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패혈증 진단기법.헬리코박터균 검출기 등 10여개 제품 개발

[의사, 의료산업 중심에 서다③] '발명가' 이종욱 진천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장
"엉뚱한 상상을 실현하는 것이 발명이죠"

매일같이 하던 일도 조금 다르게 보면 일정한 규칙을 발견한다. 물론 쉽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 발견의 즐거움을 가지고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늘상 보던 것도 달리 보면서 더 편리하게 활용가능한 여러가지 발명품을 개발한 진천성모병원 이종욱 진단검사의학과장을 만나봤다.

-그동안 발명한 제품들은 무엇이 있나?

위 조직에서 헬리코박터균을 바로 검출하는 Rapid urease test가 대표적이다. 아산제약에서 특허를 구입하면서 10년간 많은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 상상, 또 상상으로 10여개의 제품을 직접 개발한 '발명왕' 이종욱 과장


또한 어린이 채혈용 고무줄인 토니켓을 개발했다. 어린이들은 보통 채혈하기 위해 팔에 묶는 노란 고무줄만 봐도 울음을 터트린다. 이에 동물그림이 그려진 토니켓을 만들게 됐다.

걸으면서 맞을 수 있는 수액가방도 개발했다. 특수원료를 이용해 기침 멈추는 마스크도 만들었다. 개발은 했지만 아직 실용화되지 않은 제품들도 여러개 있다.

-발명은 어떻게 이뤄지나?

진단검사를 하면서 접하는 영상과 수치를 보면서 생각하고 상상한다. 자꾸 상상하고 고민하다 보면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물론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은 없다. 생각나는대로 수첩에 적고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볼 구상을 한다.

사실 동심(童心)이 상당히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경직되고 억압된 교육을 받기 때문에 상상의 나래를 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대신 음악을 많이 듣고 예술 활동을 하면서 그 속에서 감동받으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고 상상력을 자극시킬 수 있다. 
 

▲ 어린이 토니캣, 휴대용 수액가방, 헬리코박터균 시약, 패혈증 위험 사망률 진단 방법

또 하나의 장벽은 무조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재 병원 검사실 사이에 유리로 된 벽이 하나 있었다. 공기 순환이 잘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지만, 이렇다 할 노력없이 직원들은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계속 건의하고 추진하는 것이 맞다. 여러번 건의 끝에 결국 유리벽을 없애고 탁 트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생각을 하나 하다보면 완성될 때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 발명도 마찬가지다.

-보유한 특허는 어떤 것들이 있나? 특허로 수익이 되나?

총 13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허로 인해 수익이 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새로 만든 제품으로 인해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편리하면서도 의료 비용이 덜 들어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실제적인 마케팅이다. 아산제약에서 헬리코박터균 시약을 판매했을 때는 그만큼 유통 채널이 있기 때문에 많이 팔렸다. 보유한 특허 중에서 가장 수익을 많이 올린 제품이기도 하다.

많은 의사들이 의료기기 개발에 있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는데, 단순히 아이디어 제공에 대해서는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가 더 중요하다. 특히 특허가 없으면 구체적으로 아이디어를 제품화하고 증명하기 어렵다. 가급적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고 변리사를 통해 특허를 출원해두는 것이 좋다. 유사 기술, 제품이 출현하더라도 특허장벽을 쳐두면 보호받을 수 있다.

국내 특허는 300만원 가량, 해외 특허는 2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된다. 의대 소속이라면 산학협력단을 활용할 수 있고 개인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율은 대학마다 차이가 난다.

-지멘스에서 활용하기 시작한 진단기술은 무엇인가?

중증 패혈증에 대한 사망위험률을 계산하는 방법에 대해 특허를 냈다. 알고 보니 사망률 공식 하나가 지멘스가 보유한 기술과 같았다. 대신 지멘스는 패혈증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고, 본인은 패혈증과 수치가 연관이 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달랐다. 지멘스를 찾아가 협력하자고 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멘스 혈구분석기(CBC) '아드비아(ADVIA) 2120i'의 DNI(Delta Neutrophil Index)지표를 통해 중증 패혈증 환자의 단기사망률 예측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논문으로 만들었다. DNI는 아드비아(ADVIA) 2120i에서 나오는 MPO(Myeloperoxidase) 채널과 백혈구의 핵 엽상(Baso/Lobularity) 채널에서 측정된 감별 백혈구의 차이로 순환 혈액 내의 미성숙 과립구의 분획을 나타낸다. 감염과 패혈증의 지표(마커)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증패혈증 및 쇼크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병원에서 기본으로 실시하는 CBC를 통해 30초 안에 검사가 완료된다. 중증 패혈증 환자의 사망률을 쉽게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된다. 패혈증은 중환자실에서 사망률이 매우 높은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 방향 설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별도의 장비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CBC를 갖춘 병원 어디서나 환자의 위험도를 쉽게 진단할 수 있다. 현재 세브란스 계열 전 병원에서 사용 중이지만, 아직 수가가 인정되지 않아 다른 병원에 널리 퍼지지는 못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신의료기술평가를 신청하고 급여 또는 비급여 인정도 추진한다. 최종적으로는 진단검사의학 교과서에 실리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

진단검사의학과는 보통 검사 수치를 위주로 보게 된다. 하지만 그림이나 영상도 매우 흥미롭다. CBC 결과분석지 400장을 뽑아놓고 사인해가면서 그림에 관심을 보이게 됐다. 자꾸 보다보면 새롭게 발견하는 것들이 많다.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현하고 구체화하다보면 제품 개발로 이어진다. 앞으로도 환자 입장에서 더욱 도움이 되는 제품을 개발해 보고 싶다. 환자 손톱에 자동으로 봉숭아 물을 들여주거나 채혈을 아프지 않게 하는 등의 제품을 만들 구상을 해보고 있다. 의료계가 어렵다고 하지만, 어려울수록 환자를 더 위한다면 신뢰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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