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진 자리 전쟁, 이유는 뭘까?

#A의료원장은 몇 번의 인사청탁을 받았다. 몇몇 교수들이 원장을 하고 싶으니 임명권에 동의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원장 반대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다. 의료원장에 1차 인사권이 있다. A원장 추천에 의해 재단 이사회에 보고되고, 여기서 통과되면 최종 승인이 나게 된다. 그만큼 임명권은 의료원장의 매우 큰 권한이지만 원하는 사람은 많고, 재단의 눈치도 봐야한다.  

“원장을 역임하고 교수 생활을 마감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원장은 정말 큰 영광이지요. 주위 사람들이나 가족들이 더 영광스러워 합니다. 심지어 자녀 결혼식장에서 원장과 일반 교수의 대우가 다르잖아요. 평생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의 일종의 권위랄까요?”

#B학회 이사장은 차기 이사장 선출을 진행 중이다. 전통적으로 서울의대, 가톨릭의대, 연세의대 등 유력 의대들이 돌아가면서 맡았다. 후보자가 한 명일 때는 문제없었지만, 서로 하겠다고 자원하고 나서면서 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임기는 2년으로 짧지만 선거 준비과정에서 '편 먹고 편 먹는' 줄서기의 연속이다. 어느 의대 출신과 연합하느냐에 따라 표가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학회 이사장을 봉사 정도로 여겼지만 이제는 서로 나서는 자리가 됐다.

“이사장 한 번 하면 평생동안 학회에서 존중을 받아요. 학술대회나 학회 행사에서 항상 가장 중요한 자리에 배정되고 학술대회 등록비, 지방행사 호텔 숙박비 등도 면제되지요. 같은 교수지만 누구는 저만치 뒷자리에 앉고 본인 돈 내고 등록해야 하는데, 당연히 대우받고 싶지 않겠어요?”

의료계는 병원이 어려워지고 리베이트도 없어졌으며 선택진료수당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교수들의 ‘자리’ 욕심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마음 속 한 켠에는 개원을 하고 싶지만, 대출조차 쉽지 않은 어려운 여건에서 ‘정글’과 같은 개원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그 다음으로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 병원에서는 원장, 학회에서는 이사장과 회장 등의보직이라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예전에는 병원장을 단순히 명예직이라고 생각하고 주어진 권한도 없어 그리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책임과 동시에 약간의 예산과 인력 운용의 권한이 생기고, 병원 모든 직원들이 우러러 보는 것에 엄청난 영광을 느끼게 된다”고 밝혔다. 

다른 대학병원 교수도 “학회 이사장 역시 학계의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관련업계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만큼, 예전에 비해 서로 하려는 교수들이 늘어나 한층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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