을 각각 입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테노포비르 단독요법과 관련 다약제 내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전향적 다기관 연구는 주요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건국의대 권소영 교수(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연구와 울산의대 임영석 교수(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가 주도한 연구가 대표적인데, 우선 이 연구에서는 엔테카비르 내성 만성 B형간염 환자들에서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을 평가했다.

이는 1년간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건국대병원, 고대구로병원, 서울대병원 등에서 실시된 다기관 연구이다. HBV DNA 수치가 60IU/mL 이상인 총 101명 중 89명 환자를 분석한 결과, 48주 후 테노포비르 단독투여와 테노포비르 + 엔테카비르 병용투여군의 HBV DNA 15IU/mL 미만 억제율은 각각 71%, 73%, HBV DNA 60IU/mL 미만 분포도 역시 각각 82%와 89%로 통계적으로 유사했다.

또 아데포비르 내성에서 테노포비르 + 엔테카비르 병용요법과 테노포비르 단독요법 모두가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더욱이 연구에 참가한 아데포비르 내성 환자들은 보통 3~4제 약물에 내성을 보였고 약 9년 동안 바이러스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던 이들을 대상으로 연구기간 동안 65%의 환자에서 바이러스 반응이 확인됐다.

이에 임영석 교수는 "미국 및 유럽간학회도 서로 통일된 권고안이 없는 상황인데 이는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추후 내성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돼야겠지만 이번 결과가 주요 근거가 되기에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결과를 토대로 향후 병용요법에서 단독투여로 교체가 가능한 환자수 추계를 보면, 다약제 내성 환자군에서 테노포비르 기반 병용요법 시행 48주에 60~70% 정도가 바이러스 음전이가 유도되는 것으로 보고되는데 이들 중 약 50%는 단독투여로 전환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 병용요법 포기할 수 없는 이유
하지만 단독요법의 제한점도 존재한다. 먼저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이 테노포비르 내성 발현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내성발현 바이러스는 연구소 실험결과 테노포비르 내성에 민감성을 보인 결과도 있으며, 장기적인 내성발생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단독요법을 적용하는 것에 우려도 따른다.

이와 함께 일부 내성 유전자형을 복수로 가지는 환자들에서 병용요법의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일부 환자들이 적정 치료전략에서 누락(under-treatment)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아데포비르 내성이 동반된 국내 다약제 내성 연구에서 rtA181V/T 변이와 rtN236T 변이가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는 rtA181V/T 단독변이 또는 rtN236T 단독변이가 있던 경우와 달리 병용요법이 단독요법보다 효과가 앞선다는 결과로 나타난 바 있다.

물론 이 연구가 추적 관찰기간 48주로 추가적인 내성 발생에 충분한 기간이 아니라는 제한점은 있지만 rtA181V/T-rtN236T 변이가 동반된 환자의 경우는 테노포비르와 엔테카비르의 병용요법을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고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단독과 병용요법이 다약제 내성 환자 치료에 대등한 효과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장기간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 병용요법을 시행하거나, 임상적으로 우려가 되는 상황에서 무조건 단독요법을 시행하기보다는 임상의가 반응 여부를 판단해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치료 옵션의 폭을 넓히자는 것이 현 간학회의 입장이다.

△ "테노포비르 단독요법 5년 내성 10% 못 미칠 것"
치료·경제적 혜택 기대, 잠재적 내성 위험도 장기 관찰 필요
안상훈 대한간학회 홍보이사

▲ 연세의대 안상훈 교수(신촌세브란스 소화기내과)
다약제 내성 B형간염 치료전략에서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에 대한 국내 주요 근거는 올해 대한간학회 춘계학술대회(The Liver Week 2014)에서 대대적으로 발표됐다. 그만큼 학회차원에서도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국내 연구에서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이 병용요법과 비교해 우위성 및 비열등성을 입증하긴 했지만 학회는 다약제 내성 치료에 단독요법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근거에 대한 충실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이에 국내 B형간염 내성환자 관리전략에서 임상현장의 상황과 향후 방향에 대해 연세의대 안상훈 교수(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대한간학회 홍보이사)에게 들어봤다.

- 국내 임상서 다약제 내성에 대한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다약제 내성 환자에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은 현재 국내 가이드라인은 물론 국내 급여 기준과도 온도차를 보이는 내용이다. 대한간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다약제 내성 B형간염 환자의 1차치료전략으로 테노포비르 + 엔테카비르 병용요법을 추천하고 있다.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근거 부족으로 낮은 권고수준을 책정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비롯 최근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에 대한 국내 근거가 구축되면서 학회에서는 단독요법도 내성 발생 가능성이 낮고 나아가 의료재정 및 환자 비용부담에 이득이 더 많다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심평원의 기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심평원 기준은 현재 테노포비르의 단독사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번 국내 연구결과를 근거로 다약제 내성에 항바이러스제의 급여기준을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 연구가 실질적으로 임상현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 현재 국내 가이드라인에서의 권고사항은?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 '2개 이상의 약제에 노출된 경우'를 다약제 내성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대한간학회 진료지침에서는 다약제 내성일 때 테노포비르 단독요법보다 테노포비르 + 엔테카비르 병용요법이 효과가 더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토대로 국내 가이드라인에 변화를 줄 예정이다.

한편 다약제 내성에 대한 치료전략과는 별도로 엔테카비르 내성에 대한 시각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다약제 내성의 정의는 2개 이상의 약제에 노출된 경우지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전문가 합의가 애매한 실정이다. 엔테카비르 내성은 L-뉴클레오사이드 내성은 물론 유전자 위치 184와 250 변이 등을 항상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엔테카비르 내성을 다약제 내성으로 간주한다는 주장도 있다.

- 단독요법 임상적용에 앞서서 해결돼야 할 사항은?
이번에 공개된 국내 대규모 연구 결과에서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이 엔테카비르 병용요법과 비슷한 수준의 효과를 보였지만, 바이러스 감작 속도, 내성 가능성 등에 있어 장기간 연구가 추가돼야 한다.

하지만 테노포비르는 굉장히 효과가 좋은 약제이기에 치료기간이 5년 정도 지나야 내성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아데포비르와 엔테카비르도 출시 초기에는 내성 발생률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내성이 발생했다. 즉 내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라미부딘의 경우 5년 사용 시 70%까지 내성이 발생했지만 테노포비르는 향후 5년을 계속 처방한다고 해도 국내 내성발생률이 10% 미만일 가능성이 크다.

내성이 5년 동안 10%를 넘기지 않으면 우선적으로 단독요법을 시행하다 차후 병용요법으로 전환하는 것이 환자에게는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될 것은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미국간학회(AASLD)에서는 102·103 연구 장기관찰 결과 초치료 환자에서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이 7년차까지 내성률 0%로 보고됐다.

-단독요법이 환자에게 얼마나 혜택을 줄 수 있나?
IMS 데이터를 추산해보면 엔테카비르(1mg) + 테노포비르 또는 엔테카비르(1mg) + 아데포비르를 투약하고 있는 환자는 현재 1만4500명에 이르는데 아데포비르, 엔테카비르(1mg), 테노포비르를 처방할 때 발생비용은 연간 약 585억2750만6200원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1만4500명 전부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으로 전환하면 발생비용은 연간 약 274억985만7500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 중 50% 수준이 단독처방으로 전환된다면 155억5892만4350원의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B형간염 치료제가 실제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추후 10년간 약 1500억~3000억원 수준의 비용절약을 간학회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더해 라미부딘 + 아데포비르 병용요법을 받는 환자는 약 2만명인데 연간 398억4340만원 정도가 소요되며 이들이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을 받게되면 연간 20억3670만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

이 외 텔비부딘 + 아데포비르, 클레부딘 + 아데포비르, 엔테카비르 + 아데포비르 병용요법 환자군에서도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으로 전환 시 추가 비용절감이 예상되는 실정이다.

특히 라미부딘 단독내성인 경우 라미부딘 + 아데포비르 병용요법은 테노포비르 단독요법 대비 가격이 비싸고 바이러스 반응도 불량하며 아데포비르 장기 복용에 따른 신장손상 등이 야기되지만, 유사계열 약제인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은 이 같은 단점이 더 적다는 게 중요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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