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수술에서 '치료재료' 불인정, 지나치게 긴 '전문재활치료' 삭감, 암 진행에 따른 '병용요법' 반기 등...의료계 "해도 너무 해!"


올해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일부 심사사례를 공개하고 있다. 간단한 수술에서 '치료재료' 불인정, 지나치게 긴 '전문재활치료' 삭감 등이 발생되므로, 요양기관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심평원에서 올해 상반기 1, 2분기에 거쳐 수십가지의 심사사례를 공개, 이에 대한 임상과 심사 간 괴리가 여실히 드러났다.

우선 치료재료를 인정해주지 않는 수술은 대부분 간단한 수술이었는데, 이에 대한 규정이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A병원에서는 무릎관절 연골의 열상, 슬개골의 탈구, 혈관절증, 하지, 상세불명의 관절증 등을 앓는 환자에 대해 인대수술을 시행했고, 수술시 필요한 재료들을 심평원에 청구했다. 하지만 심평원에서는 오른쪽 무릎의 슬개골 탈구를 수술한 경우로, 이는 간단한 수술에 해당되므로 치료재료 비용을 별도로 인정해줄 수 없다며 삭감했다.

반면 어깨의 근육둘레띠의 근육 및 힘줄의 손상으로 B병원에 입원한 환자에 대해서는 "복잡 수술에 해당되므로 관절경하 수술시 사용하는 치료재료 비용 인정한다"고 심사했다.

이에 대해 논란이 일자 심평원 측은 "관절경하 수술시 사용하는 치료재료비용은 고시에 의거해 고관절, 슬관절, 견관절은 관절경 32만원 산정하고, 이물제거술 및 추벽제거술, 부분활액만제거술 등 간단한 시술을 단독으로 시행한 경우에는 별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정리했다.

압력철선에서도 의료진의 신중한 사용이 요구됐다.

원관상동맥의 죽상경화성 심질환 환자에게 경피적관상동맥스텐트삽입술을 실시한 C병원은 관상동맥내 압력측정술시 사용한 압력철선의 비용을 심평원으로부터 받지 못했다.

심평원은 "관상동맥내 압력측정술(FFR)시 사용하는 압력철선은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치료재료"라며 "2.5mm 이상의 혈관에서 정량관상동맥조영술(QCA) 측정상 50~70%의 중등 협착이 확인되면서, 다혈관 질환, 심근허혈의 객관적 증거가 없는 병변 또는 단일혈관 내 두개 이상의 병변이 있는 경우 등에서만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유사한 사례로 경피적관상동맥스텐트삽입술에서의 BALLOON CATHETER 불인정도 있었다.

불안정성 협심증 환자에 대해 해당시술을 했지만 치료재용 비용은 받지 못한 사례로, 심사위원회 측은 balloon catheteter는 잔여 협착이 30% 이상 잔존하거나 근위부 참조혈관과 원위부 참조혈관의 직경 차이가 1.0mm 이상일 때만 환자가 전액부담해 사용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사례에서는 시술 후 잔여 협착이 30% 미만인 경우로, 추가적으로 시술한 고압력 풍선은 삭감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전문재활치료에서도 논쟁 여부가 발생했다. 강직성 편마비, 삼킴곤란, 뇌경색증의 후유증, 편마비 및 편부전마비 등을 앓는 뇌손상환자에게 D병원은 중추신경계발달재활치료, 작업치료, 재활기능치료, 전기자극치료, 연하장애재활치료 등 장기간의 전문재활치료를 실시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측은 현재 상태유지를 위한 중추신경계 재활치료, 작업치료, 재활기능치료 등 일부의 재활치료만 인정했다.

나머지에 대해서는 "기능호전 목적으로 하는 기능적전기자극치료는 발병 후 2년이 경과했으므로 인정할 수 없으며, 연하장애재활치료는 발병 6개월이 경과해 객관적 소견이 확인돼야 추가 인정 가능하지만 이러한 소견이 확인되지 않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말총증후군을 앓는 환자에게 표층열치료, 경피적전기신경자극치료, 보행치료, 중추신경계발달재활치료 등을 실시했는데, 심평원은 이중 중추신경계발달재활치료는 인정하지 않았다.

심사위원회에서는 "말총증후군(마미증후군)은 말초신경계 질환이므로 중추신경계 장애"라며 "중추신경계 장애로 인한 발달지연, 근육마비, 경직의 치료를 목적으로 시행하는 중추신경계발달재활치료는 관계가 없다"고 못박았다.

 

약제 처방에 있어서도 의료진들의 세심한 사용이 필요하다.

유방암 환자에 대해 E병원은 1차 항암요법 투여 후 16일째 촬영한 CT 결과에 따라 병의 진행(PD)이 발견돼 젤로다정으로 변경 투여했다. 하지만 심평원에서는 약제(제넥솔주 + 시스프라틴주) 1회 투여 후 바로 효과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삭감을 강행했다.

심평원은 "적절한 반응 평가기간은 일반적으로 2~3회 투여 후 판단해야 한다"면서 "해당 사이클을 거친 후 질병이 진행하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는 투여를 중단하거나 추가 투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결장암과 간암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FOLFIRI 요법(fluorouracil+LV+irinotecan) 12회차 투여한 후 2개월 만에 병이 진행(PD)돼 의료진의 판단으로 XELIRI 요법(capecitabine+irinotecan)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약제내성이 있는 Irinotecan이 포함된 XELIRI 병용요법은 인정할 수 없다"며 "제한된 약제를 근거중심의 치료결과에 따른 효과적 병용이 필요하며, 치료의 지속성(continuum of care)을 위해 약제 사용의 적정한 순서(sequence)가 요구된다"고 비판했다.

검사도 주의해야 한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뇌MRI를 찍었더라도, 급여대상 질환이 아니거나 신경학적 소견이 확인되지 않으면 삭감됐다. 또한 환자가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라도, 검사를 위해 MRI를 찍어선 안 된다.

상세불명의 뇌경색증과 어지러움을 동반한 39세 남성이 운전 중 숨쉬기 불안하고 쓰러질 것 같아 F병원을 내원했다. 증상을 들은 후 뇌 MRI를 찍었고 뇌경색증임이 밝혀졌다. 이후 환자는 같은 증상으로 응급실을 방문해 두부 CT를 찍었으나 별다른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심평원에서는 "중추신경계 급여대상 질환을 의심할 만한 신경학적 소견이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뇌MRI를 급여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비급여로 조정했다. 이어 심평원 심사실 관계자는 "MRI 급여에 해당하는 질환은 원발성 암(뇌종양, 두경부암), 전이성 암(뇌), 두 개강내 양성종양(대뇌낭종 포함), 뇌혈관질환, 간질, 뇌염증성 질환 및 치매 등"이라며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비급여로 한다"고 밝혔다.

평소 저혈압, 뇌경색증을 앓던 44세 여성환자는 수면제를 복용해 온몸에 힘이 없고 헛구역질을 하며 졸린 상태(Drowsy mental)로 G병원에 내원했다. 병원에서는 곧바로 상태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뇌MRI를 찍었지만, 심평원은 "환자상태, 진료내역 등을 참조했을 때 중추신경계 급여대상 질환을 의심할 만한 신경학적 소견이 확인되지 않으므로 급여로 인정할 수 없다"며 삭감했다.


이 같은 심사사례를 접한 의료진은 할 말이 없다며 "현장마다 아예 심평원 직원을 한 명씩 배치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H 교수는 "환자마다 개별적인 상태가 다르고, 특히나 암의 경우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심평원의 삭감과 환자의 요구 사이에서, 또 교과서에서 배운 진료와 심평원의 심사 사이에서 늘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I 전공의도 "내부 심사지침이나 기준이 별도로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만약 개별심사가 사례별로 달라지는 심평원의 주 관적인 기준에 의해 이뤄진다면, 어떤 의사도 소신있게 진료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심사사례는 심사과정에서 전문적인 의약학적 판단이 필요해 심사위원의 자문을 받아 결정되는 것으로, 환자 특성(상병, 환자상태 등) 및 청구내역에 따라 적용되는 개별적으로 이뤄진다. 심평원에서 공개하는 대상은 심사기준 해석 및 의·약학적 판단에 차이가 있는 항목으로, 인정 사례와 불인정 사례를 동시에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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