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불평등한 수가협상 논란...공단, 말문 열다

불평등한 수가협상체계로 의료계는 단단히 화가 나있는 상태다아예 '협상' '일방통보'라고 평가 절하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간은 일단 협상이 잘 돼 높은 인상률은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불형평적 구조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이에 반발해 협상을 결렬하게 되면 정부가 개입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로 넘어가 더욱 불리한 인상률을 받게 되기 때문

하지만 수가가 바닥을 치고 병의원 경영이 실의에 빠지면서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단단히 뿔난 의료계 “공단은 ‘수퍼갑’… 불평등한 협상관계 이제 그만

전국의사총연합대한의원협회 등 의료계 관련 단체들도 일제히 이번 수가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보험자와 공급자단체간 불평등한 관계가 다시 한 번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전의총은 "올해도 여지없이 '수퍼 갑공단의 횡포를 통해 수가계약은 불평등 노예계약에 불과함을 확인하게 됐으며정부의 일차 의료활성화에 대한 의지는 찾기 힘들다"고 했다이는 상호호혜라는 협상의 원칙을 완전히 무시한 것으로현재의 협상은 공단의 일방적인 통보를 수용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라고 직언했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공단이 재정운영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재정절감과 보험료 인상 부담을 핑계로,일방적이고 불평등한 수가인상안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는 것에 대해 크게 성토했다앞으로는 공단의 자료 독점을 금지하고수가협상 결렬 시 건정심이 아닌 별도의 조정기전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병원협회는 "임금물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가인상률에도 의업의 소명을 다해왔지만병원경영이 최소한 숨통을 트기 위한 적정수가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공단은 협상이 아닌 일방통보식으로 낮은 수치(인상률)를 제시한다더이상 계약을 성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건보공단은 재정운영위원회 의결이라는 미명 뒤에 숨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꼬집었다앞으로 수가결정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동시에 환자안전을 담보하고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수가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가협상과 관련한 의료계 불만에 대해 공단은 입을 열었다대답은 모두 'NO'였다.

우선 자료공유에 대해서 "이미 충분히그리고 원한다면 모두 공개하고 있다" "무엇을 숨긴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올해 공단 수가협상단에서 유일하게 '경험자'였던 현재룡 급여보장실장은 "자료 공유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가지고 있는 자료를 모두 내놓고 협상에 임하고 있으며급여비와 관련된 자료 요청이 많은데도 모두 주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의료계에서는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심평원공단 등에 필요한 자료를 신청하고 있으며이때도 보험자 쪽에서는 모두 제공한다고 덧붙였다오히려 오픈되지 않은 자료를 찾는 것이 어렵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재정운영위 참석 두고 대립각
의료계 “복지부·공단은 참석하는데 우린 왜?”vs공단 “가입자 논의공간에 공급자 왜 끼려하나


 

현재 진행 중인 환산지수 연구 역시 공급자에게 진행과정을 모두 공개하고 있고필요하다면 회의 참관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참관권을 부여하기 전에 의료계에서는 '공단에서 정부기관인 보사연에 연구용역을 주고 짬짜미를 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 실장은 "현재 의· 병협이 참여하고 있으며서로 충분한 논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의혹의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고 말했다.


의료계 “재정위는 사실상 공단편”vs공단 “영향력 행사 안 한다

재정운영위 참여에 대해 의료계는 "복지부와 공단 관계자가 참관하고 있다의료계에도 이러한 권한을 부여하거나 협상과정에서 재정위 벤딩폭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단 측은 "재정위의 의결사항에 왈가왈부할 수도 없고어떠한 조율과정도 참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또 재정위는 가입자들이 논의하는 공간이라면서, "이에 참여하겠다는 발상은 공단이 의협의 대의원회를 참여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재정위에서 전략을 짜고 벤딩폭을 논의하기 때문에 공급자의 참여는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건보공단 기획이사와 재정관리실장이 들어가는 것은 건보공단의 재정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위해서지 가입자들의 결정을 좌지우지하려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이 같은 이유로 소위 구성을 친정부라고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의료계 “벤딩폭 사전에 알려줘야”vs공단 “협상만 힘들어질 뿐

이어 벤딩폭을 사전에 알려달라는 의료계의 입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이유인즉슨 논의 과정 중에 벤딩폭이 공개되면 공급자와 공단의 협상이 힘들어진다는 것

공단 협상단에 참여 중인 박국상 실장은 "수가는 결국 보험료의료기관 경영수지(수가두 가지가 모두 연계되므로신중을 기해야 한다적정한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급자가입자보험자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공급자의 재정위 참여는 앞으로도 이뤄질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공단이 중간자 입장에서 매우 '난처'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 지난 5월말 공급자단체와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이 마주 앉아 인상률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룡 실장은 "공단은 가입자와의 소통 과정에서 늘 '공급자'편에 서서 이야기하고 있다" "수가 인상을 최소화하고 보장성을 더 늘려야 한다는 소비자측의 입장에 반발하며적정수가를 위해 더 올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공급자와의 협상에서는 공단 재정전망이나 가입자의 입장 등을 전달하는 위치로 돌아가서 "공급자 쪽에서 원하는 대로 무작정 수가를 올리게 되면 보험료 부담이 상당해진다고 설득한다공급자 측에서 봤을 때 정부나 가입자 편을 들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즉 중간입장이라서 조율하기가 매우 어렵고양 이해단체 사이에서 견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수가협상 구조 개혁 동의하지만, 속내는 서로 달라

공단 역시 공급자단체와 마찬가지로현재의 수가협상을 개혁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달랐다.

먼저 공단에서는 '공급자-가입자의 의견교환 마련' '적정원가 파악두 가지를 핵심적인 개혁 사항으로 내걸었다.

첫 번째 개혁안인 '공급자-가입자 의견 교환'에 대해서는 현 실장은 "가입자와 공급자는 서로 보는 게 다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협상에서 이들 단체는 객관적인 자료 없이 서로 딴소리를 해왔다"고 꼬집었다.


8월부터 원가분석시스템 도입, 공급자-가입자 간 거리 좁히기 '워크숍' 개최 등

수가협상 때만 서로에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고 평소 이들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또 한계점이나 개선점은 무엇인지 아예 파악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현 실장은 "수가협상 때 잠깐 으르렁거리다가 협상이 체결되면 서로 전혀 볼 생각도 않는다이제는 사전에 서로의 의견을 좁히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가져 '이해'를 바탕으로 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단에서는 이들 단체의 소통 자리 마련을 지원할 의지가 크다고 했다서로의 소통을 위해서는 가입자와 공급자가 함께 만나는 '자리'가 가장 필요하고여기에서 요양기관은 현재 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가입자는 요양기관의 현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실장은 "이러한 자리는 공단에서 만들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데 내부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으나공급자-가입자 측에서 요청만 한다면 바로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통의 자리 마련은 그나마 쉬운 해결책이고근본적인 개혁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요양기관의 정확한 실태 파악'을 꼽았다정확한 실태 파악과 연구용역 과정에서 쌍방의 협의가 잘 이뤄지면협상은 수월하게 흐를 것이라고 말했다.


“원가 파악돼야 불만 없는 협상 가능

소통도 좋지만수가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원가'를 찾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현실장은 "원가가 파악되지 않은 시점에서 요양기관이 단순히 어렵다는 결과만 놓고 '비효율' '과잉투자부분을 보상해줄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러한 문제로 공단에서는 이미 서로 원가자료를 내놓고 같이 보자고 수차례 설득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원가만 정확하게 파악된다면 SGR모형은 이론적으로 매우 완벽해질 수 있다이는 원래 오를 예상치보다 더 또는 덜 오를지를 예측하는 것으로원가가 반영되지 않아 '수가인상의 조정 모형으로 사용하기엔 부족하다'는 의견이 팽배한 상태"라고 했다

▲ 벤딩폭이 결정되는 재정소위 현장.

현재 상태에서는 SGR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가 어려워 협상이 지연되고가입자-보험자-공급자 간 이견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원가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요양기관들의 회계가 불확실한 상태기 때문이라고 꼬집었고이 때문에 표준원가적정원가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아 공급자-보험자 간 다툼이 생기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병원의 회계시스템전산시스템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요양기관도 자신들의 회계를 잘 모르는 상태"라며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으로 (어렵다고우는 소리만 하는데협회든 회원이든 누군가가 나서서 회계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해야만 수가협상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렇게 돼야 근거기반의 협상이 가능하며, '불신'이 없어야 가장 좋은 모형인 SGR모형을 믿을 수 있게 된다고 첨언했다.

수년째 병원에서 스스로 개혁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결국 공단에서는 오는 8월 말까지 '회계자료분석시스템'을 만들 예정이다이는 기관에서 그간의 정리되지 않은 회계자료만 넣게 되면 알아서 원가를 분석해주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의 원활한 시행의 관건은 요양기관에서 모든 자료를 제출하느냐에 달렸다그래야만 가치있는 새로운 자료가 만들어질 수 있다또 해당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전이라도의료기관과 병협의협 등에서 회계자료의 투명화를 위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이 밖에 공단의 수가 개혁안에 수가차등화도 있었지만공급자 측의 반대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해 말을 아꼈다일단 지역별 차등화에 대해서는 "6개 단체 협상도 어려운데지역별로는 사실상 협상이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때문에 지역을 별도로 쪼개는 대신 취약지 가산형태가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종별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단에서는 병원별로 워낙 차이가 극심하기 때문에 환산지수계산에서 쪼개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며이 부분에 대해 병협에 여러 차례 제안했다하지만 병협에서는 회원간의 갈등이나여러 문제가 내재돼 있어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상태라고 전한 바 있다다만 일단정약수가 중심의 요양병원의 특수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이 경우에는 별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건정심 구조 개혁 한목소리해법은 제각각
의료계동수 구성·중재기구 마련 요청 vs 공단보험자 권한 확대 요구


수가협상의 문제도 많고갈등과 이견이 존재하지만 공단에서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견했다현재 제대로 되지 않은 원가에 기반한 행위별 지불제도는 보정이 안 된 상태기 때문에신포괄에서도 지속적으로 보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저수가보다 쏠림현상 개선 시급

또한 요양기관의 경영문제는 수가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어려움은 수가보다'쏠림현상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현재룡 실장은 "의원급에 수가를 대폭 올려주면 의원에서 한 번 숨통이 트일 수는 있겠지만전체적인 문제는 개선될 수 없다"면서 "가까운 의료기관을 가는 방향으로 제도와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이를 위해 정부와 공단에서 주치의제도나 만성질환관리제 등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려고 하지만의료계 반대가 너무 심해 할 수가 없다고 견지했다

현 실장은 "만관제 등 의원급 위주의 시스템으로 변해야 환자도 안전해지고동네의원도 살고공단 재정도 절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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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환자중심의 제도 개혁을 위해 의료계-공단이 같이 고민하면 좋겠지만지금의 지나친 갈등 구조에서는 시행이 어렵다 “이러한 상태라면 어느 분야도 발전할 수 없다환자관리를 위해 요양기관이 협조하고건보공단이 환자자료를 연계해 상호간 도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한편으론 수가협상 결렬 시 가게 되는 건정심 구조에 대해서도 공단 역시 불만을 가지고 있다하지만 공급자 측에서 '동수 구성'을 하고 '중재기구'를 마련하라는 요청을 하는 것과 달리공단에서는 '보험자'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놓여져 있다.


“개혁된 건정심서 건보 재조명

공단 김종대 이사장은 올해 수가협상이 이뤄지던 5월 말에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을 통해 건정심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고이 자리에서 "다른 나라처럼 보험자가 심의에 참여하고 복지부장관에 의결권한을 줘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건정심 동수 구성 등 수치가 중요한 것이 아닌골격과 토대 자체가 잘못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건강보험의 총괄자는 복지부 장관인데 왜 심의의결기구인 건정심에 장관이 빠졌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첨언했다

이날 김 이사장은 대만일본독일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 등의 의사결정 과정과 구조를 근거로, "이들 나라는 복지부 내에 심의의결 기구가 아닌 전문가와 보험자가입자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있고장관의 결정권한이 매우 큰 편"이라면서 "어떻게 우리나라의 건정심 같은 구조가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수가협상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협상이 결렬되면 건정심으로 넘어가 그곳에서 심의의결하는 방식인 반면유럽의 경우 수가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될 때까지 기존 수가를 그대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건정심에서의 보험자 역할 배제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김 이사장은 "건정심에서 건강보험 자격관리와 건보료 징수부과 등의 업무를 맡으면서 건보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쥐고 있는 보험자가 빠졌고심지어 공식발표를 보고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면서 "대만의 경우 보험자가 모든 건보와 관련된 제안을 하고 이러한 제안서를 토대로 심의한다"고 비교했다

다른 나라의 의사결정구조를 토대로 하면 의-정간 갈등이 생기지 않으며우리나라 건강보험은 기업식 의료공급공공재적 인식 등이 뒤섞여 끊임없이 대립 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는 이를 정리해야 한다면서, "건정심 구조를 개혁하고개혁된 건정심에서 건보에 대해 재조명해야 한다지금이라도 그 정리를 하지 않으면 의정 갈등은 영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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